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커트폰·UFO폰 등 신제품, 기술보다 패션코드로■ 최지성 사장 체제 출범 후 … 애니콜의 대변신저가폰 공략으로 과감하게 실리 경영… 모토로라 따돌리고 해외시장 2위 달려국내 점유율도 최고 55%까지 확장

삼성전자 관계사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과의 최근 대화.

“삼성 쪽에 근무하면서 왜 애니콜 안쓰죠?”

“삼성 제품 중에 예쁜 게 없어서요!”

“요즘 미니 괜찮잖아요?”

“이 것 살 때는 그런 게 없었어요.”

이 대화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브랜드파워를 가진 삼성전자 휴대폰 애니콜이 얼마 전까지 처해 있던 위상을 말해 준다. 비록 일부나마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삼성 휴대폰이 직면했던 ‘위기’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해도 크게 틀린 지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 해 ‘최지성호(號)’로 배를 갈아 탄 삼성전자 휴대폰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전임 수장인 이기태 부회장에 이어 최지성 사장이 지난 1월 바통을 이어 받은 삼성전자 휴대폰은 지금 대대적인 변신 중이다.

‘미니’에 이어 ‘UFO’…. 올 초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이 부임한 이후 시장에 선보인 삼성전자의 신제품들이다. 이 전까지 삼성전자 휴대폰 브랜드는 ‘울트라 이디션’(Ultra Edition)이란 이름으로 통했다.

모두 다 영어란 공통점 외에 달라진 이들 브랜드명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언뜻 눈치채기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는 삼성전자 휴대폰이 종전의 ‘기술’에서 ‘감성’으로 방향타를 전환했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레이저’를 앞세운 모토로라의 공세에 삼성전자가 내세웠던 브랜드는 ‘울트라 이디션’. 휴대폰에 ‘슬림 혁명’을 가져온 모토로라 레이저에 맞서 초슬림 휴대폰으로 맞서겠다는 삼성전자의 복안이 드러난 모토다.

‘울트라’라는 어휘 역시 ‘슬림’이라는 단어가 주는 ‘얇다’는 이미지 이상으로 ‘초슬림’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는 슬림보다 더 슬림하게, 그것도 극한까지(울트라) 얇게 만들 수 있다는 기술적 우월감이나 자신감이 깔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조건 얇은 것이기만 한 걸까? 또 얇게 만든 휴대폰이면 다 통할까? 아쉽게도 시장에서 반응은 엇갈렸다.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야, 삼성 아니면 저렇게 얇은 휴대폰을 누가 만들겠어?’ ‘얇긴 얇은데 볼품은 없어 보이네!’

삼성전자가 주도적으로 밀어 붙인 대표 브랜드이니만큼 나름대로 호평도 받고 시장에서 상당한 판매 실적도 올렸지만 디자인이나 패션성에서 만큼은 아쉬움이 남았다는 평이 우세하다.

‘잠깐! 스타일 단속 있겠습니다. 2007년 대한민국에 미니스커트 단속반이 떴다?!’ 광고에서처럼 최지성 사장 부임 이후 첫 작품이랄 수 있는 애니콜 ‘미니스커트’는 종전과는 다른 느낌을 던져 준다. 우선 ‘휴대폰에 웬 미니스커트지?’란 궁금증부터 불러 일으키고 있어서다.

올 봄 삼성전자가 시장에 내놓은 미니스커트폰은 패션계 트렌드인 미니멀리즘 디자인 컨셉을 적용한 디자인이 채용됐다. ‘미니스커트’폰이란 이름도 제품모양이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원피스 스타일의 미니스커트와 비슷한데다, 올 패션 트렌드인 ‘미니멀리즘’이라는 개념이 제품 디자인 컨셉과 일맥상통해 붙여진 것.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휴대폰을 이제 더 이상 ‘기술’로서가 아닌 ‘패션’이나 ‘트렌드’ 코드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소비자의 감성과 느낌에 호소하는 듯한 미니스커트폰의 컨셉트는 광고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모델 전지현과 경찰이 벌이는 발칙하고 발랄한 스타일 단속 실랑이를 스토리로, 1960년대 미니스커트 단속을 응용한 신선한 역발상이 적용된 것. 예전 여러 종류의 제품들이 줄줄이 나오며 다양한 제품들을 동시에 소개하는 듯한 울트라 이디션 광고와도 역시 차별화된다.

“미니스커트는 휴대폰 선택에 있어 디자인을 중요시 여기는 소비자들을 위해 거추장스러운 부분을 줄이고 라인을 깔끔하게 정리한 미니멀리즘 디자인 컨셉의 휴대폰입니다.”

삼성전자 애니콜 마케팅부서측은 “디자인이 돋보이는 이 휴대폰의 매력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 여성이 입은 미니스커트 패션이 휴대폰 디자인과 꼭 닮아있어 ‘미니스커트’라는 애칭을 붙였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달라진 삼성전자 휴대폰 마케팅 코드는 최근 선보인 신제품으로 이어지며 한 층 더 업그레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로 HSDPA폰인 ‘UFO폰’. 국내와 해외 시장 동시에 3G폰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내놓은 이 휴대폰은 7.2Mbps급 초고속 전송 속도를 자랑하는데다 미래 지향적인 슬림 슬라이드 디자인에 원반 모양 휠키를 탑재, UFO란 이름이 부여됐다.

‘UFO’는 상상할 수 없는(Unimaginable), 빠른 속도(Fast Speed), 놀라운 7.2Mbps(Oh,7.2Mbps)의 약자. 소비자들이 기존의 휴대폰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놀라운 속도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역시 제품의 성격과 기술적 우위를 디자인과 이미지, 사용자가 호기심을 가질 만한 이름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제품 광고 또한 감성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예고편인 티저 광고에서 고객들의 호기심을 한껏 유발시킨 뒤 제품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본편 광고에서는 ‘속도’라는 휴대폰의 기능 외에도 휠키 인터페이스와 유선형의 디자인 모두가 ‘빠른 속도’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호평도 쏟아지고 있다. ‘외국 자동차 광고인 줄 알았다’, ‘SF영화같다’ 제품의 특징을 퓨처리즘 트렌드와 접목한 이 이름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최지성 사장 체제 출범 이후 삼성 휴대폰의 이 같은 변화는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바 있다. LCD TV에 프랑스의 유명 와인 산지 이름을 붙인 ‘보르도TV’를 앞세워 세계 디지털 TV 시장을 평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TV 몸체 아랫부분에 붉은 색깔을 약간 입힌 모양이 마치 와인을 따라 놓은 잔 이미지를 연상시켜 ‘보르도’라 명명된 TV는 그의 히트작이기도 하다. 딱딱하기만 한 TV와 와인이라는 소비자의 감성 코드를 여지없이 발휘한 셈.

경쟁업체들도 최지성 사장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삼성전자 휴대폰이 예전의 기술력보다는 더 ‘고객 지향적(오리엔티드)’ 성향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결코 부인하지 않는다.

비단 감성이나 소비자 지향적인 성향에서 뿐 만 아니라 경영의 실리 면에서도 최지성 사장은 종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키아와 모토로라에 선수를 빼앗겨 방치되다시피 했던 저가폰 시장에 과감히 뛰어 든 것은 그의 또 다른 결단력을 보여준다.

최지성 사장의 실적 중시주의는 결과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종전 프리미엄 온리(Premium Only) 전략에 집착, 글로벌 시장에서 떨어졌던 점유율이 다시 올라가고 있는 것.

삼성전자 휴대폰은 해외 판매대수에서 올 2분기에 분기별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치인 3,740만대의 휴대폰을 팔아 모토로라를 따돌리고 2위에 올라섰다. 저가폰 시장에도 공을 들인 덕분이다.

해외 부문 시장 점유율도 지난 해 평균 11.4%로 모토로라의 21.7%에 밀려 3위였지만 올 해는 2분기에 모토로라의 13.8% 보다 앞선 14.5%를 기록, 2위에 입성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에서도 지난 해 47~50%를 오갔지만 올 해는 47~55%대를 넘나들 만큼 시장 확장에 성공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지성 사장 자신은 이 같은 변화와 실적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은 함부로 말하고 나설 때가 아니라는 것. 그 자신도 앞으로의 계획이나 방향에 대해 자세한 언급은 되도록 삼가고 있다.

특히 올 해 들어서도 지금까지의 마케팅이나 실적 부문의 성과에 있어서는 “전임인 이기태 부회장이 닦아 놓은 초석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겸손함을 읽지 않는다.

앞으로 하반기, 그리고 내년부터가 실질적으로 본인이 만드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주변에서 전하는 것들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최지성호를 앞세운 삼성전자 휴대폰의 변신과 질주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는 것은 업계에서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흥미를 안겨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 LG 사이언의 도전과 응전?
"애니콜은 아직도 2% 부족" 감성코드 한수위 LG 자신

"애니콜이요?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히트폰이라 딱히 내세울 만한 것이 최근 있나요?" 최지성호로 갈아탄 삼성전자 휴대폰을 두고 시장의 한 관계자가 일침한 말이다.

세계 시장의 메이저 브랜드인 삼성전자 휴대폰은 여전히 국내에서 시장 점유율 1위다. 지난 해 평균 시장 점유율 50% 내외에서 올 해는 50~55%를 오갈 만큼 신장세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만년 2~3위 브랜드로 인식되던 LG전자의 휴대폰 '사이언'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팬택, 모토로라와 공동 2위권으로 분류되던 사이언이 지금은 확실한 2위 주자로 자리매김되고 있어서다.

사이언의 시장점유율 또한 지난 해 20~25%에서 올 해는 25~30%로 5%포인트 이상 늘어나고 있는 것.

단순히 신장률(%포인트 기준)을 보면 삼성전자 애니콜이나 LG전자 사이언 모두 5%로 엇비슷하다. 하지만 기존의 시장점유율과 비교한 실질적 신장 폭에서는 LG전자가 삼성보다 2배 이상 더 성장한 셈이다.

사이언, 애니콜 똑 같이 5%포인트의 신장율을 보였지만, 기존 시장점유율을 감안하면 사이언은 20%, 애니콜은 10% 성장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때문에 최근 팬택계열 스카이와 모토로라가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늘어난 몫을 LG전자가 좀 더 효율적으로 낚아챘다고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측은 "삼성전자가 물량 공세를 퍼부으면서 제품을 많이 팔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사이언이 가격 할인이나 리베이트 할인율을 경쟁사들보다 높게 주지 않는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펴지 않았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이끌고 있는 최지성 사장이 애니콜을 기존의 '기술' 이미지에서 소비자의 '감성'코드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은 LG전자도 인정하고 있다.

이미 감성 트렌드면에서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LG전자로서는 '멀리서 따로 가고 있던 경쟁자가 방향을 틀어 자신들과 같은 궤도로 접어들며' 추격을 받고 있는 입장이 된 것.

하지만 LG전자는 아직까지 "디자인과 더 세밀한 감성 부문에서는 삼성전자 애니콜이 사이언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안심(?)하고 있다.

초콜릿폰에 이어 샤인폰, 그리고 명품 프라다폰까지 프리미엄폰인 블랙라벨 시리즈를 이끌고 있는 것과 비견해서도 애니콜은 아직까지 뭔가 2% 정도는 부족하다는 것이 그 근거.

삼성전자 애니콜이 이건희폰, 벤츠폰, 블루블랙폰 등으로 히트폰 계보를 잇던 것이 언제일까 싶을 정도로 최근 메가톤급 히트폰 대열에 이름을 올린 것이 없다는 것도 다른 반증으로 거론된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도 올 가을 새로운 컨셉의 전략폰들을 내놓을 예정. 소비자 오리엔티드 & 감성 마케팅으로 방향을 튼 최지성호의 삼성전자 애니콜이 디자인과 트렌드 선도 차원에서도 어떤 과실을 거둘지 또한 관심거리로 남아 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