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당초 예상과 달리 하락장세… 투자자 심리 급랭"조정은 매수 기회" 이번주 실적발표 계기 분위기 반전될 수도

주식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들은 종종 ‘증시 전문가’들의 전망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막막하기 짝이 없는 주식시장에서 그나마 도움이라도 얻어볼 심산에서다. 그런데, 만일 이들 증시 전문가들이 내놓은 주식시장이나 주가에 대한 전망이 어김없이 적중한다면, 그들의 말만 믿고 투자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문가들의 전망이라고 하여 믿을 것은 못 된다. 전문가들의 전망이 오히려 일반인들의 예상보다 못한 경우도 많다. 실제 시장 상황은 전문가들의 전망과 180도 거꾸로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에도 그러하다. 2007년 새해가 밝았는데, 당장 첫 달부터 전문가들의 예상과 실제 시장의 움직임이 정반대로 향하고 있어 전문가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작년 연말, 대부분의 증권회사에서 내놓은 2007년 증시 전망은 낙관론 일색이었다. 특히 1월의 경우는 소위 1월 효과, 즉 주식시장이 일반적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1월에 강세를 보이는 현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로 화려한 상승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본 주식시장은 그렇지 않다. 새해 첫날인 2일 하루 소폭 상승한 것이 고작일 뿐, 내내 하락세만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 지수 1,400선이 무너지더니 추가로 하락하여 급기야 1,350~1,370선 근처에 이르면서 이제는 이들 지지선의 붕괴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주가가 시장의 전반적인 낙관적 전망과는 달리 하락하던 이달 초만 하더라도 해외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기업의 펀더멘털도 좋아질 것이므로 주가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낙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주가의 하락폭이 커지고 지지선 붕괴를 우려하는 상황에 이르자 이제는 낙관론자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모습이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글로벌 유동성 축소, 경기 둔화 등의 요인을 제시하면서 급락 장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관론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노라면 주가가 추가로, 그리고 끝없이 더, 하락할 것만 같은 걱정도 든다. 아울러 이러한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일반 투자자들의 간접투자 패턴도 다소 바뀌고 있다.

새해가 되어도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은 꾸준하게 유입되고 있으나, 같은 주식형 펀드라고 할지라도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자금의 유입이 다르다. 즉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서는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가는 양상인 반면에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로는 자금이 꾸준하게 들어오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작년에 국내 주식형 펀드에 비하여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양호하였던 영향도 있을 터이고, 혹은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주식시장이라는 곳이 항시 그렇듯, 주가가 상승할 때에는 주가가 이미 높은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더 상승할 것을 낙관하는 낙관론자들이 기세를 떨치게 되어 있고, 주가가 하락할 때에는 이미 상당히 주가가 내려선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더 하락할 것을 걱정하는 비관론자들이 득세하기 마련이다. 작년 말 앞다투어 증시 낙관론을 펼치던 각 증권회사들의 전망은 결국, 상승 장세를 보이던 당시 주식시장의 분위기에 편승한 결과였다고 말할 수 있겠고, 거꾸로 지금은 주가가 하락하고 있으니 추가 하락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것이 증시의 특성상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대체 왜 작년 말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동떨어지게 최근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올해 들어 우리나라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금리 인상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달러 금리는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연초에 잇달아 발표된 미국의 실업률 등 경제지표들은 경제가 예상보다 호조를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경기가 좋다면 그만큼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낮아지는 것이고, 이는 증시로서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유로존의 경우는 작년부터 일찌감치 올해 2, 3차례 정도 금리를 인상하리라 예상되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아울러 일본 등 아시아 각국에서도 금리가 들먹이고 있다. 이번주 18일에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일본의 금리 인상도 글로벌 증시로서는 좋은 소식일 수는 없다. 그리고 중국은 지난 5일 지급준비율을 9.50%로 0.50%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7개월간 네 차례에 걸쳐 지급준비율을 인상하였는데, 이는 결국 돈줄을 죄어 경기 과열을 억제하겠다는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가 경기를 억제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이는 경험상 우리나라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하였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결국 당초 예상과는 달리 각국의 금리가 들먹이면서 증시를 압박하고 있는 셈.

두 번째의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예상과는 달리 올해에도 우리 증시에서 적극적으로 매수하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작년 내내 우리 증시에서 매도로만 일관하였던 터. 따라서 어느 정도 포트폴리오 조정도 마무리하였다고 관측되어 올해에는 최소한 작년 같은 대규모 매도사태는 벌어지지 않으리라 기대되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새해에도 여전히 대규모 물량을 매도하는 쪽으로만 쏠리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지 않고 되려 매도로만 빠져나가고 있으니 증시 수급구조에 균열이 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주가 하락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라면 심리적인 측면을 들 수 있다. 새해 들어 갑자기 경제 상황이나 기업 환경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결국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 시장의 투자심리라면 결국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투자자들이 지니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약화되면서 주가가 밀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작년 말에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기가 나빠지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크게 나빠지기야 하겠는가’라는 의견이 다수였던 터.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연초의 주가가 기대와는 달리 오르지 못하자 자신감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자 슬슬 ‘혹시 이러다가 정말 올해 우리나라의 경기가 더 악화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으로 연결되는 꼴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다. 새해의 희망으로 증시가 시작되었는데, 기대와는 달리 주가는 오르지 못하니 심리적으로 실망하는 매물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서 적극적인 매수세가 나타나기 어려웠고 이래서는 주가가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국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내내 고정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의 전망이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번 틀리기만 하는 것도 아닌 것처럼 주식시장도 줄곧 똑같은 논리와 이유에 안주하지는 않는다. 시장의 분위기는 금세 바뀔 수도 있다. 예컨대 약간의 호재만으로도 주식시장은 곧바로 달아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이번주부터는 각 기업들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발표되는 시기이므로 이로 말미암아 주식시장이 상승 모멘텀을 찾을 수도 있을 터. 더구나 과거의 예로 보더라도 최근 4년간 강세장에서 코스피지수가 조정 양상을 나타낸 적이 모두 7차례 정도였는데, 그중에서 5 차례는 조정국면이 절호의 매수 기회였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시장의 분위기가 추가하락을 우려하는 쪽으로 쏠리면 쏠릴수록 더욱 좋은 매수 기회였던 것으로 밝혀진다. 그러니 현재의 상황도 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점점 고개를 드는 것으로 미루어 혹시 좋은 매수기회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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