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감은 새로운 도전과 기회PC는 '전기먹는 하마'… 1년간 켜두면 CO2 1.6톤 방출 효과MS·HP·델·AMD 등 저전력 사업 박차… 온라인 환경 감시도

정보기술(IT) 시장의 거대 기업들이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날 태세다. 얼핏 생각하기에 IT기업들은 환경문제와 관련해서는 자유로워 보일 수 있다. 매연, 공해 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IT 기업들도 결코 환경문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이슈가 있다. 바로 ‘전기’다. IT 기기들은 모두 전기로 움직인다. 움직이는 정도가 아니라 전기를 먹는 하마들이다.

대표적인 IT기기인 PC를 살펴보자. PC는 시간당 평균 280W의 전기를 먹는다. 전기장판을 틀어놓은 것 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셈이다. 퇴근할 때 PC를 켜두고 갔다면, 밤새 42인치 PDP TV를 틀어놓은 것과 같다.

쓰지 않고 켜둔 PC 때문에 지구촌에서 해마다 3조원 이상의 돈이 낭비되고 있다. PC 15대는 자동차 1대가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다고 한다. 1년동안 PC를 켜둔다고 가정하면, 1대의 PC에서 1.6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에 방출되는 셈이다. IT 기업들이 환경문제를 결코 소홀히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전기 문제는 한편으로는 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저전력 IT 제품은 그 자체로 시장에서 제품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PC 업계에 ‘에너지 절감’은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다.

환경재단과 서울특별시가 함께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한 지구의 날 (22일)기념‘STOP CO2’환경실천 조형물 제막식에서 참가자들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줄이기를 위한 행동지침을 외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환경재단과 서울특별시가 함께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한 지구의 날 (22일)기념'STOP CO2'환경실천 조형물 제막식에서 참가자들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줄이기를 위한 행동지침을 외치고 있다. 홍인기 기자

HP는 최근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에너지스타 4.0’ 기준에 맞춰 기업용 PC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에너지스타’는 EPA가 PC 전력절감을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EPA는 지난해 10월20일, 기존 3.0 버전을 7년만에 개정한 에너지스타 4.0을 발표했다. 새로운 기준을 따르려면 현재 출시된 PC들은 지금보다 에너지 효율을 평균 65% 개선해야 한다. 에너지스타 4.0 1단계 기준은 7월20일 발효됐다.

HP는 이번 결정에 따라 에너지 효율이 80% 개선된 전원공급장치를 기업용 PC에 탑재할 예정이다.

HP는 에너지스타 4.0 기준에 맞는 전원공급장치와 하드웨어 부품들을 장착한 결과, 전체 전력 소비량이 기존 제품보다 52%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PC 1대당 해마다 적게는 6달러에서 많게는 58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했다.

최준근 한국HP 사장은 “HP는 에너지 절약형 제품 생산, 2010년까지 전세계 자사의 에너지 사용량을 20%까지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친환경 정책과 프로그램들을 시행하고 있다”며 “한국HP도 환경재단 등 NGO들과의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등 장기적인 기업 목표 중 하나인 ‘환경’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인 델은 좀더 적극적으로 환경문제에 발을 담갔다. 델은 올해 1월 ‘탄소중립’(carbon neutral) 운동의 하나로 ‘나를 위한 나무 한 그루’(Plant a Tree for Me) 프로젝트를 출범한 바 있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 배출 등으로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등장한 용어로, 배출되는 탄소의 양만큼 나무를 심거나 대체에너지 개발 등에 투자하자는 운동이다.

환경보호펀드, 탄소펀드 등의 환경보호기구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소비자가 델 제품을 구입할 때마다 일정액을 떼내 두 환경보호기구에 기부하고, 이들 기구는 돈을 모아 녹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부를 원하면 제품을 구매할 때 ‘Plant a Tree for Me’ 옵션을 선택하면 되는데, 기부 금액은 노트북 1대당 2달러, 데스크톱PC는 1대당 6달러다. 이 금액은 각 제품들이 평균 3년동안 방출하는 카본 다이옥신을 제거하는 비용과 맞먹는다.

칩 제조업체인 AMD도 저전력 문제에 적극적이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인텔에 맞서고 있는 유일한 기업인 AMD는 저전력 칩을 경쟁무기로 내세워 인텔을 위협하고 있다.

저전력 칩 발표이후 기업 시장에서 25%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것. 이에 놀란 인텔도 서둘러 저전력 칩을 내놓았다.

AMD는 아예 PC 전력소비 감소 프로젝트인 ‘그린 그리드(The Green Grid)’를 진행하고 있다. 델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PC제조업체뿐 아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도 환경문제에 팔을 걷어 부쳤다. 환경감시 도구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터 재단과 손잡고 전세계 주요 대도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시간 측정·비교·분석할 수 있는 온라인 모니터링 도구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의 이야기다.

이들이 온라인 환경감시 도구를 제공하려는 이유는 지구온난화를 막고 청정 환경을 지속시키는 데 IT기술이 기여해보자는 취지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전략 수석임원인 크레이그 먼디는 “기술은 장기간에 걸쳐 세계 환경이슈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할 힘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빌 클린턴 재단의 CEO인 브루스 린지 또한 “이 새로운 소프트웨어 도구는 전세계 도시들이 지구온난화와 싸우는 데 있어 의미심장하고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제휴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이 제공할 모니터링 도구는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형태로 동시에 제공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클린턴 재단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방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ICLEI)와 제휴를 맺었다.

ICLEI가 이미 HEAT(통합 배출분석도구)를 개발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HEAT는 현재 전세계 1천여개 대도시의 환경측정 도구로 도입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ICLEI의 HEAT 개발 노하우를 기반으로 새로운 온라인 소프트웨어 도구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전세계 주요 도시들이 힘을 모아 공통 과제인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처하고 기술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표준 시스템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파트너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마이크로소프트는 도시들이 자신들의 환경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단일 웹 솔루션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 솔루션이 제공하는 정보를 이용해 주요 대도시들은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고 탄소 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게 된다.

새로운 웹 기반 소프트웨어는 무료로 제공되며, 올해 말까지 개발을 마치고 주요 대도시에 공급될 예정이다.

AMD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세계 IDC의 1년 전기요금이 6조7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IT기업들에게 환경문제는 생존의 문제와도 직결되는 화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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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