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게임산업 진출 공식화로 종합 미디어기업 청사진 구체화이동통신 시장 정체·수익성 악화 등 돌파 위한 타개책 포석도해당 업계 SKT 행보에 초긴장… 당장 성과 낼지는 미지수

SK텔레콤의 을지로 사옥
국내 1위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SKT)의 요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본연의 사업영역인 이동통신 시장에서 50% 이상의 독보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터에 여타 시장으로의 영향력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영화 배급업과 게임산업 진출을 공식화해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같은 발걸음의 큰 방향은 단순한 통신 사업자의 외피를 벗어 던지고 콘텐츠 사업자로 변신하는 쪽에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의 막강한 이동통신 하드웨어에 콘텐츠라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통신ㆍ방송융합, 즉 컨버전스(Convergence)라는 키워드로 대변되는 차세대 미디어 산업에서도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온 이동통신 시장의 포화로 인한 성장정체도 최근 움직임의 또 다른 주요 배경이다. SKT는 연 매출액이 무려 10조원을 넘지만 최근 수년째 게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이 큰 고민이다.

2003년 9조5,000억원대였던 총 매출액은 3년이 지난 2006년 10조6,500억원대를 기록했다. 외견상 10% 이상 성장했지만 이전에 보여준 폭발적 신장세와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오히려 1조9,000억원대에서 1조4,400억원대로 크게 뒷걸음질했다. 시장포화 상태에서 경쟁사들과의 이전투구식 마케팅 전쟁에 막대한 비용을 소요한 데다 급성장 과정에서 조직이 비대해진 탓도 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SKT는 수년 전부터 성장정체라는 벽을 뚫기 위한 새로운 엔진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해외시장 진출과 사업다각화에 박차를 가해온 것은 그런 까닭이다. 최근 영화 배급업이나 게임산업 진출을 선언한 것도 물론 같은 맥락이다.

SKT는 내년 설 연휴 대목에 맞춰 영화 배급사업의 첫 발을 내딛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1호 배급작은 흥행작 ‘가문의 위기’ 등을 연출한 정용기 감독의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코리아’(Once upon a time in Korea)로 정해졌다. SKT는 총 제작비가 60억원 가량 소요되는 이 영화에 20% 정도의 비용을 투자하는 한편 배급을 책임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의 첫 영화 배급작은‘가문의 위기를’연출한 정용기 감독의 작품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의 첫 영화 배급작은'가문의 위기를'연출한 정용기 감독의 작품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SKT는 그 동안 몇 편의 영화에 투자를 해왔지만 배급사업은 그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단순한 일회성 투자와 배급사업 참여는 국내 영화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에서 비길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투자, 제작, 배급 등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국내 영화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CJ, 오리온, 롯데 등 기존 강자들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SKT가 자금력이나 마케팅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자신들을 충분히 위협할 만한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SKT가 기존 업체들처럼 다수의 복합영화관(멀티플렉스)을 확보해 직접 관객을 끌어 모으는 사업까지 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3대 메이저 영화관이 시장을 분점하고 있는 터라 큰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그보다 SKT는 독점 배급권을 직접 보유함으로써 기존 사업과의 연계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휴대폰과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 방송(DMB), 그리고 SK커뮤니케이션즈 산하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 현재 보유 중인 플랫폼을 통해 영화 콘텐츠를 부가적인 수익원으로 활용한다는 것.

실제 SKT측은 영화 투자 및 배급사업 확대의 목적은 기존 사업모델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온라인게임 분야에도 진출한다. 사진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

SKT의 투자ㆍ배급사업 진출에 대해 영화계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막대한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신규 진출함으로써 돈줄은 숨통을 트겠지만, 흥행성을 최우선에 두다 보면 예술영화나 장르영화의 입지가 더욱 위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SKT의 온라인게임 시장 진출도 관련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은 엔씨소프트, 넥슨 등의 대표주자가 주도하고 있지만 SKT가 가세하게 되면 이들 전문업체와 SKT의 한판 전쟁이 불가피하다.

그 동안 모바일게임 사업을 영위해온 SKT는 프로게임단 T1을 운영하는가 하면 김신배 사장이 직접 한국e-스포츠협회의 수장을 맡아 e-스포츠 확산을 주도하는 등 온라인게임 시장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SKT의 온라인게임 진출을 단지 시간문제로 여겨 왔다.

SKT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게임사업부를 신설하고 모바일게임뿐만 아니라 온라인게임 사업도 함께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손자회사였던 게임개발업체 엔트리브소프트의 지분 66.7%를 확보해 자회사로 위상을 끌어올렸다. 온라인게임 시장 본격 진출에 앞선 전열 가다듬기의 성격이 짙다.

업계에서는 SKT가 국내 시장만을 보고 온라인게임 산업에 뛰어들었을 리는 없다고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 시장이라는 것.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계 게임시장은 2008년쯤 850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성장세가 높은 분야가 바로 온라인게임이다.

SKT가 당장 공략 목표로 삼을 곳은 중국 시장이라는 구체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SK그룹 차원에서 중국 시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데다 김신배 사장이 e-스포츠협회장으로서 중국과의 게임 교류에 상당한 정성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막대한 자본력을 지닌 SKT가 전문 게임업체의 영역으로 간주돼온 온라인게임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변변한 자본 없이 창의성과 열정만으로 게임 강국의 초석을 놓아온 중소업체들의 노력에 편승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시각과는 별개로, SKT가 종합 미디어기업을 지향하며 각종 신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과연 기대만큼 돈을 벌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ITㆍ통신분야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 동안 SKT가 다양한 사업모델을 찾아 투자해 왔지만 아직 대부분의 매출은 이동통신에서 나오고 있다”며 “때문에 SKT가 바라는 회사의 수익구조 다변화는 단기간에 이뤄내기는 어려운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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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