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선정… "특허출원 5,368건·등록 1,138건… 기술경쟁력 세계 최고 근접" 긍정 평가'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 IT839전략 사실상 실패 지적에 DMB·와이브로 등 성과 반론

참여정부가 서서히 저물어간다. 오늘의 태양이 서산으로 점차 넘어가면서 한쪽에선 내일의 태양을 쟁취하기 위한 다툼이 더욱 불을 뿜고 있다.

이 즈음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지난 5년 동안 정부가 추진했던 각종 정책의 공과를 따져보는 일이 그것이다. 일개 농군도 해질 녘 들판에 서서 하루를 되돌아 보는데 하물며 정권 이양기에 정부 정책을 반성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참여정부는 성장보다 분배에 치우친다는 비판을 보수진영으로부터 끊임없이 받아 왔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다소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정부는 나름대로 성장을 위한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미래의 먹을거리를 창출한다는 목표 아래 2004년부터 본격 추진한 이른바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은 대표적인 성장 정책의 사례 중 하나다. 그렇다면 참여정부가 종착역으로 달려가는 지금,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은 말 그대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자리매김했을까.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5~10년 후 주력 기간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정책 목표에서 출발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강점과 기술역량을 지니고 있는 10대 산업이 집중 지원 분야로 선정됐다.

구체적으로는 신기술 융합산업 분야에 ▦바이오 신약/장기 ▦미래형 자동차 ▦지능형 로봇, 주력제조업 분야에 ▦디스플레이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전지, 그리고 신기술 서비스산업 분야에 ▦디지털 TV/방송 ▦차세대 이동통신 ▦지능형 홈네트워크 ▦디지털 콘텐츠/소프트웨어 솔루션 등이다.

정부는 당초 이들 10대 산업 분야에서 핵심기술을 개발함으로써 2012년께 디지털 전자(세계 2위), 바이오(세계 7위) 등 미래전략산업의 선도국가로 부상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아울러 경제적 지표 측면에서는 부가가치 생산액 379조 원, 수출 2,796억 달러, 고용인력 213만 명 등을 달성한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사업추진은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을 통한 민관 협력체제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부는 원천기술 개발, 초기시장 창출, 제도개선 및 인력양성 등 간접지원에 중점을 두고 민간은 핵심기술 실용화와 초기시장 선점을 통한 사업화에 주력한다는 것.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민간기업의 참여를 독려해 시장을 만들어가는 정부 주도형 산업정책에 가까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평가다.

실제 과학기술부가 전체 사업을 총괄하면서 바이오 신약/장기 산업 분야를 주관했고, 나머지 9개 분야는 산업자원부(지능형 로봇 등 5개)와 정보통신부(디지털 TV/방송 등 4개)가 각각 나눠 맡았다. 또한 재정경제부는 사업화를 지원하고 교육인적자원부는 인력양성을 담당했다. 그야말로 핵심부처가 총동원된 범정부적인 역점 사업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정부 역량이 집중 투입된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은 과연 어떤 결실을 맺었을까. 과기부 산하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지난 7월 국무총리 보고용으로 만든 ‘차세대 성장동력사업 추진성과와 향후 계획’이라는 자료는 그간 나름의 사업성과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10대 분야에서는 특허출원 5,368건(국내 4,305건, 국외 1,063건), 특허등록 1,138건(국내 1,033건, 국외 105건)이 이뤄짐으로써 산업화의 기반이 크게 확충됐다.

또한 기술 경쟁력은 세계최고 수준 대비 2003년 50~90% 수준에서 2006년에는 70~95% 수준으로 향상됐다. 이 수치는 2012년께 기술 선진국과 대등한 90~100%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일부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지상파 DMB(디지털멀티미디어 방송), 와이브로(휴대형 무선인터넷), 512M P램 등이 그런 사례다. 전체적으로 제품화에 성공한 연구과제는 모두 136개. 그 중 일부 분야에서는 상용화도 성공했다.

하지만 정부의 긍정적 평가와 달리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의 한계도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우선 사업 분야별로 들쭉날쭉한 성과가 나타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 10대 분야에서 모두 250건의 기술이 국제표준을 획득했거나 표준반영을 위한 심의를 받고 있는 중인데, 디지털 콘텐츠/소프트웨어 솔루션 분야(185건), 차세대 이동통신(21건), 차세대 반도체(10건) 등은 상당한 실적을 쌓은 반면 지능형 로봇과 차세대 전지 분야는 고작 1건만이 국제표준화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표준 획득 여부는 세계시장 주도권 장악과 직결된 문제다.

이에 대해서는 당초 10대 분야의 기술 성숙도가 달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산자부 산업기술개발팀 관계자는 “사업을 시작할 때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은 성숙 단계였고 로봇, 미래형 자동차 등은 시장이 열리지 않은 단계였기 때문에 10대 분야의 성과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을 이른바 ‘IT839전략’(IT관련 8대 서비스, 3대 인프라, 9대 신성장동력 육성전략)으로 가다듬어 적극적인 정책 추진을 해온 정통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말하자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더라’는 게 요지다.

대통합민주신당 변재일 의원은 지난 2일 정통부 국정감사에서 “IT839전략 정책의 결과가 미흡하다”며 사실상 실패한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변 의원에 따르면 정통부가 가장 큰 치적으로 홍보하는 와이브로나 DMB조차 실제 성과는 매우 미미하다는 것이다.

실제 와이브로의 경우 2007년 10월 기준 서비스 매출액이 198억 원에 불과해 정통부의 당초 전망치인 5,097억 원의 4%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또한 제한적인 커버리지, 단말기에 대한 지원 미비, 사업자 의지 결여 등으로 향후 국내 시장 활성화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변재일 의원은 “IT839는 시장 친화적이지 못한 기술 중심의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며 “기술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마땅한 수익모델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통부는 IT839전략의 성과가 다소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을 평가해달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정통부 정보통신정책본부 양청삼 서기관은 “정책을 ‘프로모션’하는 과정에서 수요 측면을 정확히 못 본 까닭에 다소 전망이 과장됐던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정통부의 과제는 IT산업 발전에 모멘텀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것일 뿐더러 DMB나 와이브로 등에서 유의미한 성과도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은 내년에 일단락된다. 사업을 추진했던 유관 부처는 현재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한 여러 가지 계획들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리 작업을 거쳐 다음 정부에서는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가운데 선택과 집중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에 부족한 원천기술 확보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기부 연구조정총괄담당관실 김선옥 과장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은 성과도 있었고 미진한 부분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내년쯤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차세대 성장동력이 한국 경제의 힘찬 기관차로 자리잡으려면 차기 정부가 어떤 계승발전 정책을 제시하느냐가 관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 눈에 띄는 차세대 10대 성장동력 성과

▦ 지능형 로봇: 자동차 무인 생산용 고밀도용 로봇(HD165)이 개발됐다. 자동차 차체 조립 공정에 사용되며 기존 대비 50% 소형화 및 오차 최소화를 달성했다. 세계 선두인 일본 Fanuc와는 거의 동등한 수준. 이족 보행과 얼굴 감정 표현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의 탄생도 큰 관심사였다. 휴보는 2009년쯤 달리기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 미래형 자동차: 동급 차량 대비 연비가 42% 향상된 베르나/프라이드급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양산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됐다. 연료전지 자동차는 승용차 30대, 버스 4대가 시범 운행 중이다.

▦ 차세대 전지: 한 번에 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용 리튬 2차전지가 개발됐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고출력 리튬 2차전지도 양산 체제에 근접해 있다.

▦ 디스플레이: 1인치 당 10달러 이하의 TV용 TFT-LCD가 개발됐다. PDP의 경우 90인치 공정기술을 상용화했다. 정보 멀티미디어용 20인치급 AM OLED도 상용화됐다.

▦ 차세대 반도체: 자동차 네트워크용 통신기능을 내장한 시스템 IC의 양산 체제를 갖췄다. D램과 플래시메모리의 장점을 합친 차세대 메모리 P램을 512M급까지 발전시켰다.

▦ 디지털 TV/방송: 지상파 DMB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신호를 송수신하는 양방향 T-DMB 송수신 시스템을 개발했다. 양방향 서비스를 지원하는 콘텐츠 저작도구, 방송서버, 수신단말기 등도 개발됐다.

▦ 차세대 이동통신: 초고속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50Mbps급 와이브로 시스템이 등장했다. 아울러 휴대폰 내장형 RFID리더 칩을 개발해 시범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 지능형 홈네트워크: 통신기능과 방송기능을 동시 지원하고 이를 이용한 융합 서비스도 제공하는 통신방송 융합 홈서버가 개발됐으며, HD급의 고화질 VOD 및 IPTV 서비스 제공을 위한 사업자용 통합 홈서버도 등장했다.

▦ 디지털 콘텐츠/소프트웨어 솔루션: 크로스플랫폼 게임 기술을 적용한 캐주얼게임 엔진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했다. 디지털 영상 분야에서는 배우를 대체하는 디지털액터 기술이 주연급 배우에게도 적용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영한 특허문서 자동번역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도 눈길을 끈다.

▦ 바이오 신약/장기: 이종장기 이식염증 억제 기술이 개발돼 국내 기업에 기술이전이 완료됐고 현재 사업화가 진행 중이다. 폐암 및 대장암 대상 암면역 세포치료제가 세계 최초로 개발돼 식약청에서 품목 인허가를 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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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