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 '머피의 법칙' 피하는 법장기적 관점 갖고 분할매수로 매입단가 맞추는 것이 바람직

2005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평균 56.2%. 은행 정기예금 이자의 10배가 넘는 고수익이었다. 지난해엔 증시 침체로 수익률이 마이너스 1.1%로 곤두박질쳤다.

반면에 해외펀드들은 20% 이상의 고수익을 올렸다. 이 때문인지 올들어 지난 3월 초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사상 처음으로 50조원대를 돌파했다.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펀드 숫자만 해도 1만 개를 훌쩍 넘은 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은행 이자율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몰려 펀드 상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히 펀드의 홍수 시대다.

넘치는 것은 펀드 상품만이 아니다. 펀드 투자 요령이나 수익률 비교 등을 담은 관련 서적이나 뉴스 등도 양산되고 있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투자자들은 오히려 당황하며 정확한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다.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고 상담해주는 필자로서는 ‘지금 고객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울까’라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할 정도다.

남들은 중국펀드로 대박 냈다던데

특히 연초에 정부가 해외펀드 비과세 추진을 발표함에 따라 해외펀드 투자 열풍이 불었다. 너 나 할 것 없이 ‘묻지마’ 형태로 해외펀드에 서둘러 가입했다.

비과세 대상에 해당되는 역내펀드의 설정액은 세 달 만에 두 배의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당초 이르면 2월에 시행될 거라 예상됐던 해외펀드 비과세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처리가 4월로 미뤄짐으로써 법안 통과 여부조차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당혹해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세계증시가 폭락해 일주일 동안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2% 넘게 손실을 입기도 했다.

손실의 정도는 중국 펀드가 심각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펀드 전성기였다. 주식형의 경우 평균 수익률이 75%를 넘은 데다 해외펀드 수익률 상위종목을 중국 펀드들이 독식했다.

그 바람에 지난해 12월 금융권에서 중국 주식시장의 버블 붕괴 가능성에 대해 경고성 발언이 잇달아 나왔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오불관언으로 올해 초까지 중국 펀드에 경쟁적으로 가입했다. 해외 펀드 투자자 중 10명 중 9명이 중국 펀드에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만족하고 있을까. 중국 증시의 거품이 꺼지면서 수익률은 역전되었다.

그래프만 보면 많은 사람들은 “그래, 난 너무 늦게 들어갔어. 좀 더 일찍 서두를 걸”하고 한탄할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속성이다. 이들은 대부분 막차를 탄다. 현재의 높은 수익률만 보고 투자하기 때문이다. 해외 펀드 투자뿐만이 아니다. 주식 투자에서도 흔히 뒷북을 쳐 상투잡기 십상이다.

내가 가입하면 수익률이 떨어진다?

개인 펀드 투자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난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하고 뒤늦게 한탄한다. 남들이 모두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것 같아 덩달아 가입했는데 어째 나만 수익률이 영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내가 가입하면 수익률이 떨어진다? 이게 과연 나의 불운 때문일까. 아니면 투자 방법에 문제가 있는 걸까.

앞서 두 예에서 알 수 있듯 펀드는 유행을 탄다. 왜 그럴까. 유행을 타는 펀드의 현재 수익률이 다른 상품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속성상 개인들은 대부분 현재 수익률만 보고 투자를 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역으로 그 펀드의 가치가 현재 고평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자연히 눈앞의 수익률만 보고 적립식이 아닌 목돈을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은 수익률이 떨어지면 그만큼 손실의 폭도 크다. 거치식펀드가 고수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지만 시장이 나빠지면 그만큼 위험도 크다는 방증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불운을 탓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원칙을 지켜 투자하는 것이 만일의 리스크를 줄이는 안전한 투자법이다. 그 쪽이 정신건강에 훨씬 이롭다. 특히 거치식펀드에 가입할 때는 더 조심해야 한다.

펀드투자에서는 고수익 못지않게 ‘저위험’도 중요하다. 쪽박을 차지 않기 위한 투자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체 투자금액 중 여유자금으로만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이를 두고 ‘부자의 투자법’이라고 한다. 10억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잃은 1,000만원보다 1,000만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잃은 1,000만원의 파괴력이 훨씬 크다. 후자의 경우라면 재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여유자금으로 투자할 때만 증시가 상승과 하락을 오가며 요동을 치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대응할 수 있다.

둘째, 도박을 피해야 한다. 개인 투자자들은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거나 손해를 보게 되면 앞으로 닥칠 위험을 생각하기보다는 높은 수익률의 유혹에 빠져 올인한다. 이는 분산 투자에 역행하는 것으로 일종의 도박 심리와 다를 바 없다. 그것은 금물이다. 자신의 투자 스타일에 맞추어 업종별, 상품별로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안전 투자의 철칙이다.

셋째, 전문가의 판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소위 펀드 관련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보다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물론 증시의 향방은 귀신도 모르는 일.

아무리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양한 실전경험을 했다. 또한 축적된 정보가 많으므로 지금이 저평가되어 있는지, 아니면 고평가 되어 있는지 정도는 감을 잡을 수 있다. 시장이 불안정할수록 전문가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다.

넷째, 분할 매수를 해야 한다. 내가 가입할 펀드가 향후 전망에 비해 현재의 변동성이 심하다면 일괄 매수보다는 분할 매수를 통해 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이 좋다. 이것은 적립식 투자 기법과 유사하다. 금융기관에 의뢰하면 분할 매수를 할 수 있다.

다섯째,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하락장을 견디지 못하고 펀드를 환매해 손실을 본다. 이는 자신의 투자에 대한 신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자신이 정한 원칙대로 포트폴리오를 정하고 투자했다면 하락장에서도 참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투자자라면 분명 그 보답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장기투자를 한다고 하여 미래에 어느 정도의 수익을 가져다 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험칙상 펀드시장에서는 ‘단기 투기자’보다 인내할 줄 아는 ‘장기 가치투자자’가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 중앙대학교 경영학 전공
- 케이리치㈜ 자산운용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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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동 케이리치 연구원 happyfp@kri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