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기술개발 열기, 지존 타이틀리스트에 테일러메이드·캘러웨이 도전장

한 해에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각종 대회를 치르느라 분주한 미국골프협회(USGA). 겉으로 드러내 놓고 말할 수 없는 고민을 한 가지 안고 있다. 다름 아닌 ‘공’ 문제다. 구기 종목의 특성상 언뜻 공이 잘 나가거나 구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민의 실상은 다르다. 공이 너무 멀리 잘 나가서다.

다시 말해 공이 너무 멀리 날아가면 종전 골프장 페어웨이 중간에 만들어 놓은 벙커나 해저드를 훌쩍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경기의 흥미로운 진행을 위해 의도적으로 설치해 놓은 장애물들이 무용지물이 돼버린다.

협회로서는 때문에 골프 경기의 재미가 반감된다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 골치 아픈 벙커나 해저드에 대한 고민을 덜게 된다. 자연히 스코어는 더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점점 더 멀리 날아가기 위한 골프 공 기술 개발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그리고 계속된 제품과 기술 경쟁은 최근엔 마침내 골프 공 메이저 메이커들 간에 치열한 ‘골프 공 대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골프 공 하면 먼저 타이틀리스트가 떠오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골퍼들 사이에 절대지존으로 통했던 공이다. 2000년 10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인벤시스 클래식에서 공식 데뷔와 동시에 우승을 차지해 관심을 끈 후 2007년 지금까지 주요 투어에서 900건 이상의 우승을 차지했다. 전 세계 사용률, 우승률 넘버원 골프 공이다.

특히 정확한 스핀과 그린 주변에서의 컨트롤(Drop-and-Stop™ 기술)로 투어 프로들과 상급 골퍼들이 선호하는 골프 공으로도 유명하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열렸던 17개의 모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대회를 석권하는 등 변함없는 인기와 신뢰를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타이틀리스트의 독주에 최근 도전장이 날아들었다. 테일러메이드와 캘러웨이 등 여타 골프 브랜드들이 골프 공 시장에 적극 진출하면서 기존 타이틀리스트 아성에 선전포고를 한 것.

특히 캘러웨이의 물량 공세는 위력적이다. 이미 다양한 종류의 골프 공을 시장에 선보이며 공세를 예고했던 한국캘러웨이는 올해 신형 골프 공 ‘핵스투어 56 (HX Tour 56)’을 선보이며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이미 국내 판매량 측면에서는 타이틀리스트를 앞질렀다고 공언할 정도로 내심 자신감도 감추지 않고 있다.

골프용품의 명가 테일러메이드 또한 골프 공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등 골프채에만 집중하는 듯 했던 테일러메이드는 원래 골프 공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신제품 골프 공 ‘Tour Preferred Red (투어 프리퍼드 레드, TP Red)’, ‘Tour Preferred Black (투어 프리퍼드 블랙, TP Black) 2종을 선보이며 골프 공 시장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테일러메이드의 골프 공 시장에 대한 의욕은 인적 자원의 스카우트 부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벌써 3년여 전 골프 공 시장을 평정했던 타이틀리스트의 핵심 개발자 중 한 명인 딘 슬렌을 공들여 영입한 것. 테일러메이드는 공 개발 핵심 인력의 과감한 스카우트와 엄청난 개발비 투자를 통해 탄생한 신제품이 선두권 도약을 견인할 대표 주자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 출시한 ‘테일러메이드 TP 시리즈’도 딘 슬렌 영입 후 거둔 첫 성과라는 것이 자체 평가다. 특히 이 공 개발에는 유명 프로골퍼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참여하기도 했다. 가르시아는 딘 슬렌과 함께 TP 시리즈 공 개발 때 무려 350가지 패턴의 공을 만들었는데 이 중 2가지 모델을 직접 골라내는 정성까지 보였다고 테일러메이드는 설명한다.

테일러메이드는 특히 PGA프로들이 테일러메이드TP 골프 공을 선택, 올해 벌써 현재 6승째를 올리고 있다고 역설한다. TP 공 사용자 대열에 새롭게 합류한 프로 선수인 레티프 구센, 대런 클라크, 나탈리 걸비스, 프레드 펑크와 숀 오헤어가 그들이다.

이에 맞서는 타이틀리스트의 수성 의지 또한 만만치 않다. 올 초 신제품인 ‘new Pro V1’과 ‘Pro V1x’를 출시하면서 타이틀리스트 본사의 제리 벨리스 세일즈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제품을 설명하는 자리도 가졌다.

현재 전 세계 골프 공에 대한 특허는 약 1,500개가 넘는다. 이 중 타이틀리스트가 보유한 특허는 3분의 1인 약 500개. 그는 “이 숫자는 현재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타이틀리스트가 시장에 데뷔한 이래 부동의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이런 독보적인 기술과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실제 타이틀리스트는 미 PGA투어와 LPGA투어, 유럽 PGA투어, 챔피언스 투어, PGA, LPGA Club Professionals, 대학, 주니어 볼 사용률 1위 등 미국 전국 투어 공 사용률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코리안투어 공 사용률도 1위이다.

브랜드마다 보유 중인 골프 공 기술도 화려하다. 타이틀리스트의 신제품 ‘new Pro V1’과 ‘Pro V1x’는 공기 역학상의 변화를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운다. 전체 딤플 패턴을 변화한 ‘물결무늬 접합’으로 볼 표면을 덮는 커버 면적을 1% 증가시켰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공의 접합라인은 역으로 최대한 줄였다.

캘러웨이의 ‘핵스 투어 (HX Tour 56)’ 골프 공은 이미 명성 높은 ‘HX Tour’ 골프 공 라인 연장선상에서 태어난 신제품으로 부드러운 타구감과 향상된 스핀을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r7시리즈 등 클럽부문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선도 브랜드인 테일러메이드사가 공 부문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내놓은 TP공도 최대 비거리를 결정하는 4개 구성요소인 ‘볼 스피드’, ‘백 스핀량(역회전)’, ‘론치 각도’, ‘공기 역학(체공시간)’ 등을 최적화한 ‘322PDP 딤플 디자인’ 기술을 강점으로 자랑하고 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