'전략적 자유도' 신개념 주창

‘전략적 자유도’.

듣기에 생소한 이 단어는 요즘 LG텔레콤 직원들 사이에 자주 언급된다. 지난해 여름 정일재 사장이 부임하면서 새롭게 주창한 용어이기 때문이다.

마케팅 어휘이기도 한 이 단어는 ‘3등’ 혹은 ‘꼴찌’라는 단어와도 연관이 깊다. 다름 아닌 LG텔레콤이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업계 3위, 그리고 전체 3개 업체 중 ‘꼴찌’이기 때문이다.

마케팅 이론가들 사이에 일반적으로 하나의 단일 시장에서는 3개 업체가 ‘빅3’를 형성한다고 한다. 수많은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다가도 결국에는 가장 뛰어난 3개 업체가 메이저군으로 떠오르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리고 이들 빅3 중에서도 만년 3위, 즉 꼴찌는 더 위기를 겪게 마련이다. 실제 외국에서도 후발 혹은 꼴찌 사업자들 중에 해가 갈수록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며 쇠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하위, 또는 꼴찌라는 위상은 자칫 패배 의식에 젖어들기 쉽다. ‘해도 안 된다’, ‘어떻게 역전시킬 수 있겠어’, ‘우리는 규모가 작아 힘들어’라는 것들이 직원들이 갖기 쉬운 생각들.

하지만 역으로 ‘작기 때문에’, ‘하위권이기 때문에’, ‘꼴찌이기 때문에’ 더 유리한 것도 있을 수 있다. 정일재 사장의 신개념 ‘전략적 자유도’는 이 점을 부각시킨다.

“1, 2등은 사업 규모도 크고 돈도 많이 벌지만 반대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LG텔레콤은 쉽고 빠르게 대처하고 전진할 수 있다.” 예컨대 같은 돈 1,000억원을 전체 가입자들을 위해 쓰더라도 가입자 규모가 적은 LG텔레콤은 경쟁업체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

또 가입자 2,000만 명으로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시장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폭이 좁다면 LG텔레콤은 그보다 몇 배 되는 신규 여유 시장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덩치가 크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역발상이다.

특히 LG텔레콤은 거대 투자금이 들어가는 신규 사업보다는 고객 만족이라는 마케팅에 더 치중하고 있다.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줌으로써 시장을 넓히고 소비자들에게 더 다가설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직원들 또한 ‘아무것도 아니지만 무엇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하는 아이디어를 짜내는 데 바빠진 것도 최근의 달라진 LG텔레콤 모습이다.


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