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일 경우 현재 4억~7억 확보하고 있어야 노후 안심

‘노후생활 행복하게 보내기’

‘은퇴 준비 이렇게 하라’

‘인생 2막 미리 대비하자’···.

방송이나 신문 등 요즘 언론에 노년과 관련된 기획기사들이 부쩍 자주 등장한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도 2000년에 이미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1%에 달해 유엔이 분류한 ‘노령화 국가(65세 이상 노인이7%가 넘는 사회)’에 급속히 진입했고, 2022년에는 노인 인구가14%를 넘어 ‘고령화 국가’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돼, 노후생활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사회 각계에 불어닥친 세대교체 바람으로 인해 조기 은퇴와 명예퇴직이 크게 늘고 있다. 오륙도(56세 정년)는 일반화되어 있고 사오정(45세 정년), 삼팔선(38세 정년) 유행어까지 나돌 정도로 우리 사회의 정년 연령은 계속해서 짧아지고 있다. 그에 비례하여 직장인들의 불안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위 ‘낀세대’라고 불리는 40대부터 50대 초반의 가장들은 회사의 경쟁 제일주의와 후배들의 능력 우선주의에 협공당하면서도 정년 때까지 낙오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장의 그런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내와 자식들은 생활비와 용돈이 적다며 불만을 토로해 가장의 기를 더 꺾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중·장년층 가장이 실직 위기 속에서 불투명한 미래도 걱정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한 것은 정부, 회사, 본인이 모두 노령화사회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진국과 같은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는 결국 개인들이 행복한 은퇴(노후) 생활을 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력으로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안분지족의 만족스러운 은퇴생활을 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4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일정한 수입원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예전처럼 자식에게 손을 벌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최소한의 생계와 문화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매달 일정한 소득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살 집이 있어야 한다.

늙어서 기거할 집이 없는 것만큼 서러운 것도 없다. 큰 아파트는 아니더라도 내 집에서 살아야 노후가 안락하다. 셋째, 충분한 의료혜택을 받아야 한다. 병에 걸리면 치료와 간병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보험을 가입하고 재정적 여유도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기 계발을 꾸준히 영위해야 한다. 배움에는 끝이 없으며 여가를 활용하는 취미를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정신건강에 좋다.

노년에 4가지 전제조건을 모두 충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적 안정이 선결돼야 한다. 국민연금제도가 재정난으로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국가의 사회보장 장치에만 의존하기에는 왠지 불안하다. 그러므로 스스로 노후(은퇴)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내게 필요한 노후자금은 어느 정도가 알맞을까. 각자의 소비습관이나 생활관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필자는 두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J씨는 현재의 물가가치로 5,000만원의 생활 수준을 60세부터 25년간 유지하려면 60세 때 약 15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통장에 4억7,000만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당장 목돈이 없으므로 매년 5,500만원씩 저축을 해야 은퇴자금 확보가 가능하다(퇴직금이 있거나 집 등 다른 재원을 은퇴자금으로 활용할 경우 그만큼 저축을 덜 해도 된다).

사례2) 목돈을 갖고 있는 P씨는 자영업을 하고 있지만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 그동안 사업을 열심히 하여 5억원 정도의 목돈을 보유하고 있다. 사례 1)과 비교를 위해 나이 및 기대생활 수준이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계산했다(매년 물가 상승률 4%, 투자수익률 6% 가정).

P씨는 현재의 물가가치로 5,000만원의 생활 수준을 60세부터 25년 동안 유지하려면 60세 때 약 18억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통장에 7억5,000만원이 있어야 15년 뒤에 18억원 확보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수주에 5억원밖에 없으므로 2억5,000만원 정도 은퇴자금이 부족하다(집 등 다른 재원을 은퇴자금으로 활용할 경우에는 그만큼 줄어든다).

사례1, 2)에서 60세 때 필요한 은퇴자금이 다른 것은 두 사람의 투자수익률(8%와 6%)의 가정이 틀리기 때문이다. (J씨는 공격적, P씨는 보수적임)

두 사례를 통해 우리는 은퇴할 경우 필요한 총자금과 이를 위해 현재 얼마의 돈이 통장에 들어 있어야 하는지를 살펴보았다. 또한 이를 미루어 은퇴준비 기간에 얼마의 돈을 매달 저축해야 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계산하기 귀찮으면 가까운 금융기관을 찾아가 ‘금융 주치의’에게 부탁하면 된다. 3분 내로 계산을 해줄 것이다.

우리나라 가정의 경제 활동이나 재무 설계는 대부분 남자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때문에 주부들은 재무설계의 필요성 및 구체적 실천계획에 대해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여성들은 경제활동참가율이 남자의 3분의 2 수준에 머물고 있고, 급여 수준도 낮고 대부분 직장 근속 연수도 짧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2001년 현재 80세에 달해 남자보다 일곱 살 정도 더 오래 산다.

경제력은 떨어지는데 수명은 더 길기 때문에 어찌보면 여성들의 은퇴설계와 준비가 남성들보다 더 절박할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여성들은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다. 남들은 노인복지센터에서 여생을 즐기며 사는데 자신은 변변한 소득원이 없이 국가의 복지 지원에만 의존한다면 그것보다 비참할 수가 없다.

주부들이여,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남편과 자신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 그리고 자식들에게 부담을 덜 주기 위해 노후 대비책을 서두르자.

약력

- 성균관대 대학원 졸
- 미 콜로라도대학 MBA과정 수료
- 데이콤 N/W 컨설팅


박광순 케이리치 매니저 pks970@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