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너지의 원천 '핵융합에너지'의 미래 자원화 프로젝트1995년 독자적 핵융합장치 개발사업 추진, 공정률 99%로 8월 가동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발하는 별(항성)의 중심은 섭씨 1억도가 넘는 초고온의 플라즈마로 이뤄져 있다. 플라즈마는 고체, 액체, 기체와는 성질이 다른 제4의 물질로,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자유로운 형태를 띤다. 다소 낯선 물질이지만 사실 플라즈마는 우주의 99% 이상을 구성하고 있다.

초고온의 플라즈마 상태에서는 가벼운 수소(H) 원자핵들이 융합해 무거운 헬륨(He) 원자핵으로 변하는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는데,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방출된다. 영원히 활활 타오르는 태양 에너지의 원천인 ‘핵융합에너지’다.

이 핵융합에너지를 지구상으로 옮겨 미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려는 인류의 노력이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 이름하여 ‘인공태양’ 프로젝트다.

지구에서 핵융합에너지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태양처럼 핵융합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초고온ㆍ초고압 상태의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장치다.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는 장치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까지 실용화에 가장 근접한 것은 ‘토카막’(Tokamak) 방식이다.

한국형 핵융합 연구장치 KSTAR 상량식

토카막은 플라즈마를 진공용기 속에 넣은 다음 초전도자석으로 자기장을 걸어 벽에 닿지 않도록 한 상태에서 초고온으로 가열해 핵융합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의 핵융합장치다. 1950년대 옛 소련에서 발명된 이후 그 우수성을 널리 인정받아 지금까지 제작된 대부분의 실험용 핵융합장치에 채택됐다.

세계가 핵융합에너지를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주목하는 이유는 다른 에너지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장점들 때문이다.

■ 혼합연료 1g으로 10만kw 전기 생산

우선 환경친화적인 청정에너지라는 점이다. 화석연료와 달리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또한 원자력발전의 0.04%에 불과한 미량의 방사능에 의한 중저준위 폐기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폐기물 처리 비용이 아주 적게 든다.

아울러 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 등을 지구상에서 풍부하게 얻을 수 있어 무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된다. 중수소의 경우 바닷물 1리터당 0.03g이 존재하는데, 이 양은 서울-부산 간을 세 번 왕복할 수 있는 300리터의 휘발유와 동일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핵융합장치 안에서 핵변환 과정을 거쳐 삼중수소가 되는 리튬 역시 1,500만 년 이상의 사용량이 매장돼 있다는 추정이다.

KSTAR 진공용기 내부

높은 에너지 효율도 큰 매력이다.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혼합연료 1g만 있으면 시간당 10만k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화석연료와 비교하자면 트럭 1대 분량의 중수소는 유조선 11척 분량의 석유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이밖에 군사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없을 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나 연료가 고르게 분포돼 있어 국제 분쟁의 여지가 없는 ‘평화 에너지’라는 점도 높게 평가받는다.

핵융합장치는 1960년대에 토카막의 우수성이 입증된 이후 70년대부터 일부 선진국 중심으로 본격적인 기초 실험과 장치 건설이 추진됐다. 그러다 85년 옛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평화적 이용 목적의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한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를 미국에 제안하면서 국제적 공조체제가 구축됐다.

그 결실이 바로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국제핵융합실험로) 프로젝트의 공동 추진으로 나타났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40년간 각국이 이뤄낸 연구 성과들을 종합해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의 초석을 놓는 실험로 건설 사업이다. 실험로는 2016~2017년까지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카다라슈에 건설될 예정이다.

당초 이 프로젝트에는 미국, 러시아, EU, 일본 등 핵융합연구 선진 4개국만이 참여했지만 이후 한국, 중국, 인도가 추가로 동참했다. 한국은 2003년 ITER에 가입했으며 지난해 11월 나머지 6개국과 함께 공동이행협정에 서명했다.

한국은 ITER 프로젝트 동참과는 별도로 95년부터 독자적인 차세대초전도핵융합장치(KSTARㆍ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KSTAR는 95년 장치 개념 설계 및 기반기술 연구개발을 시작으로 2002년부터 장치 제작 및 조립을 해왔는데 오는 8월이면 마침내 한국 최초의 인공태양으로서 위용을 드러내게 된다. 현재 공정률은 99%.

■ 가장 진보된 형태의 토카막

12년 동안 총 3,090억원의 비용이 투입된 KSTAR는 세계 최초로 신소재 초전도체(Nb3Sn)를 적용해 개발한 가장 진보된 형태의 토카막이다. ITER에도 똑같은 초전도체가 사용될 예정이다. 한국은 핵융합연구 분야의 후발주자였지만 순수 자체기술로 KSTAR를 만드는 데 성공함으로써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크게 줄였다는 평가다.

KSTAR는 ITER의 축소판이자 파일럿 모델로 제작됐기 때문에 앞으로 ITER 프로젝트의 향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KSTAR 운전을 통해 확보하는 기초실험 결과들이 ITER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핵심 자료로 제공되는 것이다.

핵융합연구센터 오영국 KSTAR운영사업부장은 “KSTAR는 당장 많은 출력을 낼 수 있는 장치는 아니지만 ITER의 모사 실험을 하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며 “ITER라는 거대 핵융합장치의 운영에 필요한 기술적 자료들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KSTAR는 오는 8월 가동에 들어가면 10개월 동안 종합 시운전을 거쳐 내년 6월부터 핵융합발전에 필요한 다양한 실험에 들어간다. 일차적인 목표는 운전의 안전성 확보와 고온 핵융합 플라즈마의 장시간 유지다. 이는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필수과제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30년 내 실용화 가능성

전문가들은 핵융합발전이 상용화되는 시점을 향후 50년쯤 뒤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EU가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패스트 트랙’(지름길 계획)을 주창하고 있어 30년 이내에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본격적인 핵융합발전 시대의 서막은 올랐다. 그리고 ‘한국의 태양’ KSTAR는 그 주역의 하나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인류의 미래를 밝혀줄 새로운 태양의 불씨가 바야흐로 자라고 있다.

● 토카막 방식 인공태양의 발전 원리

핵융합반응의 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진공용기 안에 주입한 뒤 플라즈마 상태로 가열한다. 플라즈마는 강력한 자기장에 의해 용기 내부와 닿지 않은 채 안정적 상태를 유지한다.

플라즈마가 1억도 이상으로 가열되면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 이 때 핵융합에너지는 중성자의 운동에너지로 나타나는데, 이 중성자의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변환되면서 증기를 가열하고 터빈을 돌림으로써 대용량의 전기가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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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