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음악, 틈새시장으로 각광법 개정으로 영리목적 음악 사용 땐 저작권료 내야… 이통사들 '서비스 개시' 발빠른 움직임

카페에서 연인과 데이트할 때나 술집에서 한 잔 마실 때 음악이 곁들여지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들뜬다.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쇼핑을 할 때도 음악이 있으면 어쩐지 발걸음이 경쾌하고 사뿐하다.

음악은 사람의 감성을 자극한다. 단지 듣고 즐기는 소리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태도나 행위로 이어지도록 감정을 고양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런 특질 때문에 음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케팅 수단으로도 톡톡히 구실을 한다. 고객들이 많이 드나드는 매장에 음악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지난해 한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가 대형 할인점에서 고객과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매장에서 틀어주는 음악의 ‘뮤직 마케팅’ 효과를 잘 보여준다.

이 조사에서 고객의 절반 가량은 매장 음악이 구매행위를 촉진한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로는 ‘음악이 활기찬 분위기를 조성해 쇼핑이 즐거워진다’거나 ‘상품을 찬찬히 살펴보게 된다’는 응답이 90% 가까이 됐다.

직원들 역시 ‘음악이 판매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한 비율이 절반을 웃돌았고, 70% 가량은 ‘음악을 틀면 고객이 보다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보면 고객을 붙들기 위해 음악을 활용하지 않을 업체는 아마 없을 것이다. 특히 고객에 대한 판매 행위가 매장에서 이뤄지는 업종은 더욱 그렇다. 커피전문점 체인 스타벅스는 자사의 색깔을 나타내는 음악을 엄선해 세계 각지의 매장에서 틀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처럼 음악을 영업행위에 활용하는 것도 이제는 간단치 않은 문제가 될 것 같다. 저작권자의 권리를 크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지난해 12월 전면 개정된 저작권법이 6월 말부터 발효되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고소 없어도 처벌 가능

개정 저작권법 중에서 음악 저작권과 관련된 내용은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게 골자다. 개정안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음악을 반복 사용해 음악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했을 경우 저작권자의 고소가 없어도 형사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 나오는 신세계 백화점 명품관. 이젠 매장에서 사용하는 음악도 사용료를 내야한다. 고영권 기자.

이전 저작권법이 저작권자의 고소에 따른 처벌, 즉 친고죄를 원칙으로 한 데 비해 개정 저작권법은 저작권자가 아니더라도 저작권 침해 행위를 신고할 수 있도록 비(非)친고죄로 바꿈으로써 훨씬 강력한 제재 수단을 마련한 것이다.

이로써 2000년대 이후 소리바다 같은 P2P(개인간) 음악파일 공유사이트가 등장하면서 음악을 공짜로 내려받아 틀어 오던 업체들의 관행에도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되면 카페나 술집에 들른 고객이 그 업소가 불법적으로 음악을 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신고할 수 있다”며 “쉽게 말해 ‘음파라치’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저작권법이 강화되면서 반대로 합법적으로 매장에 음악을 제공하는 이른바 ‘매장 음악’ 서비스가 틈새시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저작권자나 저작권자 단체와 정식 계약을 맺고 합법적 음원을 확보한 업체가 음악 수요가 있는 매장에 일정액의 대가를 받고 음악을 제공하는 것이다.

서비스는 통상적으로 온라인을 기반으로 제공된다. 매장 음악 제공업체가 수요업체의 업종 및 매장 환경, 고객 분석 등을 통해 그 업체에 적합한 맞춤형 음악들을 고른 뒤 이를 전용 웹사이트를 통해 주고받는 방식이다.

수요업체는 인터넷에 연결된 PC와 스피커만 갖춰 놓으면 미리 컨설팅을 받은 대로 최적의 음악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매장 음악 서비스의 선곡은 계절이나 날씨, 시간대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되기도 한다.

아예 업종을 세분화해 각 업종에 맞는 음악들만 패키지로 편성한 뒤 이를 특정 채널로 송신하는 방식도 많이 사용한다. 제공업체에 따라 200개 안팎의 채널을 운용하고 있으며 확보한 음악 숫자만도 보통 100만 곡에 달한다.

매장 음악 서비스는 유행에 맞춰 정기적으로 음악 편성을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최신곡을 잘 모르거나 노래 선곡에 어려움을 겪는 업주들의 고민도 말끔하게 해소해 주는 장점을 지녔다는 평가다.

매장 음악 제공업체는 저작권법 강화라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2005년 무렵부터 하나 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수요업체 역시 크게 늘고 있다.

선발 주자로 꼽히는 블루코드 사가 운영하는 뮤직매니저 서비스의 경우 이마트, GS리테일, 맥도널드 등 10여 개 대기업의 3,000여 개 매장에 음악을 제공하고 있다.

■ 매장 음악 서비스 시장 잠재력 커

아직까지는 대형 매장 위주로 보급되는 단계인 까닭에 향후 성장 잠재력도 매우 크다. 업계에서는 군소 자영업 매장을 모두 포괄하면 수요업체가 최대 40만~50만 곳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장음악은 소비자들의 구매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대형 할인매장 등은 대부분 음악을 틀어주고 있다.

시장 규모 역시 적게는 1,000억원대에서 많게는 2,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웃 일본의 매장 음악 시장 규모는 1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매장 음악 서비스가 쏠쏠한 틈새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중소 인터넷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던 시장에 대기업들도 뛰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SK텔레콤과 KTF 등 이동통신업체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이들 업체는 개인을 대상으로 제공해 오던 기존 온라인 음악 서비스 시장의 정체가 이어지자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 차원에서 매장 음악에 관심을 두고 있다. SKT는 이미 5월에 ‘비즈멜론’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개시했고 KTF도 조만간 매장 음악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코드 이주호 뮤직매니저 팀장은 “매장 음악 시장은 막 태동기를 지나고 있지만 개정 저작권법 발효 이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이 시장 잠재력을 주목한 대기업들의 가세로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디지털 기술과 저작권법의 만남으로 탄생한 매장 음악 시장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나갈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