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하 따라 세계 외환시장서 하락세국내 주식시장 활황으로 외국투자자 매도 늘고원화 자금 확보하려는 수출기업 매물도 쏟아져G7 재무장관 회담·외환당국 강력 개입 등이 변수

서울 외환시장에서 다시 환율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10월1일, 달러 환율이 913.70원으로 거래를 마감하면서 종가 기준으로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달러 환율은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그러니 서울 외환시장의 딜러들은 환율이 1997년 말 우리나라가 IMF의 긴급 금융지원을 받기 전에 기록하였던 최저치 913.50원(1997년10월2일)을 무너뜨릴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일 환율이 913원선을 지나게 된다면 910원선 마저 붕괴될 확률이 높고, 그럴 경우라면 900원선조차 지켜진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913원선이 이를테면 ‘마지노선’인 셈.

물론 한국은행을 비롯한 외환당국은 여러 차례 외환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것을 막았으며 혹은 당국자의 발언을 통하여 “환율이 수직 낙하하는 것을 그저 수수방관하지만은 않겠다.”고 강조함으로써 외환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외환 시장을 둘러싼 여건은 마냥 한국은행에 유리한 상황만은 아니다.

달러 환율은 최근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결국 연중 최저치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이렇게 된 데에는 달러 금리 인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지난 9월18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FRB)는 0.25% 포인트 수준의 완만한 인하를 전망하였던 금융시장의 지배적인 예상을 뒤엎고 달러화의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0.50% 포인트나 내리는 조치를 취하였던 것. 그 결과 국제 금융자본들은 금리가 낮아져 수익률이 떨어진 달러화에 매력을 잃었고, 이들이 잇달아 달러화 매도에 나서면서 달러화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게 되었다.

또한 글로벌 외환시장에서의 달러 약세 분위기가 서울 외환시장에도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원화에 대한 달러환율 역시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환율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에도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연중 최저수준인 910원대로 밀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우리나라의 환율도 덩달아 크게 올라설 수 있었다. 8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에 따라 금융시장이 경색되자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매수세가 늘어났고, 이로 인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한때 910원대로 밀렸던 환율은 그 덕택에 급속히 반등하여 950원대로 올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급등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였다. 8월17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재할인율을 전격 인하하면서 달러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던 것이다. 그런데다 결정적으로 달러화 기준금리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인하되면서 달러화의 가치는 연일 추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단 글로벌 달러 약세 뿐 아니라, 국내외 적인 요인들도 환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이 다시 살아나면서 한때 우리나라 증시에서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는 것이 환율의 하락을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원천은 달러화이니만큼 이들은 달러를 서울 외환시장에서 매도하여 그 자금으로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주식에 투자하려는 목적으로 달러 매도물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최근의 경우에는 꾸준히 ‘주가상승=환율하락’의 등식이 성립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 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밀린 것은 추석을 전후로 하여 원화 자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수출대전 매물이 집중적으로 쏟아진 때문이기도 하다.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양상은 특히 조선업체를 중심으로 하여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조선업체는 올해 들어 수주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또한 장기에 걸쳐 선박대금을 받는 사업의 구조상 계약을 하는 시점에 환율을 확정하는 환 헤지 필요성이 크다. 왜냐하면 환율 변동 위험을 방치하였다가는 자칫 선박이 완성된 이후 선박대금을 받을 즈음에는 오히려 크게 환차손을 입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 따라서 이들은 선박 건조계약을 하는 족족 환 헤지를 위하여 선물환 달러 매도를 하고 있고, 그것이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환율을 압박하는 큰 이유의 하나가 되고 있다.

결국 최근의 환율 하락 양상은 달러 금리 인하에 따른 글로벌 외환시장에서의 달러 가치 하락, 국내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 자금 유입, 거기에다 수출기업들의 수출대전 매물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환율의 하락추세가 이어지자 무역협회는 정부에 대하여 “환율 안정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으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환율이 하락함에 따른 채산성의 악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선뜻 환율의 하락 양상이 크게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최근 미국이 기준금리와 재할인금리를 동시에 0.50% 포인트 공격적으로 인하한 것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금융시장 경색을 우려하였기 때문이다.

만일 사태가 여의치 않을 경우, 추가적인 달러 금리의 인하도 충분히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매력은 높지 않은 편.

그런데다 미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므로 달러화의 약세를 유도함으로써 국제수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결국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는 상당기간 강세로 돌아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물론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악화될 경우,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심리로 인하여 달러의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으나, 이는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하하여 금융시장의 경색을 해소하려는 미국 정책당국의 의지와는 배치되는 상황이므로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더구나 국내 증시의 경우, 6자 회담의 성공에다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 인하여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인한 불리함도 해소될 수 있으니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유입 현상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결국 환율 하락, 원화 강세로 이어질 요인이 된다.

하지만 서울 외환시장의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달러 기조가 약세이기는 하지만 당장 달러환율이 900원선을 무너뜨려 800원대에 진입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무리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원화가 그처럼 강세를 보이기에는 아직은 이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행이 900원선이 무너질 정도로 손을 놓고 있지는 않으리라는 점도 환율이 현 수준에서 급격하게 더 하락하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한 전문가 중에는 10월20일과 21일로 예정되어 있는 선진7개국 재무장관 회담에서 글로벌 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약세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환율 하락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가지고 있다.

결국 지금을 바닥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현 단계에서 환율이 급격하게 추락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달러 환율의 추세는 점차 하락세인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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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연중 최저치인 913.70원으로 마감한 가운데 외환 딜러들이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줌에서 분주하게 달러화 동향을 체크하고 있다.

김중근 메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