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상승·외인 매도·금리 추가 인상 가증성 등 염려에도막강한 펀드 간접투자·부동산 자금 유입 등 증시 떠받쳐

아이스크림 장수와 우산 장수를 두 아들로 둔 어머니의 이야기가 있다. 이 어머니는 비가 오면 아이스크림 장사가 잘 안 될까 걱정이고, 반대로 햇살이 쨍쨍하면 우산 장사가 잘 안될까 역시 걱정이다.

이래저래 걱정인 셈이다. 그런데, 요즘 주식시장에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이나 혹은 펀드를 통하여 간접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아마 같은 심정일 터.

주가가 오르면 오르는 대로 걱정이요, 주가가 내리면 내리는 대로 또한 걱정이다. 주가가 오르면 좋은 종목을 매수할 기회가 점점 사라지니 그게 불만스러운 것이요, 주가가 내리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의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고 자칫하면 손해 볼 수도 있으니 그게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시 주가는 올라야 좋다. 주가가 오르면 좋은 종목을 매수할 기회가 사라질 수는 있어도 그게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다.

지난 주 우리나라의 코스피지수 상승세는 다소 주춤거리는 기색이긴 하였으나 여전히 상승무드가 훼손되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코스피지수 2,000을 단박에 넘기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주식시장에는 낙관하는 무드가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주가가 오를수록 이러다가 자칫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나 않을까 투자자들의 걱정이 깊어지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일이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주가의 상승세를 견인한 요인들은 몇 가지 있었다. 전 세계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글로벌 증시의 동반상승의 흐름을 탔다는 것, 특히 중국과 일본 증시가 좋았다는 것이 우리 증시의 상승세를 자극하였다.

그리고, 경기가 완연한 회복국면에 들어섰다는 것도 주가 상승의 커다란 이유가 되었으며, 거기에다 펀드자금, 즉 간접투자를 통한 증시의 매수세가 튼튼하였다는 것도 상승세의 중요한 배경이다.

또한 중요한 요인이라면 ‘주가 재평가’론도 들 수 있다. 그동안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이름하에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들의 주가는 세계 증시에서 같은 업종의 다른 종목의 주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아온 것도 숨길 수 없는 일이다.

코스피 지수 1,962.93 포인트로 마감한 13일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직원들이 주가상승 그래프를 보며 이야기 나누고 있다. 류효진 기자.

그러나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경기가 살아나면서 그간 다른 나라에 비하여 낮게 평가되던 우리나라의 주가가 ‘올바른’ 평가를 받게 되었고, 그것이 주가의 상승세를 견인하였던 것이다.

그러니 거꾸로 말하여, 최근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가장 큰 걱정은 첫째로 우리나라의 주가가 너무 올라버려 현 수준으로서는 결코 싸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주가의 상승세가 워낙 강력하게 이어지다 보니 웬만한 기업의 주가는 연초대비 100% 이상 치솟았고, 그 결과 이제는 더 이상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싼 것만은 아니게 되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우리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년간 예상수익 기준으로 13.7배에 이르고 있다. 이는 13.8배 수준인 독일과 엇비슷한 수준이며 13.1배 수준인 프랑스 증시나 12.8배 수준으로 집계되는 영국 증시보다는 오히려 더 비싼 셈이다.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이 선진국증시가 아니라 이머징마켓으로 간주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 증시보다 주가수익 비율이 높다는 것은 우리 증시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는 ‘예상’ 수익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러기에 기업의 진짜 실적이 기대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밝혀진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는 있다. 그러나 만일 기업 실적이 기대보다 못 미친다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이어나가기 위하여서는 다소간 헤쳐 나가기 버거운 난관이 될 것이다.

둘째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도 주가 상승세에 걱정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12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에 관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조영호 기자

외국인들은 지난 주 제헌절을 전후하여 16일에는 하루 동안 6천434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여 작년 5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하루 매도물량으로는 최대 규모의 주식을 팔더니 다음날인 18일에도 역시 하루 동안 5천894억 원어치의 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하여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바로 코앞에 두고 더 오르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아직까지는 주식시장의 수급면에서 외국인들의 매도가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일반인들의 펀드 간접투자 자금을 원천으로 하는 기관들의 매수세가 강력하므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주가의 상승 무드에 크게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아울러 외국인들의 매도 움직임은 이들이 우리 증시에서 빠져나가려는 차원이 아니라 단기차익실현 혹은 급등한 우리 증시에 대한 투자비중 조절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건 만일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당분간 계속 이어진다면, 주식시장은 역시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셋째로, 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주식시장이 안고 있는 걱정거리이다. 지난 7월12일에 있었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은 콜 금리 수준을 4.75%로 0.25% 포인트 인상하였다.

이는 사전에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일이었으므로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은행이 콜 금리를 인상한 날, 주가는 오히려 급등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후 한국은행은 잇달아 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인상된 콜금리가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준이 아니며,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로 가면서 수요 면에서 물가 상승 요인도 커질 것”으로 말하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였고, 또한 이흥모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도 “그동안 우리 경제상황에 비해 금리가 낮았고,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발언하여 역시 금리의 추가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금융비용이 늘어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또한 증시의 수급 면에서도 수익률이 높아진 채권으로 투자수요가 옮겨갈 수 있으므로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간주되는 터.

특히 일각에서는 9월은 추석연휴와 가깝고, 10월은 대선이 임박하므로 한국은행이 콜 금리를 인상하기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가 또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만일 금리가 연속 인상된다면 주가에는 아무래도 부담이 될 것이다.

넷째로, 역설적인 이야기이지만 증시에서 비관론자를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걱정거리일 수 있다. 주식시장은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매수 세력과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매도 세력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주가가 연일 상승하다 보니 비관론자들은 자취를 감출 수 밖에 없었다.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앞 다투어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고 있고, 각 증권사의 리서치 부문은 코스피지수의 목표치를 1,900에서 2,000으로, 그리고는 2,200으로, 다시 2,300으로 연일 상향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온통 긍정론만이 난무하고 있는 터. 그러나 증시에서 마지막 비관론자가 사라질 때가 조정이 시작되는 시점이라는 증시격언도 있으니 만큼 낙관론만이 넘치는 현재의 장세가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비관론자와 낙관론자가 팽팽히 균형을 맞출 때, 증시는 안정적인 상승세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증시에는 “주가는 걱정의 벽을 타고 오른다”라는 격언도 또한 존재한다. 걱정만으로 주가가 내리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동안 주가가 급등하였으니 상승세의 빠르기에 대하여서는 걱정할 수도 있겠으나 추세 자체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막강한 간접투자 자금의 힘에다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면서 투자처가 막혀버린 자금이 증시로 몰려들고 있으니 증시의 수급은 여전히 쾌청하며, 경기에 대한 낙관론도 주가의 상승세에 보탬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만일 주가가 하락한다손 치더라도 상승세의 속도를 약간 조절하는 정도로 그칠 공산이 높다는 것이 주식시장에서의 보편적인 의견이다.

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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