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 낙관 美 금융시장선 폭에 관심… 18일 공개시장위원회 주목버냉키 FRB 의장 입에 쏠린 눈… 단행되면 국내 증시에 청신호

벤 버냉키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 와이오밍 주의 잭슨 홀에서 열린 연례 심포지엄 기조연설문을 하기 위해 아내 안나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어느 나라이건 그 나라의 중앙은행장의 ‘입’은 항상 금융시장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중앙은행장이라는 자리가 한 나라의 금융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수장의 위치이니만큼 그의 발언을 면밀히 분석하면 향후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예상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대책이나 전략도 쉽게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장 역시 자신의 발언이 가져다줄 파장을 잘 알고 있는지라, 되도록 직설적인 표현은 피하고 두루뭉수리하게 말하거나 아니면 직접적으로 표현하더라도 최소한으로 그친다.

그러기에 표현이 애매하기로 악명이 높았던 그린스팬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전임의장의 경우는 그의 발언의 의미만을 전문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난 8월31일에도 전 세계 금융시장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의 입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최근 미국의 증권시장을 비롯하여 전 세계 금융시장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부실로 인한 금융위기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입장으로서는 버냉키 의장의 입에서 무언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발언이 나와 주기를 은근히 기대하였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 부실의 경우, 시장의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위원회가 초기에는 그다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였던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의 유수한 투자은행의 하나인 베어스턴스가 운영하는 헤지 펀드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하여 청산될 위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그로 인하여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을 때에도 연방준비위원회는 별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공개시장위원회의 성명서에서도 큰 변화를 감지할 수 없었던 터.

이것이 연방준비위원회가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던 단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8월 들어 프랑스의 BNP파리바은행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부실로 인하여 펀드의 상환을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그로 인하여 전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크게 충격을 받으면서 그제야 미 연방준비위원회는 바빠졌다.

세계 증시의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가 폭등하는 사태가 전개되자 연방준비위원회는 부랴부랴 긴급 유동성 공급에 나서서 단기간에 880억 달러규모의 자금을 시장에 수혈하였고, 나아가 지난 8월 중순에는 중앙은행의 재할인율을 6.25%에서 5.75%로 0.50% 포인트 긴급 인하하는 조치를 단행하기도 하였다.

특히 재할인율 인하 조치는 금융시장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던 일이었기에 시장이 단기적으로 진정되는데 상당한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다소 타이밍이 늦었기에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버냉키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은 그 자리에 오른지가 아직 얼마 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기에 시장에서는 그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을 빗대어 “애송이의 실수(rookie mistake)”라는 말로 비아냥거릴 정도였다. 그러기에 버냉키로서는 이런 굴욕을 딛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을 쏟아야 할 처지이다.

현 상황에서 아무래도 시장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달러 기준금리의 인하조치이다.

그 이전에 이미 시장의 안정을 위하여 연방준비위원회는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고 재할인율을 인하하기는 하였으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 특히 재할인율이란 시중의 상업은행이 긴급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였을 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대출채권을 중앙은행에서 재할인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금리이므로 일종의 페널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재할인율을 인하하는 것으로 금융시장에 심리적인 안정을 줄 수는 있으나, 그 이상의 확실한 금리인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보편적인 거래에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직접적으로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것이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훨씬 더 바람직한 일일 수밖에 없다.

결국 전 세계의 금융시장이 8월31일에 있었던 버냉키의 연설에 귀를 기울였던 것도, 그의 입에서 “금리인하”라는 말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와이오밍 주의 잭슨 홀에서 열린 연례심포지엄 기조연설을 통해 "연방준비위원회는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야기될 수 있는 전체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제한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문제들을 면밀하게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하였으나 정작 시장이 기대하였던 것과는 달리 9월18일에 개최될 공개시장위원회 달러화의 기준금리를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중앙은행장의 발언답게 다소 두루뭉수리한 표현을 사용하였으나, 시장에서는 그가 말하는 “필요한 조치”라는 단어를 “금리인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고, 따라서 발언이 전해지자 미국의 주가는 크게 오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달러 금리의 수준을 결정하는 공개시장위원회가 오는 9월18일에 열릴 예정인데, 금융시장의 많은 전문가들이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기준금리의 움직임을 앞서가는 미국 시카고의 금융선물시장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1% 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을 82% 반영하고 있을 정도이므로 확률도 대단히 높은 셈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금리인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를 자산으로 하는 유동화채권에 투자한 헤지 펀드는 어차피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높은 수익을 찾아가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추구하는 속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높은 위험을 감수하였다가 설령 그로 인하여 손실이 났을 지라도, 그로 인하여 금융시장이 혼란스럽다고 기준금리를 얼른 인하해버리는 것은 자칫 모럴 해저드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 금리인하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이유가 어떻든 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것은 바라지 않는 바이고, 더구나 버냉키 의장도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라고 표현하여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 오히려 관심사는 금리인하의 여부가 아니라, 금리인하의 폭으로 옮겨가 있다.

금리가 인하되지 않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시장에서는 0.25%의 금리인하는 거의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니 만일 9월18일의 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만 인하한다면, 오히려 시장은 실망할 수도 있다.

이미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바이므로, 예상하였던 대로 금리가 “무난하게” 인하된다면 그것만으로는 환호하여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일만한 이유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0.25% 포인트가 아니라, 0.50% 포인트 수준의 금리 인하가 단행된다면, 금융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이전의 상승추세를 되찾아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기준 금리가 0.25% 포인트이건 혹은 그 이상이건 인하된다면 우리나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당연히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터.

어차피 우리 증시가 흔들린 것도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부실 충격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미국 시장이 안정된다면 의당 우리 증시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9월18일의 미 공개시장위원회가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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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