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구글·SW 서비스 대폭 탑재된 모바일 플랫폼 2주내 발표" 보도맞춤형 제품 생산 위해 LG전자 등과 접촉… 이통시장에도 개방의 바람
구글폰을 둘러싼 루머는 지난해 말 구글과 프랑스 이동통신서비스 업체 오렌지SA가 공동 브랜드의 휴대폰 공급을 협의 중이란 얘기가 나오면서 이후 급속하게 확산됐지만 구글이 공식 확인을 해주지 않아 ‘ 구글폰 루머 ’로만 회자돼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8월 구글폰의 실체에 대해 대략적으로 보도한 데 이어, 지난달 뉴욕타임스가 애플의 아이폰과는 성격이 다른 구글폰의 모바일 전략을 전한 바 있다.
이어, 10월3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폰 루머가 더 이상 루머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앞으로 2주안에 ‘ 구글폰 ’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사실 구글폰 루머의 핵심은 루머의 진위 여부가 아니었다. 이미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세상에서 인터넷의 황제가 이를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구글폰 루머의 핵심은 과연 구글이 어떤 형태로 이통통신 시장에 진출할 것인가 였다. 구글이 검색포털을 넘어 이동통신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애플처럼 또 하나의 휴대폰을 생산하겠다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휴대폰에 들어갈 소프트웨어와 컨텐츠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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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 구글폰의 실체는 소프트웨어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휴대폰을 구동하는 모바일 플랫폼이자 서비스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 구글이 휴대폰 업체들로 하여금 구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대폭 탑재된 휴대폰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모바일 플랫폼을 앞으로 2주안에 발표할 것 ’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의 모바일 플랫폼은 구글의 검색엔진과 지도 서비스인 구글맵스, UCC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 이메일 서비스인 지메일 등 구글이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들이 기본적으로 탑재된 휴대폰 전용 운영체제(OS)인 셈이다. 이렇게 되면 휴대폰이 명실상부한 ‘ 손안의 PC ’로 변신하게 된다.
구글은 이를 위해 구글폰이 탑재된 맞춤형 휴대폰 생산업체와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를 물밑 접촉하고 있으며, 월스트리트저널에 대만 HTC그룹, 한국의 LG전자, T모바일, 프랑스 오렌지, 허치슨 왐포아 등이 그 후보들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 모바일 플랫폼이 탑재된 휴대폰은 2008년 중반께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쯤되면 구글폰은 루머가 아닌 사실이다. 이제는 구글폰이 나왔을 때 그 파장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 파란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구글이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보여준 개방 전략이 휴대폰 시장에도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자신들의 인터넷 플랫폼을 누구든 사용할 수 있게 열어놓는 전략을 통해 대성공을 거둔 기업이다.
지금의 휴대폰은 철저히 닫힌 플랫폼이다.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가 허가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폐쇄적 공간이다. 이는 이동통신뿐 아니라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남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한다든지, 심지어 남들이 마치 자기들 서비스인 것처럼 뜯어고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구글은 인터넷 플랫폼 개방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멋지게 성공시켰고 이를 또 휴대폰에 적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구글폰의 핵심 플랫폼은 외부 개발자들에게 개방된다.
오픈API 전략이 도입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의 참여가 확산된다면 각종 신규 서비스들이 봇물을 이룰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내가 나만의 서비스를 만들어 내 휴대폰에 직접 설치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통사들은 ‘ 검색황제 ‘ 구글에게 문을 활짝 열어줄 경우 무선 인터넷에서 갖고 있던 헤게모니를 빼앗길 수도 있다고 판단, 그동안 구글과의 협력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자세를 보였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이통사 중 구글과 가장 불편한 사이로 꼽히던 버라이즌와이어리스까지도 구글과 구글폰 판매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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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휴대폰 오픈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휴대폰의 플랫폼 개방은 점차 대세로 치닫고 있다.
아이폰을 개발해 내놓은 애플이 그동안 허가된 소프트웨어만 아이폰에 탑재될 수 있는 정책을 바꿔, 개발자들이 다양한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툴을 내년에 선보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 노키아도 신형 멀티미디어 플랫폼 ‘ 오비(Ovi) ’를 외부 애플리케이션들에게도 개방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웹2.0이 몰고 온 ‘개방’의 사상이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던 이동통신 시장에도 서서히 몰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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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