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천연 목초 방목 '안전한 소고기'로 호주·멕시코산과 차별화가격도 한우의 4분의 1불과… 할인점 '홈에버'서 판매 시작

“모르셨나요? 뉴질랜드와 멕시코산 소고기도 있답니다!”

국내 소고기 시장에서 한우가 아닌 수입산이라면 미국산과 호주산을 대부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이 전면 금지된 이후 국내에서 수입 소고기라면 사실상 호주산이 독보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시장 점유율 76.4%로 거의 80%에 육박한다. 2003년 말 북미산 소고기의 광우병 파동으로 빚어진 결과다.

그럼 나머지는? 시장에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국내에는 뉴질랜드와 멕시코산 소고기도 들어와 있다. 이 중 멕시코산 비중은 1.9%로 워낙 미미한 편. 반면 뉴질랜드산 소고기는 22.1%나 차지한다. 결코 적지 않은 시장 점유율이다.

그럼에도 뉴질랜드 소고기는 아직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게 되는 유통 시장에서 그동안 판매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크다. 또 미국이나 호주산에 비해 홍보나 마케팅 판촉이 부족했던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뉴질랜드산 소고기가 올해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기만 했던’ 자세를 던져 버리고 자기 이름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뉴질랜드식육양모협회는 지난 2월 전국적 유통망을 가진 할인점 홈에버를 통해 뉴질랜드산 소고기 판매를 시작했다. 뉴질랜드산 소고기가 국내에 수입된 이후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 대형 유통매장에 진열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지난 뉴질랜드산 소고기는 수십 년간 국내에 수입돼 오면서도 소비자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호텔이나 대형 식당가, 학교나 회사, 공장 등 단체급식용으로 주로 공급돼 왔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열린 연회 행사나 대형 레스토랑, 구내 식당에서 먹었던 소고기 중에서는 뉴질랜드산이 대부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제인 쿰즈 뉴질랜드 대사(맨 왼쪽)등이 뉴질랜드산 소고기 바비큐 요리를 시연하고 있다.
또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되는 유통 경로도 기껏해야 일부 정육점에 국한되었다. 소비자들에게 뉴질랜드산이라고 내세울 만한 지명도도 그간 별로 없엇다.

뉴질랜드가 자국산 소고기 알리기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사실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8월 ‘뉴질랜드 자연이 키운 소고기’란 브랜드를 런칭한 것을 필두로 협회에서는 주요 호텔 및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공동 프로모션을 벌이며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또 제인 쿰즈 뉴질랜드 대사까지 나서 직접 소고기 바비큐를 구워주고 매장에까지 나오는 등 뉴질랜드 소고기의 맛과 품질 알리기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번 뉴질랜드산 소고기와 홈에버의 제휴는 국내 유통 시장의 환경 변화와도 관련이 깊다. 종전 뉴코아와 킴스클럽, 2001아웃렛 등을 운영해 오던 이랜드 그룹이 까르푸를 인수한 이후 새롭게 대형 할인점 ‘홈에버’를 출범시키면서 이마트 등 다른 할인점과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방안의 하나로 뉴질랜드 소고기를 선택하게 된 것.

좀 더 나은 품질의 상품을 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해야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데 뉴질랜드산 소고기는 육류 분야에서 품질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할인점 등 대형 매장의 바이어들이 그간 미국산이나 호주산 소고기가 잘 팔리고 있는데 굳이 뉴질랜드산이라고 소개하는 모험을 벌이기를 주저해 왔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뉴질랜드식육양모협회는 “2007년을 본격적인 소매 유통을 시작하는 원년으로 삼는다”며 “한국 시장 상황 추이에 따라 뉴질랜드산 소고기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해 앞으로 추가 소매 유통망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이번 뉴질랜드산 소고기의 홈에버 입점은 이제야 비로소 자기 이름을 걸고 소비자의 입맛 사로잡기에 도전장을 던진 격이다. 기존 한우나 호주산에도 맞서 시장의 평가를 받겠다는 각오를 보인 셈.

특히 뉴질랜드산 소고기의 국내 소매 시장 참여는 소고기의 ‘먹이 논쟁’을 야기시키고 있다. 다름 아닌 뉴질랜드산 소고기가 ‘자연의 풀만 먹인 청정육’이라는 주장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어서다.

흔히 외국산 수입 소고기는 크게 곡물비육우(Grain-fed)와 목초사육우(Grass-fed)로 나뉜다. 이는 사육 방식에 따른 분류다.

말 그대로 곡물비육우는 주로 곡물을 사료로 축사에서 키워지는 소고기를 일컫는다. 미국을 포함한 북미산은 대부분 곡물 사료를 먹이는데 이때 동물성 사료도 함께 사용되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동물성 사료는 광우병 등의 발병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소비자들이 수입육에 대해 우려하고 갖게 되는 부정적인 편견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목초사육우는 방목 상태에서 목초만을 먹고 자라나는 소고기를 가리킨다. 뉴질랜드와 대부분의 호주산이 이에 해당한다. 목초를 먹고 방목 상태에서 자라나기 때문에 곡물비육우에 비해 체내 지방 축적이 낮고 광우병 발병 확률 또한 낮아진다. 100% 천연 목초 방목의 뉴질랜드산 소고기가 ‘안전한 소고기’라고 힘을 주어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뉴질랜드 측은 그러나 같은 오세아니아 지역이지만 호주산 소고기와의 차별성도 부각시키고 있다. 호주 전체 소고기 생산 물량은 목초 사육우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 수입육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해 왔던 미국산 곡물 비육우의 맛에 길들여진 한국의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곡물비육우의 수출 비중을 자꾸 늘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럼 맛에 있어서는 어떨까? 이 점에서는 뉴질랜드산이 약간 꼬리를 내린다(?). 단적으로 마블링(근내 지방도)이 적어서다. 즉 꽃등심처럼 입안에서 살살 녹거나 붉은 살점에 적당히 지방이 어우러져 나는 감칠맛이 떨어진다. 홈에버의 김광천 축산팀장은 “눈으로 보기에도 적색육이 강하다”고 표현한다.

소들이 자유롭게 초원을 다니며 풀만을 뜯어먹고 지내기 때문에 몸안에 지방이 쌓이질 않아서다. 상대적으로 곡물 비육우는 마블링 상태가 좋은 편이다. 이에 대해 뉴질랜드측에서는 “소를 좁은 우리에 가둬놓고 운동량을 줄이며 열량 높은 사료를 먹이니 마블링이 생기는 것”이라고 “몸에 이롭지 않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많은 이들이 마블링이 잘된 소고기를 실제로 선호하고 값도 훨씬 비싼 편이다. 대신 마블링이 적을수록 소고기는 씹을 때 간혹 뻑뻑하거나 드라이한 면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제인 쿰즈 뉴질랜드 대사는 “고기를 바싹 굽지 않고 먹거나 탕이나 찜으로 요리하면 맛이 살아난다”고 조언한다. 협회 측은 ‘우리 입맛에 맞는 뉴질랜드 소고기 요리 베스트’란 책자까지 만들어 일반에 배포하고 있다.

뉴질랜드산 소고기는 소고기 가격에 또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우는 물론 호주산 소고기보다 더 싸게 판매되고 있다. 홈에버의 경우 뉴질랜드산 소고기는 갈비를 제외하고는 모든 부위가 100g당 1,000원 이하에 판매된다. 어떤 부위를 사도 한 근(600g)에 6,000원을 넘지 않는다.

불고기 기준 다른 고기가 2만4,000원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불과 4분의 1값밖에 되지 않는다. 시장에서 뉴질랜드산은 한우나 호주산에 비해 저렴한 것을 최고의 경쟁 무기로 삼고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산 소고기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여전히 유통망이 취약하고 소비자들의 인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 마블링 좋은 고기 맛에 길들여진 입맛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미국산 소고기가 여전히 수입 제한이 되고 있는 시장 상황은 뉴질랜드산 소고기가 시장에 발붙일 수 좋은 기회다.

여하튼 뉴질랜드산 소고기의 시장 반응은 즉각 나타나고 있다. 홈에버의 정의한 홍보부장은 “아직은 구색 갖추기 정도로 소규모지만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특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육류 전문가들은 “국내 소고기 값이 세계 최고로 비싸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뉴질랜드산 소고기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사실은 큰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는 나아가 소고기 전체 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전망한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