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슈로 떠오른 경부운하 경제성 논란"일자리 창출·국토균형발전" vs "시대착오적 발상·고비용 저효율 시설" 팽팽정치권은 물론 학계·경제계에서도 찬반 갈려, 경제논리에 따른 검증 필요

말도 많은 경부운하. 경제성 측면에서 과연 짓는 것이 좋을까?

운하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과 수익성은 차치하고라도 운하가 생긴다면 얼마나 큰 배가 다닐 수 있는 것인지, 어떤 짐들을 싣고, 배가 다니는 데 걸리는 시간은 또 어느 정도 걸릴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부운하 건설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은 결코 정치 논리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앞장서 주창하고 있기 때문. 대선 날짜가 다가오면서 경부운하의 실현 가능성을 놓고 다양한 토론회도 펼쳐지고 있다. 특히 대선이 가까워 질수록 경부운하를 둘러싼 논쟁과 격론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일 열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경부운하 건설제안에 대한 정책 검증 토론회’와 10일 이어진 환경재단 136환경포럼에서 주최한 '경부운하 건설 찬반 대토론회'는 대표적인 공개 토론 자리.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열띤 논쟁이 오고 갔지만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는 않고 있다. 경부운하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항목별로 조목조목 찬반 양론의 주장을 살펴 본다.

▦ 경부운하 찬성 논리는?

충주호에서 월악산을 관통하는 25km의 터널을 뚫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전체 길이 550km의 대수로를 만든다는 것. 하천의 수량 부족이 예상되지만 운하 가동을 위해 수심을 5m 이상 확보가 불가피하며 이를 위해 높이 20~25m의 댐이나 보 15개와 갑문이 필요하다. 특히 갑문은 지형과 수위의 고저차를 해결하는 데 절대적 역할을 담당한다.

경부운하 건설을 주장하는 이 전 시장 측과 한반도대운하연구회는 운하가 건설되면 하천 준설로 범람을 예방할 수 있고 건설자재를 얻게 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50개 정도의 건설사가 전 구간에 일거에 투입돼 착공할 경우, 4년 만에 완공이 가능하다는 것.

운하가 건설되면 수계가 풍부한 남한강의 물을 만성적으로 수량 부족에 시달리는 낙동강과 연결해 수자원과 수질 보전을 기하고 일자리 창출, 관광산업 육성과 국토 균형발전, 물류비용 절감 등의 경제발전도 기대된다고 밝히고 있다.

▦ 경부운하 반대 논리는?

경부운하는 실현 불가능한, 실현돼서도 안 되고, 실현될 수도 없는 허구라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골자다. 운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다나 강 등 기존에 주로 이용하던 수로를 연결하는 것이고 대형 물동량을 육로나 해로보다 더 빠르게 운송할 수 있어야 하는데 경부운하는 이런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화물 운송에 내륙 수로를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고 대부분 도로가 이를 대신한다. 또 바다를 활용한 해로 운송도 거의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특히 외국의 경우도 운하를 이용한 화물 운송량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추세며 건설됐지만 전혀 사용되고 있지 못한 운하도 많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독일의 경우 분단 전에는 운하를 통한 물동량이 20%였지만 지금 13% 내외로 감소했고 영국은 심지어 총연장 3만 5,000km 길이의 주운(강과 운하)이 있지만 거의 이용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운하는 도로가 발달하지 않고 항공 등 다른 대체 수단이 별로 없었던 시절, 즉 19세기형의 운송체계라고 반대론자들은 결론 내리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 한국에서 운하 건설은 시대착오적인 역발상이라는 것.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은 “남들은 다 그만두고 있는데 우리는 이제 ‘도로나 항공 등 다른 물동량을 운하로 흡수하겠다’고 거꾸로 뛰어드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 자연조건과 수량은 적절한가?

평지가 많은 지형 구조를 갖고 있는 유럽은 예로부터 수로, 즉 운하를 활용할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산이 많고 하천 흐름의 굴곡이 심한 우리나라는 경우가 다르다. 이는 하천이 물을 품고 있는 수량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홍수기와 갈수기의 유량 차이를 나타내는 하상계수란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무려 392:1이나 된다. 하지만 독일 라인강의 경우 18:1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강수량은 우리가 더 많아도 비가 많이 올 때와 오지 않을 때의 차이가 너무 심해 사시사철 운하가 안정적으로 가동되기 힘든 이유라고 반대론자들은 주장한다.

▦ 운하는 무엇을 실어 나르나?

대형 화물선이 운행하는 운하는 기본적으로 덩치가 크고 무거운 벌크 화물을 주로 실어 나른다. 자동차와 철강, 시멘트, 석탄 같은 것들이다. 찬성론자들은 이런 화물들은 속도에 관계없이 빨리 운송될 이유가 없어 운하 수송의 주요 상품이라고 말한다. 또 앞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수입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컨테이너 등 운하 수송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시멘트의 운송 흐름은 경부운하와 일치하지 않는다. 즉 경부 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운하와 교차 방향, 즉 강원에서 서해안 방향으로 대부분 이동하고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유연탄은 경부운하를 타고 서울과 수도권으로 운송될 일이 전혀 없고 양곡 또한 운하로 실어 나를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들은 “찬성론자들이 처음 시멘트 얘기를 하다 이 사실을 알고 난 이후 지금은 아예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컨테이너 또한 종전 부산항 의존 일변도에서 최근 인천과 평택항으로 분산 하역되고 있어 수요가 오히려 작아지고 있다며 “FTA로 인해 발생할 추가 수요도 억지로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반박한다. 운하를 개설해도 나를 화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 물류비용 절약은 얼마?

운하 건설 진영은 내륙 주운은 도로 운송에 비해 수송비가 저렴하고 에너지가 절약된다고 기대한다. 물류 비용이 도로의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운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 또 석유 수입규모를 줄이게 돼 외화절약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대 진영은 국내 철도는 도로보다 이용 요금이 싼데도 많은 화주들은 도로를 이용하고 있다는 예을 들어 반박한다. 도로는 전체 물동량의 90%를 담당한다. 수송시간과 수단의 용이성 때문인데 철도보다 훨씬 느리고 수송 단계도 복잡해 질 수밖에 없는 운하는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

특히 우리나라 도로율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중·상위권에 속한다. 중부, 대진 등 내륙고속도로들이 거물망처럼 깔려 있고 경부고속철도 이용자가 늘면서 기존 경부선이 화물전용선으로 활용될 수 있는 여지까지 감안하면 굳이 운하까지는 필요 없다고 강조한다. 운하 말고도 기존의 대안이 많다는 근거이다.

▦ 연안 해운과 운하 어느 게 낫나?

3면이 바다인 국토의 특성상 운하 대신 연안 해운을 따라 수송하는 안도 제시된다. 그러나 이는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운항경로가 길고 더 많은 비용이 든다. 또 바다는 파도가 약간만 높아져도 바지선이 다니기 어렵다. 운하 건설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를 근거로 든다.

하지만 반대 진영은 운하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4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1개의 갑문을 통과하는데 1시간씩 소요된다고 하면 갑문이 10개라면 10시간이 추가로 걸린다고 주장한다. 하역과 선적까지 감안하면 더 걸릴 수도 있다. 부산에서 인천까지 연안해운을 이용하면 현재 38시간이 걸리는데 그것보다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 공사기간은 얼마 걸릴까?

사업 부지가 대부분 국공유지 내 하천부지여서 민원 발생이 적은 만큼 장애 요인은 많지 않다고 건설론자들은 주장한다. 다만 고지대의 20여 km 터널 공사가 최대 난제라는 것.

반대론자들은 “독일의 71km 마인·도나우 운하도 정치적 논란에 휩싸여 공사 중단 기간을 빼고서도 완공에 무려 20년이 걸렸다”며 “530km 운하는 전 구간 동시 건설에 나서도 10년 이상이 걸릴 것은 뻔하다”고 반박한다.

▦ 건설비는 얼마나 드나?

운하 건설에 드는 비용은 17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유지 보수비는 제외한 수치. 수질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막대한 비용이 추가될 가능성은 있다. 경부고속철도 공사의 경우도 당초 예산이 5조 8,000억원이었지만 실제로는 18조원이 넘었다. 20.5km의 터널, 530km의 운하, 16개 이상의 댐과 20개 이상의 갑문을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치고 17조원은 너무 작다는 것이 반대 진영의 평가다.

▦ 건설비는 어떻게 조달하나?

운하를 건설하는 데 골재채취를 통한 수입과 민자 유치가 거론된다. 골재 판매로만 8조 3,50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민자를 유치하면 크게 돈 들 일이 없다고 한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모래를 팔아 4년간 2조원 이상씩을 확보하려면 국내 모래 수요가 2배 이상 늘어야 하고 모든 모래 공급은 경부운하 건설에서 나온 골재로 충당한다는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골재 가격이 항상 일정하지도 않아 공급이 늘어나면 폭락할 우려도 큰 데다 채취와 보관 비용까지 감안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에 대해 골재채취업자들은 연간 2,000억원 정도의 매출도 올리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막대한 건설비와 유지 보수비는 결국 국민세금으로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의 낙동강 사문진교 아래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자신이 공약으로 내건 경부운하 예정지를 둘러보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