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CI와 비전 선포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원스톱 서비스할 것"

“앞으로 증권, 보험사도 인수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기업은행이 새 날개를 달고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자산 100조원 시대를 연 기업은행은 최근 새로 개편한 CI를 공개하고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비전의 방향은 ‘중소기업 금융을 잘하면서도 가계금융도 잘하는 은행’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것.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정부투자기관이란 점 때문에 그동안 갖고 있던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다. 더불어 일반 개인고객들이 접근하기에 느꼈던 어려움도 해소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수익성, 건전성, 성장성 모두 양호

새로운 도약의 첫걸음으로 마련된 4일 선포식에서 새 CI의 로고는 ‘IBK기업은행’으로 정해졌다. 1961년 설립된 기업은행의 CI 개편은 이번이 두 번째로 1983년 이후 24년 만이다. CI의 큰 틀을 바꾸는 것은 83년 당시 자산 3조원 수준의 CI로는 지난해 자산 100조원 시대를 연 기업은행의 규모나 위상, 비전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 새로운 CI를 통해 은행의 자기정체성 확립은 물론, 타 은행과는 차별화된 기업이미지 구축으로 브랜드 파워(기업브랜드 형성)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변신을 꾀하는 기업은행의 이 같은 노력은 그동안 거둔 성과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기업은행은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서도 우수한 경영 성과를 거뒀다. 연초 발표한 순익 1조, 시가총액 10조, 총자산 100조 목표 중 총자산에서 상반기에 벌써 100조원을 돌파한 것. 총자산은 지난해 연말 105조원으로 연간 24.8%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1961년 자본금 2억원으로 설립한 이래 45년 만에 자산 100조원의 대형은행으로 성장한 것. 설립 이후 39년 만인 2000년 6월 말 자산 51조원을 달성했는데 이후 불과 6년 만에 자산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놀라운 성장세다. 국내에서 자산 100조원이 넘는 상장은행은 기업은행을 포함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5개에 불과하다.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3분기 말 7,875억원을 넘어서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에는 수익성, 건전성, 성장성 3가지 부문에서 모두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기업은행은 올 연말까지 자산 120조원을 달성하고 창립50주년이 되는 2011년까지 2-20-200, 즉 이익 2조원, 시가총액 20조원, 자산 200조원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중소기업전문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 발전하면서 동시에 국내 3강, 글로벌 50대 금융그룹의 위상을 달성한다는 비전도 설정해 놓고 있다.

기업은행은 특히 현재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대출 시장의 지위는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총 21조원을 중소기업에 지원했는데 연초 계획한 23조원을 무난히 달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또 순수하게 증액된 대출 규모도 10조5,000억원으로 은행권 전체 순증액 43조4,000억원의 24.1%를 차지, 은행권 내에서 점유비율도 19.3%로 3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 50대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

특히 지난해 기업은행이 주력 업무인 중기대출보다 주택담보대출 등 소매영업에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해’라고 말한다. 다른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적극 나서면서 쏠림 현상으로 상대적으로 기업은행의 비중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순증 규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라는 것.

기업은행은 가계대출 확대와 관련, “중소기업지원 재원 마련을 위해 일정 수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일단 규모에서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1조8,000원으로 국민 82조원, 신한 44조원, 우리은행 45조원에 비해 적은 수준이라는 것.

최근 은행의 대형화, 겸업화, 글로벌화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때문에 기업은행은 자산규모 100조원을 달성한 현재 시점이 은행뿐 아니라 증권,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모든 업무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금융서비스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기은SG자산운용 자회사를 설립한 데 이어 2005년 3월 한국투자증권과의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 등은 그런 노력들의 일환이다. 이경준 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글로벌 선도금융기관을 지향하는 기업은행은 자산 규모 기준 글로벌 123위 수준이며 이러한 위상에 맞는 종합금융서비스 역량 확충이 필요하다”며 “2010년 50대 글로벌 은행에 진입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이에 걸맞는 해외진출 전략을 수립하여 실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