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패션, 영화+주류, 캐주얼+주류 등 브랜드 공동마케팅 활발상품은 달라도 공략할 타깃층 같아 짝짓기… 고객들 반응도 높아

‘혼자 힘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둘이 함께 하면 더 빛난다’.

요즘 기업들 간에 코(Co)-마케팅이 활발하다. ‘함께’라는 의미의 ‘Co-마케팅’이란 공동 마케팅, 즉 브랜드들 간에, 제품들 간에 공동으로 마케팅을 펼치면서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이다.

고품격 화장품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VIP 고객들을 위해 디자이너 지춘희와 함께 12번째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 컬렉션인 ‘원피스 파자마’를 선보였다. 고객 증정용으로 기획된 이 파자마는 디자이너 지춘희의 ‘미스지 컬렉션’ 이미지를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접목시킨 Co-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허브화장품 사면 새싹차 무료

파자마에는 실용성과 세련됨, 그리고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지춘희의 디자인 철학이 담겨 있다. 뒷목 부분에 미스지 컬렉션 로고를 새겨 품격과 가치를 높였고 디자이너의 친필 사인과 메시지가 들어간 레터를 동봉해 두 브랜드 간의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자연주의 브랜드숍인 이니스프리 허브스테이션도 지난해 말 웅진식품과 Co-마케팅을 벌였다. 건강한 허브 화장품을 사면 상큼한 새싹차를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가진 것. ‘생기있는 피부를 위한 좋은 습관’이라는 테마로, 피부 건강을 위한 화장품인 올리브 리얼 스킨과 이너 뷰티를 위한 음료인 새싹차를 함께 제안한 Co-마케팅이다. 두 회사는 나아가 새싹 성분을 이용한 화장품 개발 및 공동 프로모션까지도 적극 검토중이다.

태평양 마케팅팀 박내선 과장은 “뷰티와 패션이라는 두 분야는 서로 경쟁 관계가 아니면서도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Co-마케팅으로는 찰떡 궁합을 이룬다”며 “브랜드와 브랜드가 만나 같이 움직이면 소비자 반응도 2배 이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영화 또한 Co-마케팅의 좋은 ‘배필’로 등장했다. 지난 해 12월 개봉한 ‘007카지노 로얄’은 네덜란드의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인 하이네켄을 공식 스폰서로 선정,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글로벌 프로모션을 함께 했다. 국내에서 실시한 ‘접속하라! 하이네켄 비밀요원’ ‘하이네켄 Secret Agent 파티’ 등은 하이네켄이나 007 영화를 즐기고 참여해준 고객을 위해 열린 온-오프 행사들.

하이네켄 코리아 채은진 대리는 “고객들 스스로 영화의 이미지를 즐기며 유명 DJ와 가수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를 가졌다”며 “영화 이외에도 다양한 문화 마케팅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말한다.

특히 패션과 주류 브랜드들 간의 만남은 매우 활발하다. 세계 최대의 샴페인 하우스인 모엣&샹동은 매년 가을 여는 매혹적인 샴페인 축제 ‘라 프롬나드’를 ‘패션 축제’로도 승화시키고 있다.

원래 라 프롬나드는 한 해의 포도 수확을 자축하는 의미로 시작된 축제. 그러나 점차 화려한 패션성과 스타일링이 가미되면서 매년 10월 말에 ‘샴페인과 패션의 환상적인 만남’이란 주제로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7회째 국내 행사에서는 스페인 명품 브랜드인 로에베(Loewe)와 함께 했다. 모엣&헤네시 이미양 홍보마케팅 팀장은 “도회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여성들에게 사랑 받고 세계를 포용하는 선과 색을 담은 로에베의 이미지가 260년 전통의 모엣 & 샹동 샴페인과 딱 맞아 떨어진다”고 소개한다.

진로발렌타인스의 스카치위스키 브랜드 '시바스'도 지난해 유명 패션디자이너 정욱준과 공동으로 '시바스18'의 브랜드 컨셉과 컬러를 사용해 직접 디자인한 의상을 선보이며 이색 패션쇼도 개최했다. 패션업계에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정욱준은 ‘클럽 모나코’, ‘닉스’ 등 유명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남성 패션 브랜드 '론 커스튬(Lone Costume)'의 디자이너다.

진로발렌타인스의 유호성 홍보팀장은 “주류업체들의 마케팅 활동이 갈수록 치열해짐에 따라 자사 위스키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창의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독창적이고 이색적인 문화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다”며 “행사를 통해 세련되고 자신만의 생활을 즐길 줄 아는 주력 소비자들에게 고급스럽고 창의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종업종간 결합이 시너지 효과 커

세계적인 보드카 브랜드인 앱솔루트와 패션계의 지난 수십 년간의 긴밀한 관계는 이미 유명하다. 1987년 패션 디자이너 데이비드 카레론과 함께 ‘ABSOLUT CAMERON’ 광고를 제작하기 위해 실버 미니 드레스를 만든 것이 첫 시도. 이후 마크 제이콥스, 톰 포드, 장 폴 고띠에, 스텔라 멕카트니, 헬무트 랭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획기적인 작업들을 함께 벌여 왔다. ‘거물급’ 디자이너들 외에도 소피아 코코살라키, 라페알 로페즈 같은 떠오르는 샛별 디자이너들도 발굴, 소개하는 것으로도 이름 높다.

국내에서는 2005년 가방을 소재로 한 페이머스 컬렉션을 소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언더웨어를 아이템으로 ‘앱솔루트 레이블 2006: 1879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탈리아 명품 캐주얼 C.P.COMPANY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캐주얼 이미지의 이탈리안 20대 남성 캐주얼 INTERMEZZO를 내놓고 있는 ㈜F.G.F도 이탈리아 프리미엄 맥주 메나브레아와 Co-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유명 브랜드의 이미지와 프리미엄 맥주의 가치를 유지키겨 나가기 위해 판매도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보나세라와 스타세라 3개점에서만 한다.

이상용 홍보팀장은 “세계 맥주 챔피언십에서 수 차례 우승한 150년 전통의 맥주인 데다 제한 생산으로 이탈리아 현지에서조차도 쉽게 구하지 못하는 맥주계의 ‘페라리’라는 이미지가 패션 브랜드와 딱 맞아 떨어진다”고 얘기한다.

브랜드들의 Co-마케팅은 경쟁업종이 아닌 이업종 간에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내세우는 타이틀이나 고품격 이미지가 엇비슷한 브랜드끼리 결합되는 경우가 많다. 캐파컴 장예진 대표는 “서로 다른 브랜드라도 타깃이 되는 고객들과 같은 취향을 갖고 있는 기업들 간에 앞으로도 Co-마케팅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평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