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거래' 빠르면 10월부터 본격 시행주식 빌려서 차익 실현… 파생상픔보다 안전한 선진국형 투자 방법

서울 여의도에 있는 증권선물거래소 로비에는 황소와 곰을 묘사한 조각상이 하나 놓여있다.

황소는 강세장을 의미하고, 곰은 약세장을 뜻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조각상에서 황소가 곰을 사정없이 들이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황소의 공격에 밀려 곰은 거의 빈사 직전에 몰리는 것처럼 보인다.

주가는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으나, 증권선물거래소 로비에 있는 이 조각상은 투자자들의 희망을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이들은 의당 황소, 즉 강세장이 약세장을 누르고 내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 주가지수 옵션은 현물거래보다 위험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라면 예외 없이 모두 주가가 오르기를 바란다. 가격이 상승하기를 예상하여 주식을 매수하며, 매수한 다음에 반드시 주가가 올라야 수익이 난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매수한 이후에 주가가 하락한다면 투자자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타는 때에는 주식을 매수하여 수익을 얻을 요량으로 주식시장이 투자자들로 들끓고 주식시장의 거래량도 크게 늘어나지만, 반면에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하락세일 때에는 거래량도 줄어들고, 주식시장도 한산해질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이 하락하거나 조정 국면에 접어들 때면 투자자들이 주식거래로는 도무지 수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때를 대비하여 주가지수 선물이나 주가지수 옵션 같은 파생 상품이 개발되어 있다.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여 주가지수 선물을 매도하거나 혹은 풋 옵션을 매수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그리고 주가가 예상대로 하락하면 그로 인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주가지수 선물이나 주가지수 옵션 같은 파생 상품의 경우는 현물 주식보다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현물 주식의 경우는 회사가 부도가 나지 않는 한 아무리 손실이 크더라도 원금을 모두 날리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파생 상품의 경우라면 사정이 다르다. 원금이 순식간에 날아갈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단 하루 동안의 거래로 혹은 그보다 더 짧은 시간에 원금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일도 허다하다. 자칫 실패하였다가는 크게 손실을 볼 위험이 높으므로 현물 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선물이나 옵션 같은 파생 상품에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결국 주식시장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주식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 다시 상승세를 되찾을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도리 외에는 뾰쪽한 방법이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전망이다. 빠르면 올해 10월 중순부터는 선물이나 옵션처럼 위험이 높지 않으면서도 주가가 하락할 때에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 수단이 생기게 된다. 대주거래(short sale)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달 말, 한국증권금융은 “10월 중순부터 대주거래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전산시스템 개

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주거래는 문자 그대로 대주(貸株), 즉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거래를 말한다. 이제까지는 현물 주식을 매도하려면 투자자가 반드시 그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매도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대주거래라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이라도 매도할 수 있다. 증권금융으로부터 주식을 빌리면 된다.

대주거래를 하는 목적은 주가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개별 종목의 주가가 앞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투자자는 일단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팔고, 나중에 주식시장에서 그 주식을 매수하여 증권금융에 갚는다. 결국 매도한 가격과 나중에 매수한 가격과의 차이가 이익이 되는 셈.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현재 주가가 1만원인 주식이 있다고 하자.

투자자는 앞으로 이 회사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설령 투자자가 이 회사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정확하게 예측하였더라도 이를 이용하여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주거래를 이용하면 된다.

투자자는 먼저 증권금융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그 주식을 시장에서 1만원으로 매도한다. 그리고 얼마동안 시간이 흘러 예상대로 주가가 하락하여 8천원이 되었다고 하자. 투자자는 시장에서 8천원으로 그 주식을 매수한 다음, 이 주식을 증권금융에 상환하면 된다. 투자자는 결과적으로 주당 2천원의 수익을 얻었다.

대주거래는 주식시장에 공급물량을 늘리는 효과도 낳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수급의 불일치로 인하여 주가가 마냥 급등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다가 주가가 하락하기라도 한다면 급락세를 종종 연출하여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기 일쑤였다.

그러나 향후 대주거래가 활성화될 경우,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라면 자신이 보유하지 않은 주식이라도 빌려서 매도할 것이므로 시장의 수급이 균형을 맞추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주가가 급등할 때에는 대주거래로 인하여 매도물량이 많아질 것이고, 반면 주가가 급락할 경우에는 대주거래를 상환하기 위한 매수거래가 늘어나면서 주가의 하락폭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만큼 시장은 안정될 터. 선진국 증시의 경우, 대주거래가 활성화되어 있다.

■ 선진국에선 전일 하락 종목 대주거래 금지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1986년까지는 제한적인 범위에서나마 대주거래가 실시되었다. 그러나 증권금융의 유통금융에 대한 융자가 금지되면서 대주거래도 덩달아 중단되었다. 물론 전면적으로 대주거래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일부 증권사의 경우,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이용하여 고객들이 대주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회사도 있다. 현재 대우증권, 대신증권, 굿모닝신한증권 그리고 키움증권이 대주거래를 실시하고는 있다.

하지만 증권시장의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은 상태에서 개별 증권회사의 자체적인 거래이므로 대주거래의 규모는 아직 그리 크지 않다.

대주거래를 할 경우, 주의할 사항이 있다. 첫째로 선진국의 경우, 아무 때나 대주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대주거래가 몰린다면 주가가 더욱 더 하락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전일에 비하여 가격이 하락한 주식은 대주거래를 금하고 있다. 하락하는 주가를 더 끌어내리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전일에 비하여 주가가 오른 종목을 대상으로 대주거래를 해야 하므로 추세에 거슬러 가는 셈. 위험이 당연히 따르기 마련이다.

둘째로, 대주거래라고 하여 막연히 현재 돈 한 푼 가지고 있지 않은 채 남의 주식을 빌려 팔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주거래로서 ‘주식’을 빌리긴 하지만 현금이나 대용증권 등 담보가 있어야 한다.

증권금융은 종목별로 담보 주식의 50%까지 대주를 허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대주한 주식을 매도하였을지라도 거기서 발생한 현금은 찾아 쓸 수 없다.

셋째로, 일반적인 매수거래에 비하여 비용이 비싸게 먹힐 것으로 보인다. 증권금융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증권사를 통해 연 3.55%의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줄 예정이다. 거기에다 대주거래 수수료도 따로 들어가므로 단순한 주식투자 거래에 비하여서는 비용이 많이 든다.

마지막으로, 대주거래는 장기투자가 불가능하다. 일반적인 주식투자, 즉 매수거래의 경우라면 그 주식을 매도하지 않는 한 장기투자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주거래의 경우는 빌린 주식을 상환해야 하는 만기가 있다.

현재 증권금융의 방침으로는 최대 150일까지 주식을 빌려줄 예정이다. 그러니 길어야 150일 이내에는 거래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여하간 투자자들로서는 선물이나 옵션처럼 위험이 큰 상품이 아니더라도 주가가 하락할 경우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수단 하나를 확보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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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