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알려주기보다 시계를 만드는 CEO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는 오직 연주자들 앞에서 지휘봉을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지휘자의 지휘 아래 바이올린, 클라리넷, 첼로, 심벌 등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들은 불협화음 없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낸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직원 개개인 모두가 원하는 일만 해버리면 성과란 있을 수 없다. 누군가 이들에게 공동의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과업을 적절히 분배해 조화로운 화음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기대했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경영자다. 기업에서 경영자는 비록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기업에 소속된 수백 명보다 기업의 성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짐 콜린스는 저서 에서 “경영자는 시간을 알려주는 사람이기보다 ‘시계를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시간을 알려줄 수 있는 ‘시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짐 콜린스는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졌거나 카리스마적인 지도자가 되는 것은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고, 한 개인의 일생이나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뛰어넘어 오랫동안 번창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은 ‘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보통의 경영자들은 ‘시계를 만드는 일’보다 ‘시간을 알려주는 일’에 더 주력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영업부서의 매출이 현저히 떨어져 회사가 어려워지면 영업을 지휘하기도 하고, 기술력이 떨어지면 직접 기술개발에 헌신하기도 한다. 하다 못해 상품 디자인을 본인이 하거나 필요한 인력을 직접 영입해오는 일도 부지기수다.

물론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특정 부문에 관심을 갖고 그 일에 본격적으로 관여하면 당장의 성과는 높아진다. 하지만 이는 눈앞에 보이는 순간의 이익에만 그칠 수 있다. 경영자가 어느 한 곳에 관심과 자원을 집중 투자하는 동안, 또 다른 부문의 실적은 하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눈 앞의 급한 불을 끄는 역할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조직의 제도와 문화를 마련하고 핵심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며 후계자 양성 시스템을 확립하는 등 자신이 맡은 조직을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공들여 키워나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이 물러나고 후대의 경영자가 회사를 맡았을 때도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실제로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성과를 낸 경영자 대부분은 한 가지 뛰어난 아이디어로 일시적인 성공을 노리거나 한때의 시장 흐름에 편승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다. 영원히 시간을 가르쳐줄 수 있는 시계를 만드는 것처럼 그들은 지속 가능한 튼튼한 조직을 건설하는 데 주력했다.

휴렛팩커드(HP)의 공동창업자 데이비드 팩커드 역시 ‘시계를 만들어준’ 위대한 경영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973년 어느 날 기자들로부터 회사 발전을 위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제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회사 내에 엔지니어링 팀을 구성한 것, 종업원에게 실적에 따라 보상한 것, 회사 이익의 분배, 인사 및 관리정책, 그리고 휴렛팩커드적인 경영철학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창조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 구조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경영자는 시간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시계를 만드는 사람이다. 때마다 시간을 알려주는 사람이기보다는, 그가 죽은 후에도 계속 시간을 가르쳐줄 수 있는 시계를 만드는 사람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신제품을 성공시키고 매출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 그 자체를 독립적 생명체로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튼튼한 체력을 만들어주는 것이 경영자의 참된 역할이다.

“우연히 계산기를 만들었지만, 회사 자체는 공들인 설계에 의해 만들었다”고 말하는 데이비드 팩커드는 시계를 만드는 경영자의 좋은 사례다.

■ 조영탁 약력

(주)휴넷 대표이사, 다산연구소 감사, 한국이러닝기업연합회 이사 ,<월간 리더피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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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탁 휴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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