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포털업계 선두 다툼지금은 '파란에 뒤쳐졌다' 조사도 나와… '자존심 되찾자' 부활 돌파구 모색

우리처럼 서열을 중시하는 사회도 흔치는 않은 것 같다. 1등이냐 2등이냐를 갈라 우월성을 내보이고 싶은 것이야 그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서열을 가르는 기준이 문제다. 우리는 유독 내실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포장에 더 민감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씁쓸하다.

‘신세대 비즈니스’라 할 만한 인터넷 업계에서도 외형 중심의 비생산적인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1등이냐 2등이냐 하는 서열 다툼인데, 2000년대 초반에 포털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야후코리아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신경전을 벌였던 이래로 이런 서열 싸움은 늘 끊임이 없었다. 그런데 그 서열 다툼의 기준이 늘 회원수나 방문자 수 같은 외형적 수치에 머물렀다.

물론 이같은 수치가 내실을 평가하는 하나의 지표로서의 기능도 분명 들어있지만, 이런 싸움에서 흔히 그렇든 그 안에 숨어있는 내실에 대한 얘기는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이어서 안타깝다.

야후와 다음이 서로 1등이라며 싸우는 사이 신생업체 네이버가 검색기능을 갈고 닦는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그리고 2007년 현재 1위 싸움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고 있다. 네이버의 독주가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상황이니, 누가 이러쿵 저러쿵 토를 달겠는가.

야후의 공동 창업자인 데이 비드 필로(맨왼쪽)와 제리 양(가운데)

그런데 이제는 ‘4등이냐 5등이냐’, ‘5등이냐 6등이냐’를 놓고 고만고만한 사이트들이 으르렁댄다. 지난 8일 디지털카메라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가 하루 페이지뷰 기준으로 엠파스를 제쳤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디시인사이드는 자사가 웹호스팅을 맡긴 오늘과내일의 집계를 인용해 하루 페이지뷰가 7월부터 1억1000만회를 돌파, SK커뮤니케이션즈와의 합병을 앞두고 있는 엠파스의 하루 6000만회의 페이지뷰를 월등히 앞섰다고 밝혔다.

엠파스를 제쳤다면 국내 사이트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포털도 아니고 디지털카메라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가 이 정도 수준으로 올랐다면 대단한 얘기이긴 하다.

하지만 엠파스가 가만 있을 리 없다. 즉각 “조사업체인 코리안클릭 자료에 따르면 하루 페이지뷰가 엠파스는 6500만회, 디시인사이드는 3000만회에 불과했고 또 다른 조사업체 메트릭스의 주간 페이지뷰도 엠파스는 3억3000만회, 디시인사이드는 1억8000만회에 불과했다”고 반박했다.

조사하는 기관이나 업체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과 방식으로 집계를 하는 만큼, 한바탕 요란을 떨다가 ‘자의적 해석’이라는 말로 시나브로 사그러들곤 한다. 사실 그렇기도 하니까.

언론에서야 이를 두고 ‘치열한 중위권 다툼’이라는 식으로 기사 한번 쓰고 말면 그만이고. 누구나 인정하는 공신력 있는 조사기관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늘 이런 다툼은 그렇게 마무리 된다.

그래서 인터넷 업계의 서열을 둘러싼 다툼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는 게 습관처럼 돼 버렸다. 더구나 1, 2위 다툼도 아닌 이상에야 뉴스로서의 가치도 별로 느끼지 못하겠고.

그런데 좀 다른 생각을 들게 하는 서열 논란이 벌어졌다. 이번엔 파란과 야후코리아다. 6월말 이후 파란의 페이지뷰가 야후코리아를 제쳤다는 얘기다. 이번에는 제3의 조사전문업체의 집계 자료이어서인지 수치를 놓고 ‘맞네 틀리네’ 왈가왈부하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 보다는 야후코리아의 처지에 더 관심이 쏠린다. 어쩌다 포털업계의 가장 후발주자인 파란에까지 밀리게 됐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밀린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파란과 비교대상이 됐다는 것 자체가 ‘야후코리아가 그 정도인가’ 싶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야후 본사도 구글의 위세에 눌려 창업자 제리 양이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야후는 여전히 포털업계 1,2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그런데 올해로 설립한 지 꼭 10년째를 맞게 되는 야후의 한국지사 야후코리아는 알게 모르게 조금씩 뒤로 밀려왔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국내 포털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으로 서비스 경쟁을 벌이자니 쉽지는 않았을 터다. 기업 실적으로는 매년 흑자를 기록했다고 하니 어찌보면 선전했다고 할 수 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격세지감이 크다. 그만큼 야후라는 브랜드가 세계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포털 1위를 구가했던 때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런 수모를 겪게 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야후하면 떠 오르는 것이 없다. 이전에야 ‘검색하면 야후’였지만, 지금은 검색하면 구글과 네이버다. 네이버의 지식검색, 다음의 한메일과 카페, 엠파스의 열린 검색, 네이트의 싸이월드 등 대표 상품으로 떠 오르는 서비스가 야후코리아에서는 떠오르지 않는다. 지역검색 서비스 ‘거기’가 그마나 체면치레를 하는 정도다.

이 때문인지, 야후에 대해서 ‘발이 느리다’, ‘본사 서비스에 지나치게 안주했다’, ‘한국형 서비스 개발에 실패했다’ 등등의 평가가 따라붙는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늘 본사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그래서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도 받는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 나라밖 본사와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의사결정이 늦는다는 것은 납득할 만한 분석은 아니다. 오히려 본사 차원에서 지역별 특화 서비스보다는 글로벌 통합 서비스 전략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거나,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덜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어찌됐든 야후코리아는 새로운 돌파구가 분명 필요해 보인다. 요즘 뜨는 블로그나 동영상 UCC 부분에서도 야후코리아는 선두권 업체들과 비교된다. 동영상 UCC는 야후코리아가 일찌감치 시작했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접은 상태다. 블로그 서비스도 무색무취다.

최근 사진공유 사이트 플릭커의 한글 서비스가 시작됐고, 블로그 서비스 관련해 새로운 기획에 들어갔다. 야후의 저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그 돌파구는 무엇일까.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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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