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발의한 의원들, 제도적 장치·법적 근거 미비를 실패 원인으로 지적거품 빼고 실질적인 반값 공급 노력 기울이면 실수요자 충분히 만족 가능

이른바 ‘반값아파트’는 과연 실패한 것인가. 애당초 실현 불가능한 몽상이었을까.

경기 군포 부곡지구에서 분양한 반값아파트가 대거 미분양 사태를 빚으며 반값아파트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부곡지구의 환매조건부 및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지난 10월 중순 1차 분양에서 청약률이 예상치를 크게 밑돈 데 이어 청약조건을 완화한 2차 분양에서도 청약률이 8%대에 그쳐 미분양 여파가 이어졌다.

대한주택공사(주공)는 지난 2일 부곡지구 환매조건부 및 토지임대부 아파트 685가구의 재분양 청약을 접수한 결과, 불과 59명만 청약해 626가구가 미달됐다고 밝혔다. 환매조건부 단지는 336가구 모집에 34명, 토지임대부 단지는 349가구 모집에 25명이 청약하는 데 그친 것.

이로써 총 804가구를 모집한 부곡지구 반값아파트는 1차 분양과 2차 분양을 합쳐 고작 178가구만 청약, 전체 공급 물량의 78%가 ‘빈집’으로 남게 됐다. 국민적 기대를 모은 반값아파트 시범분양 사업이 참담한 실패로 끝난 셈이다.

시중에서는 주변 아파트 시세와 별 차이가 없는 가격과 과도한 토지 임대료 등을 그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말로만 반값이지 실제로는 반값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관심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달 17일 부곡지구 미분양 사태 직후, 반값아파트 사업은 정치권에 휘둘려 시작된 것으로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았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반값아파트 정책의 실행 배경은 정치권의 ‘한건주의’ 때문이었다”며 “정부는 현실적으로 반값이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반값아파트의 실패 책임을 정치권으로 떠넘긴 셈이다.

모든 정책의 최고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의 입장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반값아파트는 실효성이 없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책에 대한 ‘사망선고’다.

그렇다면 반값아파트는 청와대가 밝힌 것처럼 정말 애초부터 불가능한 사업이었을까. 이에 대해 반값아파트 제도를 발의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정부가 제대로만 했다면 충분히 가능한 사업”이라고 반박한다.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 부족이 사업 실패의 궁극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토지임대부 반값아파트를 처음 주창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부곡지구 분양 실패의 이유를 “반값아파트 공급 방안의 현실화를 위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부곡지구 토지임대부 아파트 사업은 ▦국공유지 활용 우선 ▦용적률 특례를 통한 월세 저감 ▦분양원가 공개를 통한 분양가 저감 ▦토지임대 기간 40년 보장 ▦재건축시 권리 보장 등 핵심 ‘전제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됐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주변 시세와 비교해 분양가를 반값 이하로 낮출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지 않고 사업을 시행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홍 의원에 따르면 토지임대부 특별법안은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도 않았으며, 지난 4월 정부의 주택법 일부 개정 당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대한 정의(제38조의 5)만 달랑 규정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법적 근거와 제도적 장치 미비가 반값아파트 실패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환매조건부 제도를 제안한 이계안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도 똑같은 입장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이계안 대통합 민주신당 의원,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이 의원에 따르면 현행 주택법은 환매조건부 주택과 관련해 ‘20년 이내에 환매하는 것을 조건으로 분양하는 주택’이라고 정의만 내리고 있을 뿐이다. 시행령 역시 환매기간(20년)과 환매가격(1년만기 정기예금이자율을 합산한 금액과 공시가격 중 낮은 가격), 그리고 재공급에 관한 규정만 있다. 즉 제도를 뒷받침할 세부적인 사항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또한 반값아파트의 핵심 내용인 주택 공급가격에 대해서는 단지 지침만 마련해 놓았을 뿐, ▦분양원가 공개제 ▦부담금 감면 ▦기반시설 설치비용 지원 등 반값 공급을 위한 실질적인 제도적 근거조차 없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이 의원은 부곡지구 환매조건부 주택 사업에 대해 “환매조건부 주택의 분양가격을 택지 조성비와 건축 원가를 감안해 제도 도입의 취지에 걸맞은 수준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아무런 기준 없이 그저 일반분양의 90% 수준으로 했는데 그 방식을 어떻게 환매조건부라고 부를 수 있는 가”라고 반문한다. 한마디로 부곡지구는 제도의 알맹이가 빠져 있는 ‘무늬만 환매조건부 주택’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대지(토지)임대와 환매조건부 분양주택 병행을 뼈대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해 홍준표-이계안 의원과 함께 반값아파트 법안의 3대 축을 이룬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부곡지구 반값아파트 분양 실패의 원인을 가격 문제로 압축한다.

그는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반값아파트 논란의 핵심은 결국 가격”이라며 “대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나 반값은커녕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부곡지구 아파트가 비싼 이유에 대해서는 “분양가의 핵심을 이루는 땅값과 건축비에 낀 거품을 빼고 실질적으로 원가에 기초한 적정가격을 책정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존의 고분양가 책정 관행을 그대로 따라 했다는 것이다.

경실련도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반값아파트 분양가에서 거품을 제거하면 시세의 50% 수준에서 주택 공급이 가능했다. 건축비와 택지비, 대지임대료 등이 모두 부풀려진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며 가격 문제가 반값아파트 실패의 핵심임을 짚었다.

경실련의 분석에 따르면 부곡지구 아파트 건축비는 주공이 책정한 470만 원보다 100만 원이 싼 3.3㎡(평)당 370만 원이면 충분하며, 토지비 역시 주공이 발표한 344만 원보다 254만 원 저렴한 3.3㎡(평)당 90만 원이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건설교통부나 주공은 반값아파트 제도 정착에 대한 의지나 노력을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며 “그들은 해보려는 노력조차 안 했기 때문에 ‘실패’라고 말할 자격이 없으며 오히려 ‘반성’을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제도적 보완책을 제대로 마련하면 반값아파트가 충분히 가능한 사업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분양가와 임대료 인하가 핵심 과제임은 두 말할 필요조차 없다.

환매조건부 법안 마련에 깊숙이 참여한 이계안 의원실 권정 보좌관은 “건교부는 반값아파트 법안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감안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며 “과다한 전매차익이 발생하는 투기지역에 반값아파트를 지으면 주변시세까지 떨어뜨리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 토지임대부 VS 환매조건부

◆ 토지임대부 주택

토지소유권은 주택을 분양한 자(분양한 자가 토지를 임차해 건설ㆍ 분양한 경우에는 토지를 임대한 자)가 갖고 건물에 대한 소유권은 주택을 분양 받은 자가 갖도록 하는 주택. 토지임대부 주택을 많이 지으려면 저렴한 국유지가 제격이어서 실제 분양 주체는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 환매조건부 주택

주택 입주자가 최초로 주택공급계약 체결이 가능한 날로부터 20년 이내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 내에 처분하는 경우 사업주체(정부나 공공기관)가 다시 사들이는 것을 조건으로 분양하는 주택. 환매가격은 해당 환매조건부 주택의 공급가격에 환매일까지 금융기관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이자율을 합산한 금액과 환매일에 가장 가까운 시점에 공시된 공동주택 가격 중 낮은 금액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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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