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 수익증권 잔고 70조 원 돌파… 일부 과열 우려에도 거침없는 급등세국가 신용등급 상향도 주가상승 배경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드디어 지수 2,000 시대에 진입하였다. 지난 주 7월25일, 코스피지수는 2,004.22로 거래를 끝내며 마감가 기준으로도 당당히 2,000 고지에 올라서게 되었다.

2,000이라는 숫자가 무어 큰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주식시장이 상당부분 투자자들의 심리에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수 2,000이 가져다주는 심리적인 후광효과는 상당하다.

마감가 기준으로도 2,000에 올라섰으니, 이제는 지수가 2,000 위에 머무를 확률이 높아진 셈이다. 과거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지수 1,000을 넘어설 때에는 이렇지 않았다. 1989년부터 시작하여 5번이나 시도한 끝에 비로소 1,000포인트 위에 안착할 정도로 힘겨운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이번에 지수 2,000선을 넘는 것은 그리 힘겹지 않았다. 증시의 분위기도 좋고, 수급도 탄탄하다. 아울러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강력하다.

하지만 막상 2,000이라는 고지에 올라서고 보니 지금부터가 더 어렵게 느껴진다.

투자자들이 당면한 문제는 첫째로, 지금이라도 주식에 투자하거나 혹은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여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둘째로 과연 지금 들어있는 주식형 펀드나 혹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팔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현재의 시장 상황을 찬찬히 분석해보면 분명히 앞날에 대한 길이 보일 것이다.

우선 지수 2,000 시대를 가져온 이유를 따져보자. 주가가 일부의 과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일 급등세를 보였던 것은 첫째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돈의 힘 때문이었다.

증시 2000시대. 종가가 2004를 넘은 25일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직원들이 주가 2000시대를 자축하고 있다. 신상순 기자.

저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투자자들은 ‘낮지만 안정적인’ 은행 등의 예금금리에 만족할 수 없었던 터. 결국 ‘다소 위험하지만 높은’ 수익률을 좇아 시중의 자금이 증시로 몰려들게 된 것이다.

지금도 매일같이 1천억~3천억 원 규모의 자금이 국내 주식형펀드로 유입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식형 수익증권의 잔고가 현재 무려 70조 원을 돌파한 상황이다.

이처럼 막강한 자금이 증시로 공급되는지라 매수 세력이 튼튼해졌고, 그러니 주가가 오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간 지수가 2,000선에 이르는 동안 한국은행은 콜 금리를 인상하였고, 외국인들은 지수가 1,900선을 넘어서면서 차익을 챙기느라 매도로 일관하였다. 평소 같았으면 커다란 악재가 되었을 법한 뉴스였으나 상승하는 주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이는 따지고 보면 막강한 자금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주식시장의 풍경은 주가가 크게 하락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주식형 펀드의 가입이 급증한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펀드에 가입하겠다는 생각으로 자금이 몰리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국내 증시에 대한 저평가 논란이 사라졌다는 것도 상승세의 큰 배경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증시는 북한이라는 특수 상황에 놓여 있다는 이유로 선진국 증시에 비하여 저평가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북핵을 둘러싼 위기감이 해소되자 한국 증시를 올바르게 재평가하여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였고 그로 인하여 주가가 한 단계 레벨 업 할 수 있었다.

특히 이런 인식을 확인한 것이 바로 무디스의 우리나라에 대한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이다. 무디스는 지난 주 7월25일에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A2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이미 피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바 있으므로 이제 우리나라는 모든 면에서 당당히 국가 신인도가 높아졌다고 자부할 수 있다.

특히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한 날,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안착하였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될까? 지수가 더 상승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까? 증시 전문가들은 다소간 과열기미가 있어서 일단 2,000선을 넘어선 지수가 약간 조정을 거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설령 조정이 있을지라도 주식시장의 상승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시로 유입되는 막강한 자금이 버티고 있으니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말이다.

거기에다 무디스마저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면서 우리 증시가 선진국 증시에 편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증시는 모건스탠리가 발표하는 MSCI 지수에는 이머징마켓으로 편입돼 있으며 파이낸셜 타임즈가 발표하는 FTSE 지수에서는 선진국보다 한 단계 낮은 준선진국 증시로 분류되어 있다.

물론 국가 신용등급의 상향조정이 즉각적으로 MSCI나 FTSE지수에서의 선진국 증시로의 승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확률이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만일 우리 증시가 MSCI나 FTSE 지수에서 선진국 증시로 편입된다면, 이에 따르는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급증할 것은 익히 예상할 수 있다.

현재 외국인들이 매도에 주력하고 있으나, 이들마저 매수세에 가세한다면 지수가 장기적으로도 상승추세를 기록할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증시 전문가들은 지수 2,000을 기록하고 있는 현 단계에서라도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그다지 만류하지 않는다. 물론 약간의 조정이 나타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런 조정을 기대하고 펀드 가입을 늦춘다면, 실제로 조정이 나타나면 더 하락하기를 기다리느라 시기를 더 늦추게 되고, 그러다가 주가가 오르기라도 한다면 다시 기회를 날리는 꼴이 될 수 있다. 결국 너무 신중하면 오히려 주식형 펀드에 가입할 기회를 영영 놓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장기적인 상승세를 예상하느니 만큼 현 시점에서도 추가적인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만일 조정을 우려하는 투자자라면 증시 전문가들은 거치형 펀드보다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목돈을 펀드에 한꺼번에 투자하는 거치식의 경우는 투자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가입 시점을 면밀하게 잘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적립식의 경우는 가입한 이후 주가가 하락한다면 그만큼 싼 가격에 일정한 주식을 사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되므로 오히려 주가가 조정을 받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 수 있다.

매달 일정한 금액을 적립식으로 주식형 펀드에 넣어둔다면 앞으로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이익일 것이고, 그렇지 않고 설령 조정을 거친다손 치더라도 그때는 주식을 싸게 살 수 있으니 이래저래 기회가 되는 셈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개인 투자자들도 과거와는 달리 ‘단타’보다는 중장기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단기적인 수익을 노리기보다는 저평가된 주식을 골라 매수하고는 그것을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이 오히려 수익률이 높았다는 것을 피부로 체험하게 되면서 투자자들의 시각도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우리 증시의 앞날은 밝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당장의 수익이 아니라, 향후 2~3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투자의 목적이라면 지수 2,000이 문제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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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