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로 대화 주고받듯 '?裏?글'로 소통… 색다른 재미로 네티즌들에 인기

1인미디어 시대의 총아로 떠오른 블로그가 ‘작아지고’ 있다. 미니홈피를 거쳐 블로그 시대로 접어든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블로그도 귀찮고 시시하다는 건가. 아니면 단순함의 미학이 인터넷에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다는 말인가.

최근 한 줄의 댓글들만 쭉 나열해놓은 듯한 인터넷 사이트 세 곳이 거의 동시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댓글 포털’ 같은 모습이다. 한두 줄의 댓글 같은 글들이 나열돼 있다. 시시각각 새로운 글들이 올라온다. 하지만 댓글은 아니다. 어떤 글에 자신의 생각이나 감상을 덧붙이는 것이 댓글이라면, 이 글들은 덧붙이는 글이 아니다. 그냥 자신의 감상이나 생각을 바로 한두 줄로 써놓은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밥먹을때 젓가락이 없어 빼빼로로 젓가락질하면 인생 막장인가효?”

“봄날의 곰이 되고싶어요.”

“하악하악... 모니터를 질렀더니... 다른 지름신들이 함께 납시네요 ㅜㅜ ====> 스펙트럼안테나”

“오늘 점심은, 피자.피자.피자."

댓글같지만, 댓글은 아니다. 이 한두 줄의 글에 진짜 댓글들은 따로 달려있다. 그렇다면 뭔가.

"바쁜 블로거들을 위해 태어났다"

이 ‘기묘한’ 서비스의 첫 테이프는 미투데이(www.me2day.net)가 끊었다. 지난 2월25일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뒤이어 플레이톡(www.playtalk.net)이 이어받았다. 이들 서비스는 개시한 지 채 한 달도 못 돼 블로거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이른바 ‘미니 블로그’ 열풍을 이끌고 있다.

미니 블로그란 말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짧은 글만을 올릴 수 있게 만든 블로그 서비스다. 일반적으로 블로그는 긴 글들이 많다. 글뿐이 아니라 사진, 동영상 등을 곁들여 나만의 멋진 편집기술을 뽐낸다. 담배 한 대 또는 차 한 잔 마시면서 머릿속을 정리하며 글을 만들어낸다. 이걸 소위 ‘포스팅’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포스팅 작업은 꽤 신경쓰이는 일이다. 시간도 제법 필요하다. 이 때문에 블로그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블로그를 만들어 운영하고 싶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자신만의 미디어를 만드는 가욋일에 정력을 쏟기란 여간해서는 엄두내기가 쉽지 않다.

미투데이의 첫 화면에는 ‘바쁜 블로거들을 위해 태어났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작은 블로그를 배정받는다. 이곳에서 자신만의 한 줄 포스팅을 올리면 첫 화면(홈페이지)에 자신의 글이 올라온다. 플레이톡이나 스프링노트도 기본적으로 같은 컨셉이다.

이곳에서는 기본적으로 장문의 글은 안 된다. 이곳 미니 블로그에서는 원천적으로 긴 글을 차단한다. 쓸 수 있는 글자수가 제한돼 있는 것이다. 사진이나 동영상은 올릴 수 없다. 올릴 이유도 없다.

짧은 글인 만큼, 쓰기도 쉽고 이용하기도 쉽다. 그저 한 줄, 생각나는 것을 적어 올리면 된다. 순간적으로 올린 글에 또 순간적으로 댓글이 붙는다. 누군가 새 글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댓글을 붙이고 ‘공감’ 한다는 표시를 붙인다. 마치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받는 듯하다. 블로그와 댓글, 메신저 서비스가 결합된 듯한 이런 색다른 ‘재미’는 순식간에 블로거들의 입을 통해 전파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블로그, 메신저, 댓글이 만났다.

미니 블로그의 선풍적인 인기는 국내 블로거들의 집합소 ‘올블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투데이가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바로 그날, 올블로그에는 미투데이를 알리는 블로거들의 포스팅이 들끊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한동안 올블로그는 ‘미투 열풍’이라 할 만큼 미투데이 서비스 얘기가 줄을 이었다.

미투데이는 변변한 홍보 활동도 없이도 놀랄 만한 선전효과를 보이며 단번에 인기 사이트로 떠올랐다. 미투데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더블트랙의 박수만 사장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지인들에게만 연락을 했을 뿐인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며 놀란 표정이다.

뒤이어 서비스를 시작한 플레이톡도 마찬가지. 이들은 순식간에 ‘미니 블로그’란 말을 만들어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 사용하기가 쉽다는 점이다. 이메일과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회원이 될 수 있고, 이후에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단 한 줄을 적어넣으면 된다. 이 같은 편리함과 단순함이 미니 블로그의 열풍을 이끌고 있다.

열풍의 현장에는 늘 정치인들이 빠지지 않는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당의장은 어느새 플토커(플레이톡 회원을 일컫는 애칭) 활동을 시작했다. 대선주자의 한 사람인 정 전 의장의 플토커 활동은 미니 블로그의 인기를 방증한다. 소설가 이외수도 플토커다. 강원도 화천에서 한 줄 한 줄 그날의 감상을 적어 올리고 있다.

미니 블로그 열풍은 한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미국에서도 트위터(www.twitter.com)란 이름의 미니 블로그가 이미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복잡한 디지털 시대에 단순함의 미학은 전 세계 네티즌들이 공감하는 코드인 모양이다.

“아직 선보이지 않은 것도 많아요. 미투데이를 플랫폼으로 활용해 다양한 실험들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박수만 더블트랙 사장은 감춰진 서비스가 많이 남아 있다고 자신한다. 미투데이는 현재 시범서비스 중이다.

미니 홈피에 이어 미니 블로그 전성시대가 올 수 있을지, 미니 블로그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과 서비스로 변신을 할지 네티즌들은 주시하고 있다. 벌써 블로그와 워드프로세서의 개념을 결합한 스프링노트(www.springnote.com)가 블로고스피어에서는 주목할 만한 사이트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