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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매' 두뇌 단련으로 예방하라
IT기기 범람, 뇌기능은 퇴보…
머리 덜 써 생기는 질병 아닌 사회적 현상… 건망증 치료위한 사이트·게임기 등 열풍





집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은행계좌번호는 물론 인터넷 접속을 하려는데 매일 쓰는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는 김 대리.

직원을 부르려다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얼굴만 빤히 쳐다보고, 심지어 점심때 먹은 메뉴를 피해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먹고 나서 김치찌개를 두 번 먹은 사실을 깨달아 스스로 한심해 하는 박 실장.

웃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지털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다.

정보통신(IT)기기가 발달하고 그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사람의 뇌 기능을 IT기기가 대신하기 시작하며 부쩍 늘어난 현상이다. IT기기의 도움으로 사람들의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두뇌는 점차 퇴보해 이른바 ‘디지털 치매’라는 사회적인 병을 앓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취업 포털 인크루트와 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이 직장인 2,03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281명(63%)이 건망증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20~30대 직장인 중 60% 이상이 건망증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건망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인 683명(53.3%)이 정보 과부하로 인한 스트레스를 꼽았다. 그리고 상당수인 261명(20.4%)은 ‘휴대폰, PC 등 직접 기억할 필요가 없는 환경 때문’이라는 응답을 했다. 조사에서 엿볼 수 있듯이 현대인의 건망증은 스트레스와 IT기기에 대한 지나친 의존 때문에 생긴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디지털 치매는 어쩌면 피해갈 수 없는 하나의 관문일 수도 있다. 따라서 디지털 치매는 질병의 개념으로 접근해 치료할 것이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최근 들어 ‘두뇌개발 게임’ ‘두뇌 트레이닝 프로그램’ 등 두뇌 단련 열풍이 불고 있는 것 역시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IT기기의 범람으로 잠자고 있던 두뇌가 다시 IT기기를 통해 바빠지게 된 셈이다.

은행원 강모(38)씨는 요즘 출퇴근 시간은 물론 틈만 나면 휴대전화로 모바일 게임을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만해도 강씨는 전화번호를 10~15개씩 외우고 다녔지만 최근에는 자주 쓰는 전화번호도 외우기 힘들고 집 전화번호조차 기억 나지 않을 때가 있어 당황스럽다.

“학창시절에도 오락이나 컴퓨터와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기억력이 감퇴해 업무에까지 지장을 줄 것 같아 게임을 시작했다”며 강씨는 두뇌를 훈련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게임을 한다고 밝혔다.

김모(32)씨 역시 업무상 이동이 잦은 편이다. 얼마 전 네비게이션이 고장 난 김씨는 예전에 자주 다녔던 거래처를 찾느라 한참동안 헤매야만 했다. 심각성을 느낀 김씨는 최근 한 두뇌 단련게임사이트에서 뇌연령을 체크했고, 자신에게 맞는 부분별 두뇌 단련 게임을 알아냈다.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숫자 계산과 단어 암기 단계를 몇 번 거치니 두뇌 연령을 진단할 수 있었다. 진단한 뇌 연령에 맞춰서 두뇌 단련 게임을 시작한 지 두 달이 다 돼간다”며 앞으로 꾸준히 이용해 기억력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고 싶다고 말했다.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통한 두뇌 단련 게임은 쉽고 재미가 있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인기다. 게다가 그 효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며 사람들이 두뇌개발 삼매경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손동작을 주로 사용하는 단순한 게임 방법과 읽기, 쓰기, 암기, 계산 등이 가능한 새로운 게임 장르라는 인식이 높아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도호쿠대(東北大) 의학박사 가와시마 류타(48) 교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뇌 과학자다. 그는 두뇌 훈련을 통해 뇌 연령을 낮추고 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가와시마 교수의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닌텐도 DS’의 두뇌개발 게임 ‘매일매일 DS두뇌 트레이닝’은 국내에서 정식 발매된 후 현재까지 약 20만개의 판매를 기록했고, 전 세계적으로는 600만개 이상 팔려나갔다.



온라인 두뇌 단련 게임 포털 ‘브레인 온’ 역시 가와시마 교수가 지도감수를 맡았다. 지난 8월 1일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브레인 온’은 석 달여 만인 현재 10만 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가입해 두뇌단련 열풍을 실감케 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두뇌 단련 게임은 체계적인 의학 지식에 오락이 결합된 서비스로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의학적인 연구 결과가 바탕이 된 두뇌 단련 게임을 하루 20분 정도 꾸준히 트레이닝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두뇌 단련 게임이 학습능력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학술적 입증이 부족한 만큼 두뇌 나이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단순히 게임으로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디지털 치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절한 휴식과 기억력을 키우는 생활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 교수는 “기억력은 사용하지 않으면 쇠퇴한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전화번호, 이름, 물건의 명칭, 시구, 성전의 구절 등 일상생활에 관련된 내용을 가능한 한 많이 암기하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독서, 영화감상 등에 시간을 투자하고 다른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또 “가능하면 손으로 쓰고 직접 계산하는 등 IT 기기 사용을 줄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디지털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 디지털 치매의 정의








‘디지털 치매’는 휴대폰·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데다 과다한 정보 습득으로 인해 각종 건망증 증세가 심해진 상태를 뜻하는 신조어이다. 의학적으로 뇌세포가 파괴되는 등의 원인으로 생기는 질병인 ‘치매(癡呆)’와 달리 디지털 치매는 질병이 아닌 사회적 현상이 야기한 증상으로 분류된다.

■ 증상

휴대전화를 가져오지 않은 날에 친구전화번호보다 단축키번호가 먼저 생각난다.

노래방 기기에서 나오는 가사 없이는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몇 개 없다.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는 집과 가족이 전부이다.

암산한 값을 확신하지 못해 계산기로 다시 검산하곤 한다.

컴퓨터에서 찾아 쓰는 한자에 익숙해 책을 읽을 때는 막막해진다.

두 번씩 물어보는 경우가 잦다.

지도보다 휴대폰 자동 길 안내 장치 덕을 많이 본다.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보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키보드 입력이 더 편하다.

■ 극복방법

집중해서 신문, 잡지 읽기

컴퓨터 게임을 할 때 직접 점수 계산하기

직접 손으로 쓰고 입으로 외우면서 생각하기

기억하는 것에 즐겁게 참여하기

기억하고 외우는 것을 반복하기

일기 쓰기

메일 주소나 짧은 문서는 직접 손으로 타이핑하는 습관 갖기

전화번호는 단축키 사용보다 손으로 직접 누르면서 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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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11/12 15:19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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