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화 '불똥'과도한 차입으로 위험률 배가… 현실화 땐 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파장

베어스턴스 보유 헤지펀드가 파산할 경우 미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 전체에 큰 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199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런 숄즈 박사와 로버트 머턴 박사가 중심이 되어 운용하던 헤지펀드인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러시아 정부 채권의 수익률과 미국 재무성 채권의 수익률 차이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벌어져 있는 데 착안하였다.

러시아 채권이 과도하게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처럼 비쳤던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가격 움직임을 이용하여 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러시아 채권을 대거 매수하고, 반대로 미국 재무성 채권은 대거 공매도하였다.

나중에 두 채권의 수익률 차이가 정상 수준으로 회귀한다면, 매수한 러시아 국채의 가격은 상승할 터이고, 공매도한 미국 재무성 채권의 가격은 하락할 터이니, 두 거래에서 수익을 얻는 것은 문제없을 듯 보였다.

그러나 운명의 1998년 8월 17일, 재정 부족에 시달리던 러시아는 루블화의 평가절하와 러시아 국채의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고 만다.

즉각 러시아 국채의 가격은 거의 휴지 수준으로 추락하였고, 반면 미국 재무성 채권은 안전하다는 이유로 급등하였다. 이로 인하여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펀드의 평가액은 44억 달러나 감소하였고, 이것은 펀드 자산의 90% 이상에 해당되는 손실이었다. 헤지펀드는 파산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미국의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은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파산으로 인하여 크게 혼란을 겪을 수도 있었다. 왜냐하면 손실 규모가 막대하였고, 그런데다 투자은행을 비롯한 유수의 금융기관들은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에 투자자로 참여하거나 혹은 채권자였기에 엄청난 손실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린스펀 당시 미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은 즉각 36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하여 급한 불을 껐고, 동시에 달러화의 금리를 0.50% 포인트나 순식간에 내려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다.

■ 수익률 극대화 노린 레버리지 이용

그런데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가 파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하여 과도한 레버리지, 즉 차입을 이용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통상 자기자본의 30배, 심할 때에는 60배 이상도 차입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예컨대 100원으로 1원의 이익이 나는 거래가 있다고 하자. 자기 자금만으로 투자한다면 1%의 수익을 얻는데 그칠 것이다.

그런데 이 거래에서 다른 사람의 돈을 동원하여 투자규모를 60배 불려 놓았다면, 자기 자금만으로 거래하는 것보다 60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손실이 나면 역시 60배의 손해를 보게 된다.

바로 이것이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를 파멸로 이끈 결정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뿐만이 아니다. 헤지펀드라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하여 거의 대부분이 레버리지를 이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화 문제가 다시 이슈화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다소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들에게 고금리로 대출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즉 비우량 부동산 대출의 연체가 늘어나는 등 부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출을 기반으로 발행된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 Mortgage Backed Securities)의 가격도 크게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다보니 정작 모기지 담보부 증권의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투자한 헤지펀드로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화의 불똥이 튀고 있다. 바로 미국의 유수한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베어스턴스가 소유하고 있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헤지펀드가 파산할 위기를 맞고 있다. 따라서 만일 헤지펀드가 파산할 경우, 베어스턴스의 존립이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 전체에 미칠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이는 마치 1998년에 롱텀 캐피탈 매니저먼트가 파산하였을 때의 상황과 흡사하다.

베어스턴스는 하이 그레이드 스트럭쳐드 크레딧 펀드(HGSC, High-Grade Structured Credit Fund)와 하이 그레이드 스트럭쳐드 크레딧 인핸스드 레버리지 펀드(HGSCELF, High-Grade Structured Credit Enhanced Leveraged Fund)라는 두 개의 부동산 모기지 관련 헤지 펀드를 소유하고 있다.

두 펀드의 자산규모는 모두 200억 달러. 그런데 지난 4월 말 이후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우려감이 재차 고개를 들면서 모기지 담보증권의 가격이 하락하였고, 이로 인하여 HGSC는 현재까지 23%, 그리고 HGSCELF는 약 11% 정도의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23%라는 손실이 적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펀드의 자금이 전부 자기자본이었다면 아직은 파산의 위험에 이를 지경은 아닐 터. 감내할 정도의 손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펀드가 수익률의 극대화를 노리고 있는 헤지펀드이고, 차입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버리지가 과도한 만큼 시장이 헤지펀드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수익률은 크게 올라갈 수 있으나, 반대로 예상치 않게 시장이 헤지펀드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손실 폭도 커지고 파산의 위기에 몰릴 수 있는 것이 레버리지의 특징이다.

그리고 베어스턴스의 경우는 현재 시장이 자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목을 죄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 악몽 되풀이 우려

결국 베어스턴스는 HGSC의 파산을 막기 위하여 32억 달러를 대출할 계획이며 아울러 HGSCELF의 경우에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하여 채권자들과 협상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헤지펀드의 자산 운용규모는 모두 200억 달러에 이르고 있어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와 비교할 때 거의 5배나 되는 규모이다.

그리고 베어스턴스가 지원하려는 32억 달러의 자금은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 사건이 터졌을 때, 미 연방준비위원회가 지원한 36억 달러 다음으로 많은 규모이다. 그러니 지금 베어스턴스의 헤지펀드를 둘러싼 사정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지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 위기를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을 경우, 손실의 규모나 파산이 미칠 파장이 워낙 크기에 베어스턴스는 물론이고, 미 금융당국도 최소한 파국의 길로 가는 것은 막으려고 노력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단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여 베어스턴스의 헤지펀드가 파산하고, 그 결과로 베어스턴스마저 파산한다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모기지 담보부 증권처럼 신용도가 낮은 채권의 매도세가 촉발되면서 금리는 치솟을 것이고, 미국의 주식시장도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그 파장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도 전해질 공산도 크다. 이는 지난 2월,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우려하여 미국의 주식시장이 한 차례 크게 하락하던 상황을 생각한다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1/4분기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이 작년 4/4분기에 비하여 다소 낮아진 것으로 발표되고 있어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이 크게 악화된 것은 아니라는 데 다소 위안을 삼을 수 있다. 채권자들과의 협상이 잘 마무리된다면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으리라 기대되는 대목이다.

여하간 베어스턴스 사태가 결말이 나기 전까지는 금융시장은 커다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 시한폭탄이 불발탄이 될지 안 될지는 일단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그만큼 시장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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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