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물 CD금리 4.94%, 3년 만기 국고채 4.96%… 금리 역전 조짐미래 경기 전망 불확실성으로 채권 선호 늘어 증시에는 일단 부담

최근 우리나라 자금시장에서는 단기금리에 비하여 장기금리가 오히려 더 낮아질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하여 장, 단기의 금리차가 역전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서 관심을 끈다. 단기 자금시장의 대표격인 90일 만기 정기예탁증서(CD)금리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의 차이를 살펴본다면 그런 경향은 뚜렷하다. 최근 들어 장, 단기 금리의 격차가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어 조만간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23일, 한국은행은 시중에 과다하게 풀린 자금을 회수하기 위하여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인하여 단기금리는 급격하게 상승하였으나, 반면 장기금리는 같은 폭으로 상승하지 않았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장, 단기 금리차가 거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 한국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인상하기 직전인 11월 22일만 하더라도 90일물 CD 수익률은 4.60%였던 데 비하여 3년 만기 국고채의 수익률은 4.72%로 나타나 장, 단기 금리차이가 0.12%포인트로 집계되었던 터.

'금융시장 비정상적' 시사

그런데 한국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이후, CD 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였으나 장기 채권 수익률은 그다지 오르지 못하는 통에 이제는 장기금리와 단기금리 간의 차이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즉 CD금리는 지난주 중반, 4.94%까지 상승하였으나 3년 만기 국고채의 수익률은 4.96%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그 결과 장, 단기의 금리차가 이제 고작 0.02%포인트에 불과한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도 없게 되었다.

재무나 금융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라고 할지라도 기간별로 금리가 제각각 다를 것이라는 사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만일 기간별로 금리가 서로 다르다면, 어떤 기간의 금리가 낮고, 어떤 기간의 금리가 더 높아야 하는지도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기간이 길수록 금리가 높은 것이 정상이다. 이는 은행에 예금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루 동안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에 비하여 1년 동안 돈을 맡기는 쪽에 금리가 높게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각 기간별로 적용되는 금리가 서로 다른 현상을 전문용어로 일컬어 금리의 기간별 구조라고 한다. 아울러 이와 같은 금리의 기간별 구조를 알아보기 쉽게 도표로 만든 것을 수익률 곡선이라고 말한다. 수익률 곡선은 그래프의 X축에다 기간을 표시하고, 그래프의 Y축에는 금리를 표시한 것이다. 즉 기간별로 금리를 만기별로 짧은 기간부터 긴 기간의 순서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늘어놓고 각각의 만기별 금리를 선으로 연결하여 만들어 내는 곡선이 바로 수익률 곡선이다.

경기도 수원 한국은행 경기본부 직원이 22일 공급되기 시작한 1만원, 1,000원 신권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적으로 만기가 짧을수록 금리가 낮고, 기간이 길수록 금리가 높으므로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는 우상향, 즉 오른쪽이 점차 위로 올라가는 형태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언제나 수익률 곡선이 우상향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외적으로 비정상적인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예컨대 수익률 곡선이 거의 수평으로 만들어질 때도 있고, 혹은 우하향, 즉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가 오른쪽으로 점차 조금씩 내려가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한다. 여기서 수익률 곡선이 거의 수평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결국 단기금리나 장기금리가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가 후하향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오히려 낮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이처럼 수익률 곡선이 우하향되는 현상, 즉 단기금리에 비하여 장기금리가 오히려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수익률 역전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 자금시장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 바로 수익률 역전현상이다. 이럴 때 금융정책 당국이나 중앙은행은 긴장하게 된다.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고 있다는 것은 무언가 금융시장이 비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수익률 곡선이 수평을 이루거나 혹은 역전되는 것은 결국 단기금리의 상승폭에 비하여 장기금리가 그만큼 오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대략 세 가지 정도의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로 투자자들이 미래의 금리가 지금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할 때 수익률 곡선의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투자자들이 미래의 금리가 지금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이들은 아직 낮아지기 전인 현 수준의 금리에서 되도록 긴 기간 동안 금리를 확정하고 싶어 할 것이다. 장기간에 대한 자금의 공급은 늘어날 것인 데 비하여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운용하려는 자금의 공급은 축소될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장기금리가 단기금리에 비하여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둘째로 장기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에 비하여 역전될 수도 있다. 이는 주식시장의 동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컨대 주식시장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 주식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하자. 이럴 경우라면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욕구가 늘어나면서 채권에 대한 수요는 거꾸로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채권에 대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이로 인하여 장기 채권의 수익률 즉 금리가 단기 금리에 비하여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로 ‘리스크 프리미엄’이 낮아지는 경우에도 장기금리와 단기금리의 역전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장기간에 돈이 묶이는 것과 관련된 리스크를 상쇄할 높은 수익률을 원하기 마련이다. 예컨대 만약에 이자율이 미래에 오른다면, 그때 높아진 금리로 투자하는 편이 지금 미리 장기간 자금을 묶어두는 것보다는 유리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장기간에 자금을 묶어두는 대가로 높은 금리를 원하게 된다.

이를테면 미래에 금리가 상승할 리스크가 장기금리에 추가되어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일반적으로 높게 형성된다. 하지만 시장에서 미래의 금리 상승 리스크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면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아야 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더구나 이는 결국 시장에서 앞으로 경제 성장 속도가 떨어지고 물가도 낮아질 것이므로 금리가 더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금리 역전은 일시적 현상 반론도

어떻게 설명하건 장, 단기 금리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결국 주식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하여 채권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고, 아울러 자금시장에서는 미래의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이는 미래의 경기 전망이 그리 좋지 않음을 의미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장, 단기 금리의 역전현상은 경기 둔화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되는 셈.

그런데 이런 견해에 대하여 반론을 펴는 사람도 있다. 과거 미국의 경우도 종종 장, 단기 금리가 역전되었지만 그 이후 곧장 경기가 둔화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시장에서 경기 둔화를 예상하기보다는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말미암아 단기로만 자금이 편중되게 되고 그 결과 금리의 역전현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경기 전망이 불확실하건 혹은 경기둔화를 전망하건 확실한 것은 최근 장, 단기 금리가 거의 역전될 지경에 이른 것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

기 전망이 좋다면 의당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를 훨씬 능가할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자금시장의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의 경기 전망에 대하여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에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질 가능성을 엿보이는 것일 터. 미국의 경우처럼 장, 단기 금리의 역전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일시적인 일에 그친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다. 그러나 만의 하나라도 장, 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그게 자칫 본격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지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일이다.


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