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외펀드 양도차익 3년간 면세 등 활성화 방안 발표"새로운 내용은 없다" 외환시장 시큰둥… 환율 안정 효과 미지수

최근, 달러-원 환율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은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취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하였다. 대통령이 환율과 관련하여 대책을 세우겠다는 말을 처음 한 것은 지난해 12월 27일, 부산지역 인사들과의 오찬 간담회 석상에서였는데, 바로 그 다음날인 28일 삼성, 현대차, LG, SK 등의 재계 그룹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은 또 한번 환율안정과 관련한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새해 들어 1월 3일 대법원장, 국회의장 등 3부 요인을 비롯하여, 차관급 이상 각료, 정당 주요 인사 등 240여 명이 참석한 신년인사회에서도 또다시 대통령은 "지금보다 환율상황이 더 불리하지 않도록 장기적으로 대책을 세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며칠 사이에 세 차례나 걸쳐 환율안정 의지를 피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5월경에도 환율과 관련, 대통령은 그 특유의 직설적인 어법으로 “환율 때문에 정말 골치 아프다”라고 말한 적은 있으나, 최근처럼 여러 차례 같은 표현을 반복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환율 문제가 우리나라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여하간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이 작용한 덕택이었던지 환율은 그 이후 안정세로 돌아섰다.

서울 외환시장은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금세 900원 이하로 처박힐 것 같던 환율 하락 일변도의 시장 분위기였는데, 대통령이 환율 안정을 위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하락 추세가 완화되었고, 결국 지난 연말 920원 언저리를 바닥으로 하여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급기야 새해 들어 일시적이지만 940원선 위로도 올라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하였다.

정부가 최근 환율 안정을 위한 '특단조치'들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사진은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환전하는 모습. 원유헌 기자.
그런데 사실을 말한다면 외환 시장에서는 당초 노 대통령이 처음으로 ‘환율안정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언급할 때만 하더라도 그 내용이 무엇일지 상당히 궁금해 하는 상황이었고 환율에도 상당한 상승 압력이 가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대책’이 정작 지난해 말 재정경제부가 발표하려다 무기한 연기한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을 지칭하며 그 내용도 대체로 알려지자 점차 대책의 신선도나 효과에 대하여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었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언급으로 인하여 올해 초 환율이 반등할 때, ‘특단의 조치’가 가져다 줄 효과가 상당 부분 환율에 미리 반영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새삼스럽게 대책을 발표하여도 이제는 환율이 그것 때문에 추가로 더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외환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주 1월 15일, 특단의 조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대로 정부는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였는데, 정작 그 조치가 알려진 당일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서울 외환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였다. 환율이 상승하기를 기대하고 발표된 조치였건만 환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소폭 하락하는 모습이기도 하였다. 물론 조치가 발표된 직후의 단기적인 시장 반응만으로 정부의 이번 대책이 성공할지 여부를 미리 점치는 것은 성급한 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투자 활성화 조치가 대통령의 언급대로 환율 안정에 ‘특단’의 대책이 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 ‘희망사항’이 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자아낸다.

이번에 발표된 해외 투자 활성화 방안의 주요 내용이라면 첫째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국내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해외 주식 및 채권에 투자할 수 있고, 둘째로 투자신탁 및 투자회사의 해외 주식투자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 분배금에 대해 3년간 한시적으로 비과세가 적용되며, 셋째로 한국수출입은행이 원화 및 외화표시 채권을 지속적으로 발행, 국내 유동성 흡수 정책을 간접 지원하며, 넷째로 국내금융기관의 해외 진출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마지막으로 해외 부동산 취득한도가 300만 달러로 상향된다는 점이다.

이미 알려졌듯이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은 결국은 국내 자금의 해외 유출을 유도해 환율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을 겨냥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환율은 하락 압력을 줄곧 받아왔다.

국제수지 흑자폭이 늘고,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국내로 달러 자금이 몰려들자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수하는 방법으로 억지로 달러 가치를 떠받쳐왔던 것이 이제까지의 환율과 관련된 정부의 조치였다.

그런데 이번 해외 투자 활성화 방안은 해외로 국내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1차적으로는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수요를 늘려 환율의 하락 압력을 줄이고,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부동산 투자와 포트폴리오 투자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권오규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는 “이번 조치로 연간 100억∼150억 달러 정도의 국내 자본유출 및 해외자본 유입감소 효과가 기대돼 (환율 안정에) 상당한 규모의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환율 하락을 막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서울 외환시장은 시큰둥한 표정이다. 왜냐하면 첫째로 이번 정부의 조치가 중장기적인 자본 유출에 중점을 둔 것으로 해석되어 단기적인 환율 안정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이번 방안이 사실상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해외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이미 허용됐고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도 상당부분 활성화되어 있기에 이번 조치로 인하여 국내 자금의 해외로의 추가적인 자금 유출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게 많다.

오히려 이번 조치로 인하여 불똥이 튈 곳은 외환시장이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이 될 공산이 높다. 앞으로 3년 동안 해외펀드 투자를 통해 얻은 양도 차익에 대해서 정부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국내 주식형 펀드라면 비과세 혜택으로 인해 수익을 모두 배당받을 수 있지만 해외 주식펀드는 주식매매 차익에 대해 15.4%의 세금을 내야 하였다. 하지만 이제부터 해외 펀드에 대한 세금이 없어진다면 기대 수익률이 높아질 것은 당연한 일. 자금이 해외 펀드로 쏠릴 것이라고는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더구나 지난해에 국내 주식에 투자한 펀드들은 수익률이 신통치 못한 반면,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증시에 투자한 펀드들은 높은 수익률을 얻은 바도 있다. 그러니 올해는 자칫 국내 펀드에서 대거 자금이 이탈하여 해외 펀드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는 고스란히 국내 증시의 수급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이번 조치로 해외 주식투자로 인한 수익에 대하여 세금이 붙지 않게 되었지만, 세금이 면제된다고 하여 수익이 확실히 난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전에 비하여 주식매매 차익의 15.4%를 세금으로 내지 않는다는 것이지 해외 주식펀드가 ‘대박’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수익이 발생하여야 세금을 매기거나 말거나 할 터.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세금과 관련 없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고 이는 예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중국이나 인도, 베트남 등 그동안 고수익을 내었던 이머징 마켓에 대한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이들 시장의 주가가 그간 상승세에 힘입어 이제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 있기에 그만큼 현 수준에서 투자하기에 위험도 크다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단순히 세금에서 유리하다는 이유만으로 무턱대고 해외 펀드 일변도로만 접근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국내 펀드와 해외 펀드, 그리고 펀드 중에서도 주식형과 채권형을 각각 일정한 비율로 분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