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교통체계 '똑똑한 도로서' 핵심기술 개발 박차정부, 2016년까지 1,494억 원 투자 '지능형 고속도로' 프로젝트 추진각종 텔레매틱스 기술 적용한 지능형 자동차도 2015년 일반화 예상

도요타 자동차 컨셉트카‘아이 유닛’. 나무잎 모양의 좌석 틀을 갖고 있는 1인승 사륜구동 자동차로, 지능형 이동시스템을 갖췄다. <연합뉴스>
할리우드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도로 위의 자동차들이 모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질서정연하면서도 빠르고 안전하게 달리는 장면이 나온다. 더욱이 운전자들은 핸들조차 잡지 않고 있다.

이는 영화감독의 머리에서 나온 한낱 공상이 아닌 실제 다가올 미래다. 멀지 않은 훗날에는 운전자가 단지 탑승자의 개념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차량이 스스로 알아서 주변 차량들과 거리를 유지하며 목적지까지 운행하는, 말 그대로 ‘자동’(自動)차의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꿈 같은 일을 예견할 수 있는 것은 첨단 정보통신 기술 등을 바탕으로 한 ‘지능형 교통체계’(ITSㆍIntelligent Transport System)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능형 교통체계는 교통ㆍ전자ㆍ통신ㆍ제어 분야 등의 첨단 기술을 도로ㆍ차량 등 교통체계의 구성요소에 적용해 실시간 교통정보를 수집 및 처리함으로써 교통시설의 이용효율을 극대화하는 한편 교통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제고하는 21세기형 교통체계로 정의된다.

정부는 지난 2일 개최한 과학기술관계장관 회의에서 2016년까지 1,494억원을 투자해 최고시속 16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고성능 지능형 고속도로 ‘스마트 하이웨이’의 핵심기술을 개발한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발표했다.

정부의 사업계획에 따르면 스마트 하이웨이는 기존의 고속도로와 달리 이동성, 편리성 및 안전성 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그야말로 꿈의 도로다.

여기에는 ▲타이어 소음방지 및 배수촉진 포장기술 ▲도로상태 실시간 계측 기술 ▲실시간 교통정보 제공 기술 ▲교통제어 기술 ▲자동차 안전주행 지원 기술 등 다양한 최첨단 기술이 총동원돼 운전자들에게 최상의 운전 여건을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스마트 하이웨이가 구현되면 국내 거점 도시간 이동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돼 교통 및 물류에 일대 혁명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 자동차 산업에도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교통의 신기원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스마트 하이웨이는 지능형 교통체계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의 과도기적 단계로 볼 수 있다. 현재 선진국 중심으로 활발하게 연구개발 중인 지능형 교통체계의 최종 목표는 자동 운행의 실현에 맞춰져 있다.

‘스마트 하이웨이’조감도
'스마트 하이웨이'조감도

우리나라도 1999년 ‘교통체계효율화법’을 제정해 7대 서비스 분야로 구성된 지능형 교통체계 구축사업을 꾸준하게 펼쳐오고 있는데 그 안에 차량ㆍ도로 첨단화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차량ㆍ도로 첨단화 서비스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차량 전후방 및 측면 충돌 예방 ▲교차로 충돌 예방 ▲차량안전 자동진단 ▲운전자 시계 향상 ▲차량간격 자동제어 ▲자동 조향 운전 ▲군집 운행 등이다.

현재로서는 실제 상용화 단계까지 나아간 서비스가 거의 없지만 관련 기술과 시스템 개발은 꾸준하게 일정한 성과를 쌓아오고 있다.

특히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보여준 자동 주행과 군집 운행은 우리나라도 실험적이나마 실현 가능한 기술수준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지난 1998년 ITS 서울세계대회 때는 건설교통부와 자동차 업계가 공동으로 군집 운행 기술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바도 있다.

당시 시연(試演)에서는 여러 대의 자율주행 차량이 상호 정보교환을 통해 10m 간격을 유지하며 시속 80km의 고속주행을 하는 묘기를 선보여 참관인들의 갈채를 받았다.

우리보다 10년 이상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의 지능형 교통체계 기술개발 흐름도 주목된다.

일본은 현재 한국의 스마트 하이웨이 사업에 비교되는 ‘스마트웨이(Smartway)21’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은 도로 시설에 센서와 광통신망 등을 결합해 차량과 도로가 일체화되는 자동운전 시스템(AHSㆍAdvanced Cruise-Assist Highway Systems)을 구축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10년 이후 주요도로에 AHS를 실현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을 만큼 우리보다 몇 걸음 앞서 달리는 상황이다.

이처럼 자동주행이 가능한 지능형 교통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자동차의 진화도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핵심적으로 요구되는 게 바로 자동차용 원격정보 기술인 텔레매틱스(Telematics)인데, 현재 전세계적으로 연구개발 열기가 뜨겁다.

전문가들은 각종 텔레매틱스 기술을 적용해 ‘달리는 컴퓨터’에 가깝게 변모한 지능형 자동차가 2015년께 일반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때쯤이면 자동차는 시시각각 바뀌는 도로상태나 교통상황 정보를 인식하는 것은 물론 다른 자동차와의 통신 기능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초보적인 단계이기는 하지만 인간을 대신해 직접 운행 정보를 챙기는 지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텔레매틱스 기술과 차량 제어 기술 등이 더욱 발전하게 되면 운전자 없이 스스로 운행하는 무인 자동차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그것도 그리 먼 미래가 아니라 2030년쯤 되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실감을 하기는 어렵지만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어쩌면 음주운전이니 대리운전이니 하는 말은 고사성어가 되고 운전면허 시험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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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