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할 수 없는 자기욕구 표현, 글 아닌 동영상으로 호소력 배가사회문화의 미디어 플랫폼 역할… 네티즌 50% 이상이 참여 경험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동영상, 이른바 UCC(User Created Content, 사용자제작콘텐츠)의 열풍이 좀처럼 가실 줄을 모른다. 신문, 방송에서도 이미 동영상 UCC 얘기가 단골메뉴가 된 지 오래다.

아직도 UCC가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자기표현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행렬은 오늘도 동영상 UCC 사이트에 줄을 잇는다.

아침 신문을 보다가 또 하나의 UCC 관련 뉴스를 접했다. 종교문제로 갈등을 빚다 남편에 의해 강제로 정신병원에 감금됐었다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 여성의 이야기다.

이 여성은 자신이 겪은 일을 호소하는 동영상을 직접 제작해 인터넷에 올렸고, 이 동영상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여성의 가슴아픈 사연 얘기를 전하려는 것은 아니다. 웹2.0과 UCC 세상이 불러온 사회문화의 변화상이 새삼 놀랍다는 얘기다. 지금도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이나, 청와대 입구에서는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하소연의 창구로 동영상 UCC를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니, 다시 생각해보면 이제 전 국민이 매스미디어를 갖고 있는 세상이 돼 버렸다. 그것도 글이 아닌 동영상을 활용함으로써 더욱 호소력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 동영상 UCC가 하소연의 창구로

지금까지 동영상 UCC는 대부분 장기자랑류가 많았다.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 이리도 많았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UCC를 활용한 요가 마케팅.

기타로 캐논 변주곡을 멋들어지게 연주한 동영상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나라 대학생 임정현 군이나 세계를 엽기댄스의 도가니로 만든 우리나라 두 여고생의 노래방 엽기댄스 동영상이 대표적이다. 지금도 이들을 따라 한 각국 버전의 동영상들이 유튜브에 올라오고 있다. 생각할수록 놀라운 일이다.

지난 4월 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UCC 이용 실태조사’를 거쳐 발표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의 74%가 월 1회 이상 UCC를 보거나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 12~49세 사이의 네티즌 2,1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51.1%는 UCC를 생산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35.2%는 월 1회 이상 UCC를 제작해 게시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55.2%는 UCC에 대한 의견이나 감상평을 댓글(43.8%)이나 평가 참여(41.6%), 친구 등 지인에게 추천(40.7%), 스크랩(펌, 38.8%) 같은 UCC 유통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다루는 UCC 소재는 역시 엽기·유머·패러디 같은 재미있는 아이템(61.1%)이었다.

취미·여가 같은 개인 관심분야에 대한 UCC 생산도 65.5%에 달했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UCC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재미·흥미성 UCC(27.8%)보다 정보·교육성 UCC(72.2%) 생산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UCC가 어떤 소재를 주로 다루고 있으며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놀이문화에 열광하는 것은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이고,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니 동영상 UCC가 엔터테인먼트에 집중되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하지만 동영상 UCC도 진화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놀이만 있는 것은 아닐 터이니, 억울한 사연의 하소연 창구로 활용하는 일까지 생겼다는 것은 즐거운 소식은 아닐지라도, UCC가 단순히 놀이문화의 플랫폼으로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화의 미디어플랫폼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얼마 전 ‘소속사가 망했어요’라는 타이틀로 하루 아침에 뜬 가수지망생 장성민 씨 얘기도 하소연의 UCC 덕분이었다. 소속사가 망해서 가수의 꿈을 접어야 할 상황이라는 하소연과 함께 숟가락을 마이크삼아 팝송을 부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올려 장 씨는 네티즌 세상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UCC 덕분에 인터넷 스타가 된 가수지망생 장성민 씨.

하소연의 창구로만 활용된다면 그것 역시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기업들은 위기관리를 위해 직접 기자회견 동영상을 제작해 배포하기도 하고, 정치인들은 정견 발표의 도구로 동영상을 이용하고 있다. 교육용 동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전문가들도 늘고 있다.

이제 전문적인 동영상에 대한 욕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바람은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이 더욱 잘 알고 있다. 전문가 뺨치는 아마추어라는 뜻의 '프로츄어(Proteur)'들을 육성하고 대우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른바 PCC(Proteur Created Contents)에 대한 지원이다.

■ '프로츄어' 육성 움직임

프로츄어들에게는 수익도 배분해주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동영상 서비스 업체 ‘엠군’은 프리미엄관에 입점한 동영상을 대상으로 재생 횟수당 5원씩 현금으로 지급하는 ‘플레이당 5원 리워드’ 제도를 실시하고 나섰다. 저작권 침해 우려가 없는 동영상 제작자들에게는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얘기다.

태그스토리도 저작권 침해소지가 없는 전문미디어들과 손잡고 수익공유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동영상 UCC에 사활을 걸다시피 매달리고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수익공유 모델을 통한 동영상 UCC 확보를 위해 전략을 다듬고 있다.

필요는 발명을 낳는다고 했던가. 앞으로 어떤 동영상 UCC가 어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그리고 기대된다.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부작용 때문에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무엇보다 미디어의 독점이 깨지고 수많은 목소리를 자유롭게 담을 수 있는 열린 미디어 플랫폼을 가졌다는 것, 그 플랫폼이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는 것은 작은 일일지라도 즐겁고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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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