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발전보다 생산 단가 낮아 유럽 등서 급성장덴마크선 환경보존 등 영향으로 전체 전력량 22% 차지국내는 발전 용량의 0.3% 수준… 풍력설비 97% 수입도 씁쓸

전세계 에너지 업계가 풍력발전에 ‘바람’이 나도 단단히 났다. 말 그대로 바람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돈을 벌려는 시도들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풍력발전은 바람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변환기술로 정의된다. 공기역학에 의해 날개처럼 생긴 회전자(rotor)가 돌아가면서 발생하는 기계적 운동에너지를 발전기를 통해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원리다.

풍력발전은 여러 신ㆍ재생에너지 분야 중에서도 경제성과 기술 성숙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다. 아울러 화력발전 등 기존의 발전 방식과 거의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지난해 산업자원부가 발간한 신ㆍ재생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풍력발전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에너지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10여년 동안 전세계 설치 용량은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대형화에 따라 발전단가 역시 20여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특히 풍력발전의 신규 발전용량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05년에 41% 증가한 데 이어 2006년에도 32%나 신장했다. 이는 1995~2004년 연평균 성장률 23%보다 1.6배나 늘어난 수치.

올 초 글로벌풍력위원회(GWEC)라는 외국기관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전세계 풍력발전의 총 발전용량은 74.2GW에 달한다. GW는 1기가와트, 즉 10억 와트를 의미한다. 2010년에는 풍력발전의 총 발전용량이 2006년의 약 2배인 150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풍력발전 수요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은 기존 석탄화력발전과 비교해 발전 단가가 더 낮아진 데다 발전소요 면적도 적게 차지하는 등 경제성을 확보한 게 결정적 배경으로 꼽힌다.

2006년 기준 석탄화력발전의 발전단가는 60유로/MWh으로 풍력발전의 54유로/MWh를 웃돌고 있다. 시간당 100만 와트의 전기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석탄화력발전은 60유로(유럽연합 화폐단위)인 반면 풍력발전은 그보다 적은 54유로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발전소요 면적, 즉 발전기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부지 측면에서도 풍력발전은 석탄화력발전의 3분의1 정도 땅만 소요할 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가 2005년 공식 발효된 것도 최근 풍력발전의 급증과 깊은 연관이 있다. 1차 의무 감축국에 포함된 선진국들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줄여야 함에 따라 풍력발전을 대체 에너지원으로 급히 찾고 있는 것이다.

풍력발전은 200kW급 발전기를 1년간 운영할 경우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석탄을 120~200톤 가량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럽은 세계 풍력발전 보급량의 5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풍력발전이 점차 일반화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덴마크는 풍력발전이 전체 전력 공급량의 22%를 차지하고 있으며, 스페인과 독일도 5%가 넘는 전력을 풍력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풍력발전의 신규 설치용량도 주로 유럽 지역에 쏠려 있다. 2004년 새로 추가된 풍력발전 용량의 73%가 유럽의 몫이었다. 유럽 지역에서는 스페인, 독일 외에 이탈리아, 포르투갈,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의 풍력발전 증가세가 최근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그 외 지역에서는 캐나다, 호주와 함께 인도, 일본, 중국 등이 풍력발전 도입에 상당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급속한 경제성장을 구가하는 인도는 2004년 한 해 동안 875MW의 풍력발전이 증설돼 세계 3위권의 시장으로 도약했다.

세계 각국의 풍력발전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시장의 불균형이 심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2004년 기준 국가별 설치용량의 누계치를 살펴보면 독일, 스페인, 미국, 덴마크, 인도 등 5개국이 전세계 풍력발전의 78.7%를 차지했다.

이러다 보니 세계 풍력발전 산업의 주도권도 몇몇 국가의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의 베스타스, 독일의 지멘스와 에너콘, 스페인의 가메사 등 상위 6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풍력발전 조건이 좋은 강원, 경북, 제주 등지에 풍력발전단지가 잇달아 조성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국내 풍력발전 용량이 전체 발전 용량에서 담당하는 비중은 고작 0.3% 수준이다.

또한 주식시장에서 국내 풍력발전 기업들이 테마주를 형성하는 등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세계시장의 경쟁 업체들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현재 국내 업체들이 개발에 성공한 풍력발전기는 750kW급으로 세계시장의 주류인 2MW급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

아울러 국내에서 운영 중인 풍력발전 설비의 97%가 수입된 것이라는 점도 씁쓸한 대목이다. 그 중에서도 베스타스라는 한 개 회사가 무려 80%의 설비를 국내에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마디로 최근 국내 풍력발전 시장의 붐은 빛 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향후 가파른 성장이 예견되는 풍력발전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낙오하지 않으려면 기술 개발을 더욱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 조용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특히 선도업체와의 격차가 큰 풍력발전기 제조 및 시공 부문의 육성이 시급하다”며 “발전기 시스템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지원과 기업 공동의 제품개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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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