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UCC 급속 확산 등으로 고품질 콘텐츠 생산, TV의 동영상 콘텐츠 유통에 도전

‘인터넷이 TV를 위협한다’.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지만, 그 정도가 더 심해지는 듯하다. 동영상 콘텐츠가 소비되는 유일 창구였던 게 TV였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텍스트나 기껏해야 사진 정도의 콘텐츠 유통 채널이었던 인터넷이 점차 동영상 콘텐츠의 유통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TV의 아성을 깨기는 힘겨워 보였다. 대체제의 등장 정도랄까. 이유는 동영상 콘텐츠의 절대다수가 TV를 타깃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TV를 통해 1차 소비된 동영상 콘텐츠가 인터넷이라는 2차 유통채널을 통해 재생되는 정도의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인터넷은 동영상 콘텐츠에 관한 한 TV의 또 하나의 재방송 채널 정도로 생각될 수 있다. 결국 힘은 콘텐츠에서 나올 수밖에 없고, 그 콘텐츠에 대한 절대권력은 TV를 네트워크로 한 전문적인 동영상 콘텐츠 생산집단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영원한 절대권력은 없다고 했다. 인터넷이 콘텐츠 생산자를 자체적으로 확보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TV 권력의 가장 핵심적인 고리를 인터넷이 위협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TV에 대한 위협이라기보다 방송사에 대한 위협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그 시작은 동영상 UCC 사이트의 급속한 확산이다. 일반 네티즌들이 동영상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영상 콘텐츠 생산의 독점이 깨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동영상 UCC는 말 그대로 UCC일 뿐이다. 방송사 같은 고품질의 콘텐츠와는 직접 경쟁하기가 어렵다. 또한 말이 UCC이지, 동영상 UCC 사이트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동영상 콘텐츠들은 TV를 통해 방송된 동영상을 복제한 것이거나, 짜깁기한 수준의 것들이 많다. 저작권이라는 칼을 든 저작권자의 서슬 퍼런 시선도 갈수록 따가워지고 있다.

동영상 UCC 서비스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국내외 TV 방송사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은 결국 콘텐츠 파워의 무게중심을 보여주는 현실이다.

■ 방송 짜집기 수준 넘어서는 동영상

이런 가운데 동영상 UCC의 품질 제고를 위한 노력들이 본격화했다. 이른바 PCC(Proteur Created Contents) 확보를 위해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이 팔을 걷어 부친 것이다.

대표적인 움직임이 엠군(www.mgoon.com)의 프리미엄 서비스다. 지난 4일 엠군은 동영상 UCC를 한 번 클릭할 때마다 5원씩 보상해주는 보상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보상 프로그램의 대상이 프리미엄관에 입주한 회원이 대상이다. 프리미엄관은 준프로급 전문가 또는 전문집단(기업 포함)이 입주 대상이다. 물론 자체 심사를 거쳐 입주 여부를 결정한다. PCC 동영상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신동헌 엠군 사장은 “이번 제도는 동영상 제작자들의 저변 확대를 위한 업계 최초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엠군 프리미엄관을 중심으로 양질의 동영상 콘텐츠들과 인기 제작자들이 모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PCC에 대한 요구와 기대는 모든 콘텐츠 유통 플랫폼 업체들의 공통된 관심사다. 다만, 그럴 만한 PCC급 콘텐츠 생산자가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인데, 엠군의 경우 아예 보상프로그램을 통해 양성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엠군 같은 클릭당 보상프로그램을 실시하지는 않고 있지만, 애초부터 PCC 기반 동영상 콘텐츠를 중심으로 서비스하는 업체도 있다. 바로 곰TV다. 차별화 포인트를 PCC에 두고 시작한 것이다.

저작권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PCC의 강점이다. 태그스토리가 기존 미디어들하고만 계약을 맺고 동영상 플랫폼 제공 서비스를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 같은 움직임은 차별화 및 저작권 문제 해소라는 점과 함께 ‘인터넷에서만 유통되는’(Internet only) 동영상 콘텐츠 확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주목할 점이다. 인터넷이 TV의 재방송이나 짜깁기 수준을 넘어 독자적인 고품질 콘텐츠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인터넷용 전문 영상제작단 출범

멀리 나라밖에서 들린 소식은 더 눈길을 끈다. 지난 5월2일 미국의 웹2.0 기반 마이스페이스, 유튜브 등에 드라마가 한 편 떴다. 바로 ‘프롬 퀸(Prom Queen)'이다.

총 80편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인터넷만을 타깃으로 제작된 전문 콘텐츠다. 한 편의 길이는 1분30초짜리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찍은 미스터리 드라마이지만 인터넷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일 드라마다. 첫 방송 뒤 한 달 만에 총 520만 명이 시청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드라마를 제작한 것은 부구루(Vuguru) 스튜디오. 마이클 아이즈너 전 월트디즈니 CEO가 설립한 독립 스튜디오로 전문적으로 인터넷용 동영상만을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인터넷을 TV와 같은 방송 채널로, 그것도 TV를 아예 제치고 인터넷용으로만 제작한 전문 영상제작단이 출범했다는 점이다.

전문 동영상 제작자들에게 인터넷은 TV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쉬운 채널이다. 방송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이제 인터넷은 웹2.0이라는 새로운 물결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프롬 퀸의 성공도 마이스페이스, 유튜브 같은 웹2.0 사이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프롬 퀸은 독자적인 사이트(www.promqueen.tv)에서도 방송되고는 있지만, 마이스페이스나 유튜브가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전체 시청횟수의 약 70%가 마이스페이스에서 나왔다.

마이스페이스의 경우 인터넷 전용 드라마 콘텐츠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방영권을 선점했고, 그 판단은 결국 옳았다. 인터넷 전용 콘텐츠의 가능성에 거대한 소셜 네트워크를 보유한 웹2.0 사이트들이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TV를 제치고 인터넷만을 위한 고품질 동영상 콘텐츠 제작자들이 생겨나고, 이들을 거대한 인터넷 네트워크가 지원하고 나섰다면, 예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부루구는 프롬 퀸의 후속작들을 내놓을 예정이며, 이는 다른 제작자들을 자극할 것이 분명하다. ‘TV에 대한 진짜 위협’이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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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