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기업 인터넷 시장 진입 막고 여론 독점" 사회적 규제 공론화현재 검색시장서 80% 가까운 점유율… 온·오프라인 영향력 무한대

“네이버에게 물어봐!”

수 년 전 지식검색 서비스를 시작하며 인터넷 포털사이트 NHN(이하 네이버)이 광고캠페인에서 줄곧 사용해온 문구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무엇이든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라는 제안인데, 기실 네이버는 그런 네티즌의 욕구를 충실히 들어줬고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네티즌을 고객으로 사로잡았다.

그 단순한 문구, “네이버에게 물어봐”는 이제 마치 하나의 주문(呪文)과 같은 마력으로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다. 네티즌 가운데 열에 일곱은 궁금한 게 있으면 틀림없이 네이버를 노크한다. 하물며 모르거나 궁금한 게 없어도 컴퓨터를 켜면 습관적으로 네이버에 들어간다.

수많은 네티즌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거의 대부분 네이버에서 보고 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사정이 이쯤 되니 인터넷 업계에서는 ‘네이버 공화국’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이는 온라인 세계뿐 아니라 오프라인 실세계까지를 아우르는 지적이다.

■ 검색 및 광고시장 독점

인터넷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네이버의 월간 검색 점유율은 78.33%로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의 점유율 76.5%에서 반 년 만에 다시 1.83%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지난 10월 첫째 주 조사에서는 사상 처음 80%를 돌파하기도 했다. 물론 이 비율은 한 주간의 점유율이라는 점에서 안착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네이버의 검색시장 장악력이 꾸준히 확대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2003년 말 50%대에 머물다가 2004년에 60%대로 오른 뒤 2005년 마침내 70%대를 돌파했다. 그리고 마침내 80%대 시대 개막을 이제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네이버의 기호지세에 밀려 기존의 강자였던 야후코리아와 다음, 엠파스 등은 같은 기간 점유율을 조금씩 잠식당하며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네티즌이 인터넷을 통해 가장 즐겨 하는 일이 검색이다. 그런 까닭에 네이버의 압도적인 검색시장 점유율은 고스란히 검색광고 매출로 이어진다. 지난해 네이버는 5,700여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검색광고 매출만 3,000억 원에 육박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인터넷 업종은 속성상 1위 업체로 네티즌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뚜렷할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선두 업체와 하위 업체 간에 한 번 벌어진 시장 점유율은 더욱 커지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 사실상 언론매체로서 여론 독과점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신문을 물었더니 ‘네이버 신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더군요. 아이들이 신문을 거의 읽지 않는 데다 뉴스나 기사를 대부분 네이버에서 접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한 인터넷 업체 관계자가 네이버의 여론독점 현상을 설명하면서 언급한 웃지 못할 사례다. 어디 중학생뿐일까. 요즘에는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자란 10, 20대는 물론 30, 40대까지도 신문이나 TV뉴스보다 인터넷 포털 뉴스홈을 더 많이 보는 게 현실이다.

인터넷사이트 분석업체 랭키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를 비롯한 3대 포털의 웹사이트 도달(접속)률은 80%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신문 및 방송 등 언론사 사이트의 평균 도달률은 고작 4%대에 그친다.

웹사이트 도달률은 전체 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특정 사이트에 접속한 순방문자의 비율을 뜻한다. 결국 대다수 네티즌들이 신문기사나 방송뉴스를 보더라도 네이버와 같은 포털을 통해서만 보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네이버 등 포털이 언론사 제공 뉴스에 대한 편집과정을 통해 사실상 언론기능을 하고 있음에도 신문법, 언론중재법 등 제도적 통제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네이버는 대선 관련 기사에 대한 댓글을 차단하는 방침을 정해 특정 정당 후보의 편에 섰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사회적 의제 설정에서부터 정치적 여론 형성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네이버 등 포털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언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포털을 언론으로 규정하고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지난해부터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언제쯤 포털 규제와 관련된 입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몇몇 의원들이 제출한 관련 법안들이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 인터넷산업 수직계열화 노림수

최근 네이버가 인터넷 포털 고유의 영역을 넘어 전방위적이고 공세적인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지배력 강화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네이버는 얼마 전 한국영상정보원과 영화 콘텐츠 제휴 계약을 맺은 데 이어 LG텔레콤과는 무선인터넷 소프트웨어 공동개발, 통신공룡 KT와는 전화음성 검색, IPTV(인터넷TV) 등 분야에서 손을 맞잡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궁극적으로 플랫폼과 콘텐츠, 인프라, 소프트웨어 등을 아우르는 인터넷산업 수직계열화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터넷의 플랫폼, 즉 포털 시장을 제패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전후방 사업 모두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콘텐츠 분야는 이미 네이버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게 인터넷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웬만한 콘텐츠 업체들의 경우 독자적으로 네티즌을 공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싫든 좋든 네이버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인터넷미디어 솔루션 업체인 마이미디어 여원동 대표는 “많은 신규 인터넷 업체들이 저마다의 꿈을 펼치기 전에 네이버에 편입돼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2000년 무렵처럼 유망한 신진 인터넷 기업가들이 더 이상 등장하기가 어려운 현실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전방위로 손을 뻗치면서 인터넷 콘텐츠 업계의 존립 기반이 점점 약해져 가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네이버 등 포털만 살아 남고 콘텐츠 업체는 사라지는 산업구조의 왜곡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수 년 사이 부지불식간에 인터넷 공룡으로 훌쩍 커버린 네이버. 그 거침없는 무한질주가 온라인 세상에서 오프라인으로까지 적지 않은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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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