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축구 프리미어 리그서 후원하던 첼시 2위 그치자 홍보효과 줄까 걱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가 힘차게 드리블하는 모습. <연합뉴스>
박지성이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활약에 삼성전자가 떨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삼성전자가 후원하는 프로축구 구단이 맨유의 최대 라이벌인 첼시 구단이기 때문이다.

올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 리그에서 줄곧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맨유의 성적과 삼성전자와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다름 아닌 일종의 ‘경쟁 관계’다. 라이벌 구단과 후원 기업 간에 무슨 경쟁이랴마는 양측에는 사실상 적잖은 길항이 존재한다. 기업은 후원하는 구단의 성적에 따라 브랜드 홍보와 광고 효과가 극과 극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마케팅과 홍보가 강조되는 시대에는 기업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빼어난 활약을 보이는 구단을 골라 후원하는 것은 상례이다. 바로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첼시 1위 땐 매년 620억원 광고효과

기업이 후원하는 만큼 구단도 좋은 성적을 내려 노력하게 마련이다. 그에 비례해 언론을 비롯한 뉴스의 관심거리가 되고 경기가 방송 프로그램으로도 중계된다. 구단은 또 후원금으로 좋은 선수를 비싼 돈을 들여 스카우트하고 투자를 늘린다.

삼성전자는 2005년 6월부터 유럽의 대표적 명문 구단인 첼시(Chelsea)를 후원해 오고 있다. 삼성전자 구주총괄 김인수 부사장은 그해 4월 런던의 첼시 홈구장인 스탬퍼드브리지에서 첼시의 피터 케니언 사장과 5년간 클럽후원 계약을 공식 체결했다.

후원 계약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영국 현지 언론들은 계약 규모를 5,000만 파운드(약 1,000억원)라고 보도했다. 1년에 200억원을 쏟아 붓는 셈이다. 이는 2004 아테네 올림픽 후원 이후 삼성전자가 지불한 후원계약 중 최대 금액이다.

대신 2010년 6월까지 5년간 첼시 선수들은 ‘삼성 모바일(SAMSUNG Mobile)’ 브랜드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경기장의 펜스 광고권과 선수단의 이미지 사용권도 확보했다.

이 후 삼성전자는 투자 이상의 효과를 거둬 왔다. 최근 2년 연속 첼시가 승승장구하며 우승컵을 거머쥔 덕분이다. 첼시측이 밝힌 2004년 총 미디어노출광고환산지수(AEV) 기준 광고 효과도 연간 6,200만 달러(약 620억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남는 장사’인 셈이다. 첼시 또한 시즌 초반부터 줄곧 리그 선두를 유지함으로써 삼성전자의 후원 효과는 더욱 빛을 발했다.

결과도 직·간접적으로 드러났다. 첼시 경기 다음날이면 영국뿐 아니라 유럽의 언론들은 일제히 'SAMSUNG Mobile)'이 선명히 새겨진 사진과 함께 첼시의 경기 결과를 다뤄 삼성의 홍보 효과를 배가시켰다.

광고 마케팅으로 인한 브랜드 인지도 확산 효과는 판매로 이어졌다. 삼성전자의 2005년 영국 내 휴대폰 판매량은 500만 대로 전년 290만 대에 비해 70%이상 증가했다. 또 LCD TV 판매량도 영국 및 유럽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첼시의 팬들 절반 이상이 구매력 있는 부유층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는 삼성전자의 광고 효과는 후원액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올 시즌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맨유가 리그 선두 자리를 내놓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뉴스의 초점이 첼시에서 맨유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와 새로 영입한 마이클 캐릭, 천재 골잡이 웨인 루니 등은 올해 프리미어 리그의 최대 뉴스메이커다. 첼시에 대한 기사와 보도도 적지 않지만 방송 화면과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메인 주인공은 여전히 맨유와 그 선수들일 수밖에 없다.

반면 첼시는 최근까지도 2위에 처져 여전히 선두 추격 중이다. 지난해 같으면 맨유를 쉽게 따돌렸지만 올해는 맨유의 질주에 속수무책이다. 전력면에서 수비수 및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겹친 때문이다.

물론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인 프리미어 리그에서 2위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는 인정 받을 만하다. 하지만 1위와 2위는 상대적으로 ‘승자와 패자’ 관계이고 팬들로부터 인정 받고 누리는 지위와 영향력이 다르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스포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첼시 구단 집안싸움으로 더 애타

때문에 올 시즌 삼성전자가 첼시 후원으로 거두는 마케팅 효과는 지난 두 시즌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처질 수밖에 없다. 첼시가 여전히 영국 최고 명문 팀으로서 받는 대우가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선두를 질주하던 지난해보다는 못하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굳이 후원하는 프로축구 팀의 성적만으로 마케팅 효과를 평가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첼시는 명실공히 프로 명문팀으로서의 가치를 여전히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후원사인 삼성전자가 누리는 광고 마케팅 효과에도 변함이 없다는 것.

하지만 후원사인 삼성전자를 더욱더 애타게(?) 만들고 있는 것은 첼시 구단이 겪고 있는 내홍이다. 올 시즌 첼시는 2003년 구단을 인수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스타 감독인 주제 무리뉴가 선수 영입 등의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며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스타플레이어이자 주장인 존 테리가 무리뉴 감독이 사퇴하면 자신도 구단을 떠나겠다고 밝히는 등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하고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것은 아니더라도 불안한 대목임에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첼시 마케팅이 예전만하지 못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맨유의 활약이 올 시즌 1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말콤 글레이저 가문은 지난해 맨유를 8억파운드(약 1조4,000억원)에 인수했는데 대부분 은행차입에 의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인수 대금의 상당 부분을 빚에 의존하고 있는 맨유는 해마다 엄청난 금액의 이자와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를 마케팅 및 구단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축구전문가는 “지금 맨유로서는 수입이 많이 들어와 부채를 갚아 나가는데 지장이 없는 상황이지만 만약 수입에 큰 차질이 생긴다면 부도가 날 수 있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하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맨유는 구단 수입을 늘리기 위해 마케팅을 통해 열심히 벌어야 하고 이는 곧바로 맨유의 성적, 즉 맨유 선수들의 활약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러므로 맨유가 앞으로도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마케팅에서 두각을 나타내야만 하는 구조를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스포츠 마케팅 관계자는 “후원을 받고 있는 팀이 굳이 꼭 우승을 해야만 마케팅 효과를 거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그동안 첼시가 보여준 실력과 명문 구단으로서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투자한 만큼의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평가는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5년 후에 내리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평했다.

2005년 4월 삼성전자 구인수 부사장과 체시의 피터 케니언 사장의 클럽후원 계약식.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