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가정의 재테크 전략… 구체적 소비계획과 재무설계로 30대 때부터 미래 대비해야

'10년 안에 10억 벌기'에 도전해 재테크 전략 짜기에 여념이 없는 박범영 진은주 부부. 박서강 기자
결혼한 지 2년된 김씨 부부는 맞벌이로 연간 5,000여 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30대 초반의 부인은 벤처회사에, 30대 중반의 남편은 대기업에 다닌다.

소득 대비 저축률은 15%가 조금 넘고 지출은 일반 가정의 평균보다 많은 편이다. 그 때문인지 아직까지 모아둔 돈이 적다. 이러다 나이 들어 고생하는 것이 아닌가 은근히 걱정되기도 한다. 그래서 김 씨 부부는 뭐가 문제인지를 재무컨설팅을 받기 위해 필자를 찾아왔다.

매달 받는 돈이 뻔한 샐러리맨들이 재테크를 한다는 게 말이 쉽지 실천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자녀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내 집 마련 부담은 커졌고, 거기다 고용불안에 창업 등을 생각해야 하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된다. 남들이 다 재테크를 한다니까 신문이나 TV,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자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져 도무지 헷갈린다.

일반적으로 맞벌이 부부가 외벌이 부부에 비해 소득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 때문인지 악착 같이 돈을 벌어야 하겠다는 절박함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번 달에 많이 지출했으면 다음달에 메우면 된다는 느긋함을 지녀 재테크의 필요성도 덜 느낀다. 그래서 방심하게 되고 지출을 늘려 오히려 외벌이 가정보다 저축률이 낮은 경우가 허다하다. 똬한 저금리가 지속되다보니 저축 의욕도 예전 같지 않다.

맞벌이 부부의 소비성향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개인과 가족의 향후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해 지출 여력 범위 내에서 건전한 소비를 해야 함에도, 많은 맞벌이 가정은 미래의 가처분소득까지 미리 써버리는 경향이 많다. 현재 소득 중 상당 부분은 지금 당장 쓸 돈이 아니라 훗날을 위해 비축해야 하는 ‘미래 가처분소득’이다.

두 번째 특징은 소비나 투자에 대해 과감하게 결정을 내린다. 대출 이자 불감증으로 인해 무리하게 빚을 내 내 집 마련에 나서거나 외식과 문화생활 비용을 과다하게 지출한다.

특히 여성의 소득이 높을수록 가계의 평균 소비지출 규모는 커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가격이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서고 은행 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가계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연히 저축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맞벌이 부부의 50%는 생계형 맞벌이이며, 김 씨 부부처럼 둘 다 화이트칼라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경우는 적다. 하지만 생계형 맞벌이 가정도 둘이 벌어 먹고살기에 빠듯해 생활비 지출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맞벌이 부부는 이제부터라도 명목소득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실질소득을 염두에 두고, 버는 돈보다 모으는 돈이 미래의 풍요로움을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지금 편하자고 계획 없이 돈을 써버리면 미래의 많은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 맞벌이를 통해 전체 소득 규모를 조금이라도 늘렸으면 그것은 미래의 기회를 하나 더 가진 것이다. 그 기회를 잘 활용해야 노후에 풍요를 즐길 수 있다.

맞벌이 부부가 돈을 모으려면 여섯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두 사람이 협의하여 돈 관리를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것이 좋다. 신혼 시절에 경제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경우가 있을 것이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각자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각자가 번 돈을 따로 관리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은 중복 지출과 비효율적인 자금 관리로 돈을 모으는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선 부부 중에 돈의 흐름을 잘 읽고 이재에 밝은 사람이 돈 관리를 전담하는 게 바람직하다.

둘째, 가족의 금융거래도 한 사람의 이름으로 집중해야 한다. 한 사람 명의로 주거래은행을 선정하고 거래하면 더 많은 금융혜택을 받을 수 있다. 명의는 가급적 소득이 많은 사람 이름으로 하는 게 좋다. 또 맞벌이 부부 중 직장인 명의로 하면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도 덤으로 받을 수 있다.

셋째, 신용카드는 가족 공동으로 만들어 사용해야 한다. ‘현대인들의 필요악’ 이라 불리는 신용카드는 잘만 사용하면 많은 혜택을 누리지만, 잘못 사용하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특히 여성이나 젊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 소비지출 지수가 높은데, 80% 이상이 신용카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부 간에 사용 내역을 체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가족 신용카드를 발급 받으면 소비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수료와 포인트 등의 혜택을 받는 데도 유리하다. 가족카드는 소득이 높은 사람 이름으로 발급받도록 한다.

넷째, 부부 중 한 사람의 소득 전부를 저축해야 한다. 30대는 재테크와 관련해 정말로 중요한 시기이지만 대부분 저축률이 낮다. 노후를 생각한다면 무분별한 소비 유혹을 이겨내고 종자돈 모으기에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 몇 년 뒤에는 자녀 교육비, 내 집 마련 대출, 건강관리비 등 돈을 써야 할 곳이 동시다발로 닥쳐온다. 그때를 대비해 저축률은 최소한 4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좋다. 30대가 종자돈 마련에 최적의 시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저축하는 자금의 목적에 따라 통장을 구분해 개설해야 한다. 아파트 청약을 위해선 주택청약저축에, 비과세와 소득공제를 원한다면 장기주택마련저축에 가입하는 게 좋다. 연말정산의 소득공제를 의식한다면 절세형 연금보험에, 만일의 사고나 질병에 대비하려면 보장성 보험에 드는 것이 유리하다.

목돈 마련을 염두에 두고 3년 동안 저축하기를 원하면 적립식 펀드나 거치형 펀드가, 7년 이상을 장기적으로 저축할 경우엔 변액상품이 유망하다. 만약 일시적으로 급전이 필요하다면 통장을 깨지 말고 기존에 가입한 금융상품을 담보로 단기 대출을 받는 것이 이득이다.

여섯째, 노후 자금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노후란 먼 날 얘기가 아니다. 퇴직 이후를 위한 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내 집 마련처럼 10년 이상을 준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정 금액을 연금상품이나 변액상품에 가입하면 복리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도 있다. 노후 자금은 일시에 모아지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가계 사정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30대 때부터 제2의 인생에 여유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유교 사상 영향으로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남자는 외부 경제활동을 책임지고 여성은 집에서 육아와 가사를 맡아왔다. 그러나 이젠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가정 경제를 공동으로 분담하고 책임지는 구조로 의식이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주부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미래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시기별로 언제 어떤 것을 달성할지, 집은 어떻게 늘려 나갈지, 부족한 자금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자녀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일단 오늘 저녁 남편과 함께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가족의 미래를 진지하게 대화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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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성 팀장 richman@kri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