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자금 대출 금리 인상 지속, 가산 금리도 '현실화' 명목으로 인상 예고

7월부터 주택금융공사법이 바뀌면서 주택자금 대출의 가산 금리가 상승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 교과서에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가격이 결정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주식이건 선물이건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가격이 결정되며, 이는 금리의 경우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금리의 수준을 결정할 공급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의 하나는 시중의 통화량이 될 것이고, 반대로 수요를 좌우하는 요인으로는 시중의 경기 전망, 인플레이션 등이 있겠다.

지난 7일, 한국은행은 3월 말 기준으로 광의유동성(L)의 잔액이 1,875조 8,000억원으로 지난달보다 17조 5,000억원(0.9%)이 증가했다고 발표하였다.

특히 한국은행의 같은 통계에 의하면 3월 중 시중 유동성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무려 12.3%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로 따진다면 유동성은 2003년 2월에 12.9%가 늘어난 이후 4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셈이다.

이처럼 시중의 유동성이 급증한 것은 올 2월부터 정부의 토지 보상금이 지급되면서 그것이 잔뜩 시중에 풀렸기 때문.

여하간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있으니 이론적으로 말한다면 시중의 금리는 하락하여야 정상이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시중의 금리는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특히 주택자금 대출의 기준이 되고 있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의 상승세가 더 큰 문제이다. CD금리는 지난 한 달 사이에 0.06%포인트 오른 바 있는데, 5월 들어서는 상승세가 잠시 주춤하는 듯 하였으나 지난주에 다시 0.01% 포인트 상승하면서 재차 오르는 쪽으로 힘을 내는 모습이다.

그런데, 금리가 0.07% 포인트 오른다는 것은 물론 무시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반면에 그리 큰 일이 아닌 것으로도 치부할 수 있을 터. 하지만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주택자금 대출의 경우, 기준이 되는 금리만 오른다면야 행여나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왜냐하면 기준 금리도 기준 금리이거니와, 가산 금리마저 인상될 가능성도 잔뜩 도사리고 있어서 그게 더 큰 문제인 것이다.

물가 상승세가 금리 상승 유발

우선, 의문부터 풀어보자. 시중에 돈이 잔뜩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왜 금리가 들먹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선 물가의 상승세가 조금씩 채권 시장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생산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중 생산자 물가는 전월 대비 1.1% 상승했고,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도 2.5% 상승하면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물가가 크게 염려스러운 것은 아니나 금융시장으로서는 안심하고 있을 때만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것이 고스란히 금리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4월 중의 물가가 오른 것은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반영된 탓이 크지만 여하간 물가가 들먹이는 것이 금리의 상승세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 것은 분명하다.

두 번째로는 경기와 관련이 있는데, 최근 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기지표가 뚜렷하게 호전되는 기미가 나타나자 금융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금리 상승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아지면 대출 수요가 늘어 날 터이고, 그렇게 되면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기 지표가 좋아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니 이를 이용하여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채 선물시장에서 채권의 매도세를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의 매도세가 많아지면 채권가격이 하락하는데 이는 곧바로 채권의 수익률, 즉 금리가 상승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세 번째로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계 금융기관의 단기 외화차입금이 급증하자, 통화당국이 이를 제한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그것이 고스란히 시중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제까지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국내 기업체와의 선물환 거래에서 발생한 선물환 매수 포지션을 카버하기 위하여 현물환으로 달러를 매도하고, 매도한 달러를 해외에서 단기로 차입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물환으로 달러를 매도하였으니 의당 그 대가로 원화가 생길 것이므로 사실상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달러를 단기로 차입하여 원화로 바꾸어서 쓰고 있었던 셈. 이것으로 인하여 단기 외채가 급증하는 결과가 되자, 당국은 외국계 금융기관의 달러 단기차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돈줄이 막히게 된 외국 금융기관들은 서둘러 그간 보유하고 있던 국내 채권들을 매각할 수 밖에 없었고, 그게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금융시장의 동향을 잘 알고 있으며, 금리가 현 수준에서 더 오르는 것을 마냥 좌시하지는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그러나 금리가 당장에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문제이다.

특히 금융시장은 ‘현상’보다는 ‘기대’에 의하여 움직이는 경향이 높다. 최근처럼 시중 유동성이 크게 늘어나고 인플레이션을 위협하는 상황이라면 당국이 통화량을 줄이려는 정책을 사용할 수 밖에 없을 터.

그렇다면 시장에서의 ‘금융 긴축’ 전망으로 인하여 금리에는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기에 금융시장에서는 당분간 우리나라의 시중 금리는 최소한 내리지는 않으리라고 여기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니 주택자금 대출의 경우, 기준이 되는 금리는 계속 오르거나 혹은 최소한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가산 금리마저 들먹이고 있어 빚을 얻어 집을 산 사람들에게는 점점 난처한 상황이 되고 있다.

시중 은행들, 가산 금리 줄인상 예상

그동안 주택자금 대출은 각 은행들 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가산 금리가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적용되었다. 그러나 정부가 주택자금 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 데다 은행 간 과당경쟁 양상이 다소 완화되자, 그 여파가 되레 가산 금리 인상 쪽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서로 경쟁하느라 가산 금리를 올리지 못하였던 은행들이었지만, 이제는 슬금슬금 금리를 조정하고 있다. 그 신호탄을 쏜 곳이 바로 외환은행이다.

외환은행은 5월 들어 금리를 ‘현실화’한다는 명목으로 가산 금리를 0.15% 포인트 인상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아직까지는 이에 동조하는 은행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으나, 은행의 속성으로 미루어 금세 다른 은행들도 가산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다, 7월부터 새롭게 바뀌는 '주택금융공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도 주택자금 대출에는 가산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회사들은 주택자금을 대출할 때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에 일정한 금액을 출연하여야 한다. 그런데, 개정안에는 출연요율을 최고 0.3%로 규정하고 있어 이전에 비하여 은행의 부담이 0.135%포인트 늘어나게 되었다. 이는 고스란히 주택자금을 대출받고 있는 사람에게 전가되어 가산 금리가 인상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이제까지 출연금을 납부하지 않던 중도금 대출과 주택구입자금에도 출연금을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중도금 대출이나 주택구입자금을 목적으로 대출받은 사람의 경우는 0.135%포인트가 아니라 무려 0.3%포인트나 가산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결국, 기준이 되는 CD금리가 0.07%포인트 인상되었고, 가산 금리가 ‘현실화’되면서 0.15%포인트 올랐으며,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출연금이 인상되면서 최고 0.3%포인트의 인상효과까지 나타날 작정. 더구나 당분간 시중금리가 내릴 가능성도 낮은지라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도 아직은 이르다. 이래저래 주택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등만 휘어질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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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