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혼다 기싸움 2라운드해외서 소형 취급받는 혼다 시빅 국내선 중형급으로 탈바꿈, 쏘나타 겨냥한 마케팅 전락… 현대차 "신경쓰이네"

쏘나타
지난해 말 일본 회사인 혼다 자동차의 ‘’ 한국 출시를 계기로 혼다와 현대자동차의 악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혼다 과 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면서 그동안 혼다와 현대차 간에 디자인과 로고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빚어졌던 신경전이 차례로 연상되기 때문이다.

두 회사 간의 기싸움에 가장 최근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혼다의 ‘2.0’ 한국 출시. 준중형차 모델인 이 중형차급인 현대차의 에 줄곧 비교되면서 현대차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29일 한국 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은 국내 중형 수입차 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해외 시장에서 베스트셀러카 자리를 차지해왔을 뿐더러 가격 면에서도 국내 수입차치고는 초저가 차량에 속한다. 한국 내 판매가는 2,990만원. 어감상 3,000만원보다 ‘2,000만원대 수입차’로 불리면서 더 싸게 느껴진다.

그런데 해외 시장에서 준중형급으로 주로 분류되던 은 특이하게도 국내에서는 ‘중형급’으로 탈바꿈했다. 다름 아닌 혼다코리아의 판촉 자료에 을 현대자동차의 중형 세단인 와 동급이라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이런 황당한(?) 상황에 발끈한 것은 당사자인 현대차다. 은 미국에서 아반떼(미국명 엘란트라)와 경쟁하는 차종인데 왜 를 지목하느냐고 분기탱천해 하는 것. 물론 국내에서의 브랜드 지명도와 차량의 크기를 봐서도 ‘감히 비교가 안 되는’ 상대라는 인식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혼다가 ‘무리수를 둔다고 할 만큼’ 를 겨냥하고 나선 데는 나름대로의 근거를 내세운다. 을 엔진성능만으로 따지자면 오히려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배기량 1,998㏄의 2.0 엔진은 최고 출력이 155마력에 달한다. 반면 동급으로 비교해 배기량 2,000㏄(택시형 모델만 판매 중)는 최고 출력이 144마력으로 보다 떨어진다. 신형 아반떼 1,975㏄의 출력이 134마력으로 훨씬 못미친다. 은 엔진만으로는 중형차급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혼다의 을 차체만으로 따진다면 아반떼 쪽에 가깝다. 의 차체 길이는 4,540㎜로 신형 아반떼(4,505㎜)보다는 크다. 하지만 (4,800㎜)보다 짧다. 또 차량의 폭(1,775㎜)과 높이(1,480㎜)도 (폭 1,830㎜ㆍ넓이 1,475㎜)에는 못미친다. 이는 현대차가 을 보다 한단계 아래인 아반떼와 같은 준중형차라고 반박하는 기준이다.

때문에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혼다 입장에서는 크기는 작지만 성능에서 급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고 현대차는 우선 크기부터 다르다는 논리다. 혼다코리아는 이 차는 작지만 성능에서 에 뒤지지 않는 차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출력은 일반인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엔진 회전수(6000rpm)에서 나오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반박한다.

더더욱 혼다와 현대자동차의 기싸움이 던지는 의미가 큰 이유는 차량 가격이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는 저가 차량이 출시되는 등 가격이 떨어지는 반면 국산 차량의 가격은 해마다 상승 일로를 걸어왔다. 혼다 2.0의 2,990만원과 2.0 최고급 모델의 2,460만원 사이의 가격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이는 국내 시장에서 모델별로 가격 차이가 점점 좁혀지는 수입차와 국산차의 충돌이 앞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떨어지는 수입차 가격과 치솟기만 하는 국산 차량의 가격 접점이 1차적으로 와 의 충돌로 나타났다는 것.

또 혼다는 이런 시장의 틈새를 일찌감치 파악해 한국 시장에서 와의 경쟁 구도를 형성해 시장을 잠식하겠다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고급 차량인 어코드와 레전드로는 기존 수입차들끼리 경쟁하지만 비교적 저가 모델인 으로는 한국차와의 한판 대결을 해볼 만하다는 판단에서다.

의 경우에서처럼 현대차와 혼다의 충돌, 혹은 비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NF가 처음 시장에 선보였을 때 백라이트를 비롯한 차 뒷모습이 혼다 어코드와 비슷하다고 대비되기도 했다. 이때 비교 대상으로 지목됐던 혼다 어코드는 보다 3년 먼저 출시됐던 구형 모델이어서 당시 ‘디자인의 세계적 추세’에 따른 유사함으로 받아들여졌다.

또 공교롭게도 현대차와 혼다는 영문 이니셜 ‘H’를 로고로 쓰고 있다. 모양도 엇비슷해 혼다는 곧바로 선 H에 윗부분이 조금 크게 벌어져 있다. 반면 현대차는 옆으로 기울어진 모양이다. 이에 대해 혼다코리아는 “일본에서는 왜 현대차가 혼다와 비슷한 로고를 베꼈냐”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한다.

어쨌든 현대자동차로서는 사건으로 크게 자존심이 상한 눈치다. 현대차측은 “미국에서 은 아반떼와 경쟁하는 차가 틀림 없다”며 “미국 소비자 조사기관인 JD파워가 두 모델을 모두 소형차로 분류했으며 올 신차 품질조사(IQS)에서 아반떼가 3위인 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고 품질면에서의 우위를 강조한다. 또 이 와 경쟁하겠다고 달려든다면 아반떼와 비교 시승회를 여는 극단적인(?)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한국 내 의 가격이 당초 예상과 달리 해외 판매가격보다 너무 비싸게 책정됐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은 미국에서 소비자가격 1만9,000달러, 일본에서 220만엔 등 해외에서는 1,800만원대 수준에 팔리고 있다.

이에 대해 혼다코리아는 “은 아반떼와 비교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준중형 차량”이라며 “차체나 엔진 및 차량 성능 등에서 아반떼보다는 한 단계 높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품질에서도 한 수 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혼다코리아는 현대차의 격앙된 반응에 한 발 빼는 모습이다. 대외적으로는 를 라이벌로 발표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와의 비교도 언론과 기자들이 자청해 벌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판매 대수도 한 달 100대가 목표일 정도로 점진적인 시장 확장을 목표하고 있을 뿐”이라며 현대차측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혼다코리아는 “한국에서야 현대차가 브랜드 인지도도 높고 시장의 강자이지만 해외 및 세계 시장에서는 반대로 현대차가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라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는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그동안 국내에서의 독과점적인 지위를 십분 활용, 자동차 가격을 계속 올려온 현대차가 이제 수입차 시장 개방이 본격화되면서 소형 모델 및 저가 수입차의 가격 공세 도전을 받게 된 것은 자승자박에 다름 아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빅

박원식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