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가정의 자녀 경제교육교육자금·은퇴자금 마련 계획, 자녀 동참유도 바람직

최근에 44세 동갑내기 부부의 자산운용에 대해 재무컨설팅을 한 적이 있다. 특이하게도 이 부부는 중학생 두 자녀를 데리고 상담실에 들어왔다.

미성년 자녀를 동반한 재무설계 상담은 난생 처음이라 그 이유가 궁금해 부부에게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지금까지 우리 주변에서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을 통해 간혹 들어오던 고민과 걱정들이었지만 이젠 그것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가정의 일로 확산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연인즉 이렇다. 부부의 대답은 친구 가정의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친구는 슬하에 고등학생 아들을 두고 있었다. 부부가 함께 사업을 하느라 바빠 아들이 어릴 적부터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 그 때문에 부모로서 마음 한켠에 늘 미안한 마음을 가졌는데, 그것을 경제적 풍요로움으로 채워왔다고 한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사달라고 하면 무엇이든 돈을 아끼지 않고 모두 사주었다.

돈 문제만큼은 부족함이 없이 자랐던 아들이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 가정 환경은 달라졌다. 무역업을 하던 부부의 사업은 환율하락으로 사업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빠듯하게 가계를 꾸려갈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문제는 아이였다. 부모의 사업이 나빠지든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의 씀씀이는 더 헤프졌다. 부모가 용돈을 더 이상 줄 수 없다고 말해도 그는 막무가내였다. ‘맘대로 소비’를 버리지 못한 아이는 끝내 부모의 신용카드를 꺼내서 원하는 물건을 사기도 했다. 그래도 부부는 속앓이만 했다.

매를 들어서라도 바로 잡고 싶었지만 감성이 예민해진 청소년기에 차칫 나쁜 길로 들어설까봐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내일은 정신차리겠지 한가닥 기대로 부부는 카드빚을 돌려막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친구 가정이 곧 파산할 것 같다고 상담하러 온 부부는 말했다.

부부는 친구 가정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아들만은 그런 전철을 밟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즉 아이의 소비습관을 일찌감치 바로 잡겠다는 것. 그것을 위해 아이와 함께 상담하러 왔다고 한다. 부부가 얼마나 어렵게 자녀 교육자금을 준비하는지 알려주고, 가족의 재테크 계획과 실천에 자녀들을 동참시키고자 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매우 현명한 처사였다.

아이들의 이름은 현준(16)과 현빈(14).

그들은 부모 손에 끌려 반강제적으로 이 자리에 온 것이 못마땅한 듯 표정이 마뜩하지 않았다. 그래서 필자는 아이들에게 상담 내용 중에 한 가지라도 자신들과 관련이 없는 이야기가 나오면 다음부터는 참석하지 않아도 좋다는 제안을 했고, 아이들은 찬성했다.

1차 상담 내용은 이 가정의 재무상태를 보는 것인데 매달 현금흐름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아이들은 부모가 벌어오는 한 달 수입이 이런 항목들로 소비되고 있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부모의 재무컨설팅 포인트가 자녀 대학자금과 자신들의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현준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것을 벌써 준비해야 하는지 물었다. 드디어 아이들도 가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다. 왜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2차 상담 때 그 자리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1차 상담을 마쳤다.

5일 후 2차 상담을 위해 가정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앉아 있었다. 부모의 재무설계 결과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전보다 관심도가 많이 높아졌다는 증거였다.

2차 상담은 가정의 경제습관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말해주었다.

우선, 현재 가계에서 매달 발생하는 잉여금 25만원의 행방이 묘연했다. 통장 잔고는 월급 때만 되면 ‘0’의 상태. 분명 소비에 누수가 있었다. 원인을 찾기 위해서 지출항목에서 과소책정 여부를 확인하였다. 답은 아이들에게 있었다. 그들은 용돈 이외에 종종 자투리 돈을 얻어갔다. 종종 PC방에 간다며 용돈과는 별도로 어머니에게 조금씩 돈을 받아갔는데 그것이 잉여금으로 남아야 할 금액이었다.

현빈이의 대학입학은 앞으로 3년 후. 또한 5년 후면 현준이까지 입학하기 때문에 대학 학자금 마련 부담은 두 배로 커진다. 부부의 정년은 앞으로 불과 13년 후.

모아둔 자산이 별로 없는 것이 이 가정의 가장 큰 문제였다. 4명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 부부는 해결책이 없는지 물었다. 물론 4명이 한마음으로 미래를 준비해 나간다면 자녀 대학 학자금과 부모 노후자금 마련이 가능하다는 대답을 듣고서는 안도하는 것 같았다.

대신 기존의 재무 프로그램을 리모델링하도록 했다.

부채 상환은 정년 전에 완료하되, 차후 수입의 변동사항이 생기면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은행예금 800만원은 거치형 펀드에 분산하여 연 8% 정도의 수익을 목표로 변경해 3년 후 현빈이 대학 등록금 재원으로 사용케 했다. 나머지 대학 학자금과 은퇴자금 마련은 가계 지출 부문에서 적금과 투자 부분을 다음과 같이 조정하여 목표 자금에 도달할 수 있도록 조언했다.

또 두 아이의 학자금 부담이 두 배가 되지 않게 훗날 대학 재학 시기를 조정하기로 했다. 현준이가 대학 2학년 마친 후 군에 입대하면 현빈이가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교육자금을 마련하는데 큰 부담이 안 되는 것.

그때 용돈은 아이 스스로 벌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아이들은 당장에라도 지금 받는 용돈 이외는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으며, 용돈도 최대한 아껴쓰기로 약속했다.

노후대비 자금은 여유자금의 증액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하도록 했다.

그 가정에는 그렇게 각자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가끔 전화를 하면 아이들이 반갑게 받는다. 필자는 6개월 후 재점검을 약속했다. 그들은 분명 변화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가족애도 더욱 커졌을 것이고.

우리 사회에는 맞벌이 부부가 많다. 그로 인해 자녀들에게 시간적, 정서적으로 소홀했던 것을 물질적으로만 보충하고자 하는 가정이 많다. 이 같은 방법은 가정경제 파탄의 씨앗을 키우게 되는 극단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는 돈 많은 집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서민 가정도 마찬가지다.

자녀들의 헤픈 씀씀이를 방관하면 이들의 과소비 불감증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정, 사회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며, 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자립의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자녀를 위한 건전한 소비교육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모든 부모가 똑같다.

그러나 사랑의 질은 다르다. 자녀가 올바른 가치관, 세계관, 경제관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최고의 사랑이다. 그런 점에서 올바른 소비 등 자녀의 경제 교육은 영어와 수학의 조기 교육만큼이나 중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은 자녀교육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유대인들은 돈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매주 금요일을 안식일로 정하고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 탈무드를 읽으며 돈독한 관계를 쌓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도 유대인의 자녀교육이 아버지의 손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오랜 전통 덕분이다. 자녀교육은 결코 돈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최효찬 著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중에서)

- 대구 한의대 졸
- AIG 그룹 근무
- 케이리치㈜ 자산운용연구소 책임연구원
<케이리치와 공동 기획>


김주형 케이리치 책임연구원 Jh-kim1127@kri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