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고정관념 180도 뒤엎은 신제품 출시… '껍질 속 과육은 하얗다' 무색소 천연과즙으로

‘바나나 우유는 노랗다’→‘아니, 바나나 우유는 하얄 수 있다’→‘이제 진짜 바나나 우유는 하얀 색깔이어야만 한다’

바나나 우유에 혁명이 일어났다. 다름 아닌 바나나 우유의 ‘색깔 혁명’이다. 기폭제는 바로 매일유업의 신제품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이름도 흰 색깔을 띤 바나나 우유의 순수성을 표현하기 위해 파격적으로 지어졌다.

지난 해 12월 처음 시장에 나온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투명한 병에 담겨 있어 하얀 우유 색깔이 그대로 드러난다. 지금까지 ‘바나나 우유는 으레 노랗거니…’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180도로 뒤엎는 셈이다.

왜 바나나 우유가 하얄까? 그럼 노란 색 바나나 우유는 도대체 무엇? 소비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이다.

대답은 “노란 건 바나나 껍질일 뿐, 껍질 속 과육은 하얗습니다. 그럼 바나나 우유 역시 당연히 하얀 색이어야 되는 것입니다”란 한마디에 담겨 있다. 매일유업이 시장에 던지고 있는 핵심 메시지다.

바나나 속 과육으로 바나나 우유를 만드는데 당연히 바나나 우유도 하얀 색이어야 한다는 것. 소비자들은 노란 색 바나나 우유에 익숙하지만 알고 보면 바나나 껍질이 노랄 뿐이어서 당연시해 온 셈이다.

그럼 기존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바나나 우유’(실제 이름은 바나나맛 우유다)는 왜 노랄까? 바나나맛 우유가 노란 이유는 한 마디로 노란 색소를 넣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제품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에는 색소가 들어 있지 않다. 그래서 하얗다. 바나나맛 우유에는 실제 바나나 성분이 거의 없기도 하다.

또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바나나에서 추출한 과즙으로 맛을 낸다. 소비자들이 크게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이지만 기존 바나나맛 우유가 바나나 향을 첨가해 맛을 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 낸다.

때문에 우유와 과즙, 본연의 색을 갖고 있는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국내 최초의 무색소 천연과즙우유라는 위상을 시장에서 누리고 있다.

바나나 우유의 색깔을 의식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다. 일 평균 17만개 이상이 팔리면서 바나나 우유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시장에 첫 선을 보인지 6개월 여가 지난 최근에는 벌써 2,000만병의 판매 실적을 돌파했다.

하얀 바나나 우유임을 강조한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가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위협을 느끼고 있는 측은 당연히 노란 색 바나나 우유 진영이다. 특히 바나나맛 우유 시장의 절대 지존인 빙그레는 겉으로 표시하진 않지만 긴장의 표정이 역력하다.

빙그레가 1974년 처음 내놓은 바나나맛 우유는 빙그레를 대표하는 장수 식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무려 25억 개의 누계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 이는 무게로 50만톤을 넘는 것으로 12톤 덤프트럭 4만2,000대에 육박하는 분량이다.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는 출시 당시에도 차별적인 맛과 마케팅 기법으로 화제를 모았다. 통통하고 넉넉한 배불뚝이의 독특한 형태 때문에 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장독대의 항아리를 닮았다고 ‘항아리 우유’로도 불렸는데 이런 우유 용기는 당시에는 파격적이었다.

그 때 우유 용기의 주류는 유리병과 비닐 팩이었기 때문. 이 때부터 사용된 폴리스틸렌(PS) 용기는 이후 80년대가 돼서야 보편화 됐다. 때문에 바나나맛 우유는 용기 혁명을 주도했다 할 만큼 포장 부문의 혁신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독주는 계속돼 전성시대는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무려 33년간 국내 최장수 브랜드 대표상품의 하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가공 우유 사상 최초로 연 매출 1,000억원 돌파를 달성하고 바나나 우유 시장에서 8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매일유업이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를 앞세워 퍼붓고 있는 파상공세는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하얀 색상과 천연과즙, 무색소 등을 강조하는 매일유업의 메시지가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를 정면으로 공격하고 있는 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매일유업은 외부적으로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가 시장에 나오면서 기존의 바나나 우유 고객을 뺏어 온다기 보다는 새로운 바나나 우유 시장 파이를 넓혀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요가 조금 줄어들고 있는 일반 우유 소비자나 중장년 층에서도 하얀색 바나나 우유를 마시기 시작했다”는 것이 매일유업의 주장 근거이다.

실제 판매량 면에서도 아직까지는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가 큰 힘을 발휘하고 있지는 않다. 출시된지 6개월여 밖에 안됐을 뿐더러 인지도도 아직은 넓혀가고 있는 상태. 물론 기세는 무서운 수준으로 피치를 올리고 있다.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매일유업의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가 기존의 노란 바나나맛 우유 시장을 대체할 것이라는데 시장에서 이견의 여지는 없다. 더더욱 건강을 생각하고 인공 감미료나 색소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하얀 색 바나나 우유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을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바나나맛 우유의 빙그레측은 “하얀 색 바나나 우유가 나오고 나서도 아직까지 매출에 큰 영향은 전혀 없다”며 “굳이 일일이 대응한다거나 전략을 수립한다는 계획은 없다”고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얀 바나나 우유를 내세운 매일유업의 이번 전면 공세는 업계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점쳐진다. 매일유업 박경배 홍보팀장은 “최근 5년간 국내 우유 시장에서 히트 제품이라 할 만한 브랜드 제품이 거의 없었는데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가 차세대 히트작이 될 것으로기대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우유업계에서는 “그 동안 바나나맛 우유로 가공유 시장에서 철옹성같기만 했던 빙그레의 아성이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의 등장으로 위협받을 것”이라며 “양측간의 대결에서 승패는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 매일유업 신제품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독특한 UCC 기법 광고 "눈에 띄네"

매일유업이 내놓은 신제품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고정관념을 깬 제품 컨셉과 기발한 제품명 못지 않게 독특한 광고로도 대박을 예감케 하고 있다. UCC 기법을 차용한 광고 아이디어와 역발상 마케팅으로 우유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상품개발자로 보이는 백부장이 상사로 보이는 사람에게 구박을 받고 있 는 상황 1편. "상사는 제품이 안 팔리니 보통 바나나우유처럼 노란색으로 가자고 하고 백부장은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며 바나나 색깔논쟁을 벌이고 있다."

또 다른 편에서는 편의점 직원에게 핀잔을 받으면서도 잘 보이는 곳에 제품을 놓으려는 백부장이 진열대에서 실랑이를 하는 내용.

마지막으로 하얀 바나나우유만 마시는 딸아이 때문에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하는 내용 3편. 이렇게 총 3편으로 구성된 동영상 광고는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백부장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동영상 광고의 내용은 이렇게 표현된다.

최근 극장 및 온라인 광고를 비롯, 케이블 광고를 통해서도 방영되고 있는 이 동영상 광고는 제품 컨셉처럼 재미있고 독특한 소재로 네티즌 사이에서도 구전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각종 블로그, 카페에도 스크랩 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

특히 이들 광고 영상은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흐릿한 몰래 카메라 형식으로 담아 재미와 흥미, 리얼리티를 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편마다 등장하는 두 사람의 대화에서 제품에 대한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예를 들어, 1편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노란색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상사의 말에 백부장은 "사장님, 분명 바나나 껍질은 노랗습니다. 하지만 속은..."이라는 내용으로 제품의 정확한 컨셉을 설명해 주고 있다.

광고 집행에서도 새로운 방식이 적용됐다.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동영상 광고를 런칭 초기 제품광고의 내용에 맞게 공중파 보다는 극장광고와 UCC로 먼저 소비자에게 접근한 것. 기존의 CF 형식을 벗어나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을 선보여 네티즌들의 호기 심을 유발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바나나 껍질은 노랗지만 속살은 하얀 점에 착안해 만든 이 제품 광고는 내용면에서도 색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우유 색이 노랗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빙그레'바나나맛 우유'를 비롯 기존 바나나우유가 모두 노란색 일색인 상식을 일제히 무너뜨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우유병 용기도 투명 재질로 사용해 이 제품의 트레이드 마크인 흰색을 강조한다.

결과는 대성공. 광고 자체가 재미있는 컨텐츠라 이미 많은 블로그(다음, 네이버)에 포스팅 되고, 판도라TV 등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총 65만 건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백부장이라는 키워드는 검색어 순위 상위에 랭크되는 등 인기도 가히 폭발적이다. 제품 이름에서 광고까지, 새롭고 재미있는 것에 목말라 하는 네티즌들에게 크나큰 호응을 얻는다는 전략이다.

매일유업 박경배 홍보팀장은 "사실 바나나우유는 경쟁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뻔한 광고로는 눈길을 끌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평범함을 거부한 도발적인 제품명과 독특한 광고기법으로, 고객에게 솔직하게 다가간 것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이와 함께 소비자의 건강을 고려, '흰색'을 통해 흰 우유와 다를 바 없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이미지도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앞으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가공우유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파워브랜드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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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기자 parky@hk.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