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1,500선 돌파… 국가신용도 상향조정 기대감 등으로 외국인 매수세 크게 증가수급 호전… 일부 신중론 속 '조정 거친 뒤 상승세' 낙관론 우세

FTA협상 타결로 인하여 증시의 상승무드가 이어지더니 마침내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돌파하였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9일, 심리적 저항선으로 간주되던 1,500선을 넘어서서 1,501.06으로 마감되면서 바야흐로 ‘지수 1,500시대’의 막을 올리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살펴본다면 증권선물거래소가 1980년 1월 4일을 100포인트로 하여 이를 기준삼아 코스피지수를 산출한 이래 27년 만에 처음으로 1,500선을 넘어선 것이다.

또한 코스피지수가 역시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지수 1,000선을 넘어선 89년 3월 31일(1,003.31포인트)로부터 따져 지수 1,000에서 1,500을 돌파하는 데 18년이 걸린 셈이다.

그동안 코스피지수는 1,500선을 향하여 상승하려고 할 때마다 암초에 걸려 오름세가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중국의 긴축정책 우려, 일본 엔화 캐리 트레이드의 상환 가능성, 혹은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불안 등의 강력한 글로벌 악재들이 그간 주가의 상승세를 가로막는 훼방꾼의 역할을 하였고, 증시의 수급 상황도 그리 좋지 않았던 터.

그러나 최근 FTA 협상이 타결되고, 이에 따라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 FTA로 인한 긍정적인 영향 등이 기대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다시 촉발되자 지수는 대망의 1,500선을 넘어설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지수 1,500선을 넘겼으니 당연히 시장의 관심사는 “여기서 더 오를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이라도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좋을까?”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나뉜다. 낙관적인 측은 일단 상승세에 불을 지핀 이상 코스피지수가 여기서 충분히 상승 폭을 더 늘려갈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며, 반면 다소 신중론을 펴는 측은 현재의 지수대가 부담스러우므로 조만간 조정 국면이 나타날 공산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낙관론자나 혹은 신중론자 모두 우리나라 주가의 장기적인 추세가 상승세라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낙관론자, 다시 말하여 일단 지수가 1,500선을 돌파한 이상, 주가가 계속하여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측의 논리는 수급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외국인 매수행렬, 추가 상승 예고

최근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외국인들은 작년만 하더라도 한 해 내내 우리나라에서 10조원 이상의 순매도 공세를 펼치며 지수가 오르는 것을 되레 방해하는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사정이 다르다.

외국인들은 다시 매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수가 1,500선을 넘어서는 데에 외국인들은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은 4월 초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집중하였고, 그 결과로 말미암아 지수가 1,500선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들의 매수나 매도 여하에 따라 지수의 방향이 크게 좌우되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외국인들이 최근 줄기차게 매수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 추가적인 상승세를 예고하는 증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낙관론자들의 생각이다.

또한, 지수가 심리적 저항선인 1,500선을 넘어서게 되면서 일반인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 요구도 주춤할 것이고, 또한 주식형 펀드로의 신규 유입도 늘어나면서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는 생각도 이들의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4월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지수가 1,500선에 이르지도 못하고 지루한 박스권 움직임을 나타내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욕구가 컸다.

더구나 베트남, 인도, 중국펀드 등의 성공적인 투자 실적에 비하여 우리나라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투자 실적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기에 일반 투자자들로서야 기회만 있으면 우리나라 주식형펀드를 재빨리 환매하고 기대수익이 높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싶었을 터.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일단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섰으니 오히려 펀드 환매 요구가 주춤할 공산이 높아진 것이다. 지금은 지수가 더 오르리라는 기대가 높아진 상황인 만큼 선뜻 환매하려는 욕구는 줄어들었다.

아울러 과거에도 지수가 1,000이나 1,200 혹은 1,300 등과 같이 중요한 저항선으로 간주되는 수준을 넘길 때마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경향이 높았다. 따라서 이번에도 주식형 펀드의 환매는 줄어들고, 오히려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늘어나면서 지수가 추가 상승하리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지수 1,500에 흥분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의하면 주가가 추가적으로 오르려면 무엇보다도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1분기 기업의 실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주 13일에 발표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4년 만에 가장 저조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한 그 이전에 실적을 밝힌 여러 기업의 경우도 그다지 뛰어난 실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우며 이번 주에 속속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주요 기업의 경우도 역시 시장에서는 실적이 좋을 것으로 기대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즉 근본적으로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는 상황에서는 주가가 곧장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신중론자들의 주장이다.

신중론자 '2차 중국발 쇼크' 경고도

아울러 지금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했으나 중국의 금융긴축 우려 혹은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가능성 등 악재가 언제든 재차 불거질 우려가 크다는 것도 신중론자들로 하여금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게 하는 이유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이번 주에 통화량, 물가, 산업생산, 투자 등과 관련된 많은 경제지표가 발표될 예정이다. 가뜩이나 경기 과열을 우려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으로서는 경제지표들이 예상보다 좋을 경우, 재차 금융긴축의 고삐를 잡아당길 공산이 높고, 그럴 경우 재차 ‘중국 발 쇼크’가 우리 증시를 엄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중론자들의 경우도, 주가가 1,500을 넘어서 쑥쑥 상승하기보다는 약간의 조정국면을 거치면서 숨을 고르고, 다시 오른다는 것이지 여기서 주가가 상승세를 그치고 아예 하락세로 돌아선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낙관론자이건 신중론자이건 시장의 방향에 대하여서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는 셈. 주가가 여기서 ‘곧장’ 상승세로 치달을 것인지, 아니면 ‘잠시 쉬었다가’ 주가가 재차 상승할 것인지에 대하여서만 의견이 갈리지, 시장의 궁극적인 방향에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이제 투자전략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낙관론자들의 주장대로 주가가 여기서 더 오르건 혹은 신중론자들의 생각처럼 약간의 조정을 거치건 어차피 여기서 주가가 한 단계 더 오를 것이라면, 계속적으로 매수 기조로 시장에 남아 있는 것이 현명하리라 판단된다.

과거의 경우에도 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겼을 때, 일부 투자자들은 이익을 실현한다는 이유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일단 죄다 매도하였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기고도 별다른 조정 없이 계속 상승하는 통에 이들 투자자들은 마치 ‘지붕 위 닭 쳐다보듯’ 별다른 대책 없이 그저 주가를 구경할 도리밖에 없었다. 물론 항상 과거에 그러하였다고 반드시 이번에도 또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주식시장이라는 곳이 워낙 불확실성이 많은 곳이어서 미래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수 1,000 혹은 1,500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를 고려한다면 아무래도 시장의 무게중심은 추가적인 상승론, 낙관론 쪽으로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하다.


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