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버는 이야기와 부자들의 성공담을 들으면서 하나의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필자는 돈을 만지는 은행에 근무하는 까닭에 자연스럽게 부자와 돈 버는 이야기를 남보다 자주 접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깨닫게 된 것은 부자들의 삶과 인간관계, 그리고 그들이 ‘부자왕국’을 완성해 가는 비밀 속에는 바로 ‘기록’이 있었다는 점이다.

유통업을 하는 정모(52) 사장은 10년 전만 해도 무일푼으로 일용직을 전전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방 도시의 중심상가에 4층 빌딩을 소유한 50억 원대 자산가가 되었다.

햇살이 따사롭게 비치던 어느 가을날 오후, 필자는 정 사장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대화 도중 그가 창 밖 풍경에 시선을 돌리며 낮게 탄성을 질렀다. “아! 오늘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구나.”

그는 이어 손때 묻고 해어진 노트 한 권을 서류철 속에서 끄집어내더니 무언가를 적어 넣었다. 노트는 잘 알아볼 수 없는 낙서 같은 글씨들로 가득했으며, 간간이 신문 광고지가 붙어 있거나 한자도 씌어 있었다.

“오늘 계획은 비교적 잘 되었음. 인테리어 하는 김 사장 개업식 저녁 7시. 꽃보다는 시계를 선물하는 것이 좋음….”

그가 노트에 적어 넣은 내용들이다. 얼마 전만 해도 일지를 쓰는 동안에는 옆에도 못 오게 하던 그였다. 그러나 이제는 신뢰가 쌓여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자네는 하루의 마감을 무엇으로 하는가?” 그가 옆의 필자에게 물었다. 당황한 필자를 보더니 껄껄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반드시 이 일로 하루를 마감하지! 사람은 모름지기 하루를 잘 살아야 한 달을 잘 살고, 한 달을 잘 살아야 1년을 잘 살 수 있다고 봐. 하루하루를 그렇게 산다면 10년 후 자네의 인생도 변할 것이야!”

그는 무일푼 신세로 희망이 보이지 않던 10년 전의 시절을 회고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부자가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일지를 써서 가능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필자가 경험한 한국의 많은 성공한 부자들은 형식은 다르지만 투자일지, 사업일지, 재테크일지 등을 쓰고 있었다. 필자는 이를 종합해 부자일지라고 부르는데, 부자일지는 단순한 메모장이 아닌 삶의 나침반이요 계획표이자 연습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최근 유명 연예인 현영 역시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돈을 많이 모으는 방법으로 자기만의 투자역사를 기록한 ‘재테크 일지’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이렇듯 한국의 부자들 대부분은 부자일지를 어떤 형식이나 학습에 구애 받지 않고 자기 상황에 맞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성해 왔다. 서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비슷한 형태의 부자일지를 공통적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부자들은 부자일지에 1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담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한 달, 1년, 5년을 어떻게 살지를 계획하고 있었다. 부자일지는 단지 어떤 정보를 기록하고 메모하는 기록장이 아니다. 부자가 되기 위해 인생 전반을 계획하고 그 계획을 철저히 실천할 수 있게 만드는 실행 지침서다.

필자는 지금 당장, 작은 실천으로 부자일지를 써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그러면 부자라는 선물이 독자들을 기다릴 것이다.

■ 문승렬 약력

부자특성연구회 회장

<한국부자의 부자일지>,<한국부자 세븐파워의 비밀>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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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렬 국민은행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