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소주에 사이다, 막거리에 오미자즙…우리술 세계화 위한 전통주들의 대변신, 세계시장 진출 가능성 열어

프랑스의 와인, 독일의 맥주, 러시아의 보드카, 멕시코의 데킬라 등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외국의 술 이름들이다. 그런데 국내의 전통주 소비는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 술의 세계화를 위해 ‘전통주들의 대변신’이 시작되고 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하고, 새롭게 포장된 전통주로 외국인들에게 다가가 세계 시장을 공략해 보자는 취지다. 첫무대는 지난 10, 11일 서울 남산한옥마을에서 열린 ‘2007 전통주와 전통음식의 만남’이었다.

농림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 한국전통주연구소(박록담 소장), 한국전통음식연구소(윤숙자 교수)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 행사의 목적은 ‘전통주의 세계화’다.

특히 올해 행사는 정부와 공기업, 학계와 연구소가 함께 나선 관ㆍ공ㆍ학ㆍ민 공동 주최인 데다 전통주와 전통음식을 연구하는 국내 대표적인 두 민간연구기관이 같이 팔을 걷어붙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틀간 계속된 행사에서 우리 전통주의 세계화 가능성을 또렷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시도는 ‘전통주 칵테일’. 서양의 양주처럼 우리 술도 충분히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해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안동소주와 사이다, 청주와 매실청, 막걸리와 오미자즙…. 전통주 칵테일을 만들기 위한 우리 술로는 우선 청주와 증류 소주, 그리고 심지어 막걸리까지 가능하다. 이들 주종과 함께 섞는 것은 과일즙이나 과일 주스, 그리고 탄산 음료이다.

안동소주처럼 도수가 높은 증류 소주는 서양의 위스키나 보드카처럼 칵테일 재료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양식 칵테일의 기본 그대로 우리 소주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

과일주스를 더하면 과일향이 나고 탄산음료를 섞으면 톡 쏘는 맛이 일반 칵테일 그대로다. 칵테일을 만들면 고도주인 증류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내려가 술을 못 마시는 이들에게도 부담이 덜 가는 것도 부수적인 효과다.

쌀로 빚은 맑은 술인 청주 또한 칵테일로 만들면 부드러운 맛을 낸다는 소리를 듣는다. 13도 내외의 저도주이고 투명한 색상에 맑은 술이란 것도 칵테일 재료로 매력 만점이다.

특히 막걸리가 칵테일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자못 충격적(?)이다. 희뿌연 색상의 탁한 이미지의 술임에도 막상 과즙을 섞어 놓으면 향과 풍미가 살아난다. 특히 오미자나 복분자, 딸기즙, 포도즙과 환상의 궁합을 이루고 꿀까지 넣어 주면 단맛이 더해져 더욱 맛이 살아난다.

전통주 칵테일을 행사에서 처음 접한 20여 명의 주한 외국대사 일행들의 반응은 “환타스틱”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서양의 칵테일 못지않게 ‘맛이 좋다’며 호응을 보여줬다. 놀랍게도 ‘그게 어울릴까’ 싶은 막걸리 칵테일조차 의외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 ‘막걸리 칵테일의 성공’ 기대감까지 부풀렸다.

우리 전통주가 세계로 나가려면 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윤숙자 전통음식연구소장은 “우리 술을 내세울 때 우리 음식과 함께라면 더욱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름하여 ‘주안상’ 문화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술과 함께 어울리는 음식을 맞춰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셨는데 그것이 바로 술상 차림, 즉 주안상이라는 것이다. 술도 음식의 하나라고 인식한 조상들이 몸에 해가 되지 않고 약이 되도록 술을 마신 데서 유래했다.

윤 소장은 “옛날 조리서들을 살펴보면 음식 얘기가 50%고 나머지 절반은 모두 술에 대한 기록”이라고 소개한다. 그만큼 술은 한국 음식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고 선조들이 남겨놓은 그 같은 술 문화를 외국인과 해외에도 그대로 내세우면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것.

일례로 와인과 치즈, 맥주와 소시지가 항상 같이 따라붙는 것처럼 우리 전통주에도 주종에 따라 어울리는 안주 음식들이 있다. 육포와 금귤정과, 대구어포, 곶감쌈, 잣솔 등이 대표적인 전통 안주들이다.

명가의 주안상차림 중 밀양 손씨 인묵재 손성증 종가(교동 한정식)는 가양주인 교동방문주(황금주, 스무주)가 나올 때 항상 쇠고기 육포가루와 삶은 달걀노른자, 명태 보푸라기 다식 등이 함께 내놓는다.

또 전남 함평의 한양 조씨 조현선 선생댁은 강주를 내놓을 때 애저찜과 편적을 덧붙인다. 실제 이번 행사에서도 외국인들은 주안상차림에 큰 관심을 보이며 ‘더 달라’는 소리를 연발했다.

특히 우리 전통주는 계절별로 주안상차림을 달리한다. 예컨대 5월 단오에는 창포주와 앵두편, 제호탕 등이, 6월 유두에는 탁주와 밀쌈, 어선 등이, 9월 중양절에는 국화주와 신선로 너비아니, 호박고지시루떡, 화채 등이 어울린다.

무엇보다 전통주와 연관해서 한국인의 해장 문화는 세계인들에게 ‘독특한 문화’로 지적되고 있다. 술 마신 다음 속을 풀어 주고 위를 보호해주며 빨리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주는 문화가 풍부하게 발달한 사례는 다른 나라에서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

다양한 종류의 해장국만이 아닌 해장죽과 해장떡, 해장차들 또한 한국의 전통주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상차림 메뉴다. 해장용 음식으로는 비타민을 공급해 주고 고단백질을 함유한 영양가 높은 재료들이 공통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전통주의 세계화를 위해 술 문화의 개선도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폭음하는 음주 문화는 결코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고 우리 술이 세계화되는 데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술 문화의 바람직한 대안으로는 향음주례가 제안된다. 향음주례는 술을 환락의 도구나 객기를 부리는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또 지나치게 마심으로써 부모를 섬기는 일에 소홀하고 가산을 탕진하거나 건강을 해치는 일이 잦은 것을 경계하여 옛 성현들이 제정한 ‘술마시는 예법’이다.

술자리에서 올바른 예를 세우기 위한 방안으로 술 마실 때 의복을 단정히 하고, 음식과 그릇을 청결히 하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분명히 말하며, 절도 있는 태도를 가질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농림부 장승진 식품산업과장은 “외국인들에게 우리 고유의 술과 음식, 식문화 체험을 통해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주와 음식 수요층을 찾아내고 한식 세계화의 기초가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 전통 식문화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전 세계 130여 개국에 방영, 한식의 세계화에 본격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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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