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공원을 산책하고 있는 직장인들.
어떤 기업의 글로벌 인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중국 미국 영국 독일 벨기에 등 여러 국가의 주재원들을 만났다. 저마다 현지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었지만 지역별 성과는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국가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는 반면 어떤 국가에서는 좋았던 성과마저 급락하고 있었다. 현지 직원들의 이야기를 직접 모니터링하고 분석한 결과 그런 편차가 발생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주재원과 현지인 간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과가 저조한 지역의 주재원들은 놀랍게도 현지인 직원들과 거의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있었다.

주재원들과 현지인들간의 의사소통 단절은 주재원들이 현지 언어구사력을 갖추지 못한 탓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이들이 해외에 파견되어 있으면서도 현지인들보다는 한국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만 신경 쓰고 있었던 탓이 컸다.

현지인들과 섞이지 못한 주재원들은 마치 외딴 섬에 고립된 듯 출퇴근도, 회의도, 식사도 따로 하였으며, “현지인들은 우리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는 불평만 늘어놓았다. 한편, 이런 주재원들에 대해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이들은 밤 늦게까지 ‘오래’ 일하는 사람을 우수하다고 평가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반면에 성과가 좋은 곳의 주재원들은 본사의 귀와 입이 되어 현지인 직원들과의 가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었다.

본사의 다소 무리한 요청도 이들의 입을 거쳐 해볼만한 도전적 목표가 되었고 현지의 푸념 어린 불평은 이들의 귀를 통해 건설적인 개선 과제가 되었다.

주재원들은 자기들끼리 있을 때에도 의도적으로 현지 언어를 쓰고 있었고, “현지인들이 ‘알아서’ 척척 해주기를 바라기만 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해야 일을 ‘안 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지인들은 주어진 시간 내에 ‘빨리’ 업무를 완수해야 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소통의 단절로 인한 비효율과 업무장애가 외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언어를 건네는 우리 사무실의 일상에서도 곳곳에 건널 수 없는 장벽과 협곡이 있다. 업무처리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은 파악조차 하지 않은 채 전투의 선봉에 선 지휘관이나 된 듯 “내가 네 나이였을 때는 말이야”라며 “무조건”을 외치는 상사는 부하직원의 일상을 연이은 야근과 과중한 피로로 몰아넣는다.

상사의 판단에 이견을 제기할 기회를 갖지 못한 부하직원들은 회식이 끝나고도 서로를 붙들고 상사에 대한 뒷담화로 다음날의 피로를 미리 쌓아간다. 소통의 단절로 건강성을 상실한 조직에서 근무시간은 불필요한 눈치보기와 넋두리로 메워진다.

그리스 신화에는 나그네를 꾀여 자신의 침대에 눕히고 침대보다 길면 칼로 잘라 죽이고, 짧으면 사지를 잡아당겨 죽였던 괴물 프로쿠르스테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자기만의 잣대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싸잡아 내리는 태도는 신화 속 괴물과 닮아있다. 바로 옆 좌석의 동료들과도 소통할 수 없는 사람이 글로벌시대의 인재가 된다는 건 애당초 틀린 일이다.

커뮤니케이션이란 ‘너와 나는 다르다’는 관점에서 시작한다.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그 소통의 과정에서 조직 내 인재들(Human)은 자원(Resource)으로 활용되거나 자본(Capital)으로 투자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비용(Cost)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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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천 휴먼컨설팅그룹 상무

김재천 휴먼컨설팅그룹 상무 jckim@e-hc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