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의 귀족' 미려한 디자인과 첨단 기능 탑재, 역대 최고가 불구 없어 못팔아… 가격 거품 논란도

국내에 휴대폰이 판매된 이후 가장 최고가임에도 웃돈을 줘도 구하기 어렵다는 제품이 있다. LG전자의 프라다폰이다. 그 화제의 실체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6월 7일, 강남의 대형 휴대폰 매장에 들어섰을 때, 마치 고급 보석처럼 투명 상자 안에 담겨져 눈부신 위용을 자랑하는 프라다폰이 한눈에 쏙 들어왔다. “오~”라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그런데 알고보니, 실물이 아닌 모형이었다. 맘껏 만져도 보고, 시연도 해볼 수 있는 여느 휴대폰들과 달리, 실물은 구경조차 할 수 없다고 매장 직원은 말했다.

구입을 문의하자, 점원은 “판매는 물론 예약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미 20명이나 예약이 돼 있어요. 제품이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고, 들어와봐야 기껏 3~4대 수준이라 더 이상 예약을 받지도 않습니다.”

“다른 곳에 가보라”는 직원의 말에 따라, 할 수 없이 인근 매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군소매장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상가로 들어섰더니, 집집마다 “프라다폰이 어제 바로 들어왔다”며 ‘물량확보’를 자랑했다.

그런데 불과 1~2m도 안 떨어진 채 다닥다닥 붙은 휴대폰매장들에서 파는 프라다폰의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제각각이었다. LG전자가 지난달 국내시장에 처음 선보인 프라다폰의 출시가격은 대당 88만원. 하지만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30만~40만원의 웃돈을 요구하는 곳이 있었다.

“번호이동하면 88만원, 이동하지 않으면 120만원이에요. 선납금 30만원을 포함해서요.” “번호이동하면 100만원입니다. 용산 등지에선 보상기변으로 30만~40만원이 붙어요. 그래도 사니까요.”

강남 일대 또 다른 매장의 직원은 “다른 판매점은 마진을 남겨야 하니까 선납금을 요구하지만, 우리는 이통사 고객 확보가 목적”이라며 “최저 60만원 대에 구입이 가능하다”고 살짝 귀띔했다.

■ 예약판매에 웃돈거래까지

이처럼 국내에 출시된 휴대폰 중 ‘웃돈’을 얹어 예약판매하는 경우는 프라다폰이 처음이다. 워낙 고가의기기인 만큼 일부 특수계층 사람들 중심으로 판매가 한정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수요가 몰려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LG텔레콤 관계자에 의하면, 5월 11일 출시한 LG전자의 프라다폰의 총 개통 수는 6월 6일 현재 8,290대. 5월엔 하루 평균 370대꼴. 6월 들어서는 460대 가량 개통되고 있어 갈수록 힘이 더 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LG텔레콤 측은 밝혔다.

SK텔레콤으로 출시되는 프라다폰 1일 개통수 200~300개와 합하면 하루 600~700여대를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호응은 당초 기대를 넘어서고 있다는 반응이다. 보통 40만~50만원 대 인기 단말기의 판매량이 1,000대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고가인 데도 선전하고 있다는 것.

LG텔레콤 대리점의 직원은 “워낙 고가라 처음에는 누가 살까 했는데 제품 출시 3일 만에 30개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며 “이후 물건이 품절된 3~4일 동안 고객들의 항의와 예약이 폭주했다”고 놀라워했다.

LG텔레콤이 프라다폰 초기 구입자 2,000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30대가 80%로 구매를 주도했다. 성별은 여성보다 오히려 남성이 6 대 4 비율로 많았다. “프라다폰은 소장품”이라고 명품마케팅에힘을 쏟던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성에게 잘 보이려고 구매하는 젊은 남성들이 많아요. 폼이 나잖아요.”

전면 터치패드 방식인 프라다폰은 지상파 DMB를 탑재했는가 하면, 독일 슈나이더사가 인증한 200만 화소 카메라와 전자사전 기능도 갖췄다. 뭐니 해도 최고의 미덕은 프라다라는 명성과 미려한 디자인이라는 것.

LG전자 관계자는 “프라다와의 협력을 통해 이탈리아 장인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터치 인터페이스, 벨소리, 내장 컨텐츠, 휴대폰 액세서리와 독점적인 가죽 케이스를 선보여 고객들이 접하는 휴대폰 요소요소에 명품의 가치를 살렸다”고 강조했다.

휴대폰 업계에서는 이러한 ‘프라다폰’을 계기로 공짜폰 일색이었던 내수 휴대폰 시장이 다시 프리미엄폰 시장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6월에는 삼성의 ‘듀얼DMB폰’과 ‘울트라에디션10.9’ 등과 모토로라의 ‘레이저 스퀘어드’ 등이 잇따라 등장하며 하반기 프리미엄 시장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LG경제연구소 박동욱 책임연구원은 “저가폰은 통신사업자에게 공급할 때 아주 성공한 폰이 아니라면 마진 폭이 5% 이하에 불과하지만 프리미엄폰은 15% 이상이 가능하다”며 “프리미엄 시장의 급격한 확대에는 한계가 있어도, 당분간 디자인이 이끄는 명품 바람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명품마케팅에 곱지않은 시선도

이러한 LG전자의 명품마케팅은 일단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얼마 전 산업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선정한 올해 상반기 ‘GD’(Good Design) 상품으로 선정됐는가 하면, 국내외 언론들로부터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고 호평받기도 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은 “LG는 패셔니스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초콜릿폰과 프라다그룹과 제휴해 디자인을 개발한 프라다폰은 LG의 브랜드이미지까지 바꾸고 있다”고 극찬했다. 프라다 측은 후속제품 제휴를 구애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프라다폰의 인기는 ‘거품’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연 88만원이라는 가격이 적정한가에 관해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논쟁이 한창이다. 대체로 거품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네티즌 ‘피식피식TM’은 “프라다폰 값은 30만원 대라죠? 나머진 케이스가 30만원, 스타일러스펜이 15만원이라는 소문입니다”하며 프라다폰의 실체를 비꼬았다.

LG기업의 실질적 마케팅 성공 여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닌가 하는 지적이다. 프라다폰은 ‘판매, 전시, 광고’ 등에 까다로운 조건이 걸려 있어 LG전자는 국내외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홍보도 못하는 실정이다.

프라다 측의 동의 없이는 판매 현황 공개는커녕 사진 제공 또한 어렵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휴대폰 앞면에는 업계 처음으로 이통사 CI를 없애고 프라다 영문만 ‘때깔나게’ 새겼다.

한 판매원은 선명하게 새겨진 프라다란 그 영문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거 LG브랜드 달고 나왔으면 이렇게 인기 못 끌어요.”

일각에선 값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프라다의 브랜드 가치만 높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