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속도 조절·분배 강화 등 정책 변화 예상솟구치던 주가 17전대 폐막 후 연일 하락세… PER 한국의 4배로 지나친 고평가 지적지준율·금리 추가인상 등 긴축 가능성… 차이나펀드 투자 비율 조정도 고려해야

지난 10월22일, 중국 공산당 17기 전국대표대회(17전대)가 폐막되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자신의 측근을 요직에 전진 배치함으로써 2기를 맞은 자신의 집권 시대에서 위치를 더욱 공고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17전대 이전만 하더라도 줄곧 상승세를 달려온 중국의 증시가 17전대가 끝난 이후에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 주목된다. 물론 중국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증시가 다소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며,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 상황이 해소되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 투자 자금의 청산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증시에 하락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터.

그러니 중국 증시라고 하여 이런 분위기에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비단 글로벌 증시의 동반 하락이라는 요인 외에도, 중국 증시가 하락하는 것은 중국만의 요인이 있다.

사실 17전대가 개막되기 이전부터 일찌감치 금융시장의 전문가들은 거침없이 달리기만 하던 중국 증시가 17전대 이후에는 한 차례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17전대가 개막되기 전에는 정치적인 부담을 우려하여 중국 당국이 중국 증시의 상승세를 저해하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기가 어렵지만, 17전대가 폐막되고 나면 부담도 그만큼 경감되므로 보다 적극적이고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것이 ‘17전대 이후 증시 위기설’의 배경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17전대가 폐막된 이후, 중국의 증시는 연일 조정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후진타오(단상위왼쪽)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제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소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17전대를 앞두고는 잔칫상에 재를 뿌릴까 보아 증시과열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지 못하다가, 잔치가 끝났기에 조치를 발표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판단할 일은 결코 아니다.

내용을 좀 더 깊이 파고 들어간다면, 중국 17전대에서 채택된 보고서에 중국 당국의 속내가 다 들어 있었다. 17전대 개막식에서 발표된 정치보고서에는 향후 중국의 경제정책 운용방향에 대하여 주목할 만한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경제가 ‘요우 하오, 요우 콰이(又好又快)’를 향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한 편으로는 빠르면서도(又快), 동시에 한 편으로는 쾌적한(又好) 경제가 될 것을 추구한다는 의미인지라 이제까지의 경제정책에 수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풀이되었고, 그것이 직, 간접적으로 중국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이제까지의 중국은 마냥 앞만 보고 달리는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위주로 하였다.

그러나 17전대의 중국 공산당 정치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듯이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집권 2기에서는 성장과 함께 분배도 고려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근로자의 임금이나 물가정책 등에서 효율과 함께 공평을 중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기에 물가부담이 된다면 중국 당국이 성장의 속도를 다소 늦추는 정책을 취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에서 분배도 중시하는 정책으로 바뀐다면 파급효과는 증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터.

중국의 주식시장에는 2006년에만 무려 130%가 급등하였고, 올해에도 10월말까지 125%나 급등한 바 있다.

두 자리 숫자의 높은 경제성장률에다 낮은 예금 금리, 거기에다 다소간 투기적인 일반인들의 심리까지 겹쳐서 중국의 증시는 이제까지 “날만 새면 오르는”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외국인들의 투자자금이 중국증시로 몰려들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차이나 펀드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투자자들에게 안겨줌으로써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모으게 되었다.

너도나도 대박의 꿈을 안고 차이나펀드로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17전대가 끝난 이후 중국의 증시는 그저 단순한 조정으로 치부하기에는 여러모로 불안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 증시는 다른 나라의 증시와 비교하더라도 절대적인 주가수준이 너무 높다. 현재 중국 증시의 주가수익률(PER)은 60배를 넘는다.

우리나라 증시의 주가수익률이 15배 내외, 그리고 다소간 안정적인 선진국 증시의 주가수익률이 20배 내외인 것을 감안한다면 아무리 이머징 마켓이고 경제의 성장속도를 감안한다고 할지라도 중국 증시의 주가는 과도한 수준이다.

거품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제까지는 경제가 앞으로만 달려왔기에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주가일지라도 별 문제가 없었으나 17전대 이후 중국 당국의 정책이 효율이나 성장 중심의 정책에서 분배와 공평을 위주로 하는 쪽으로 무게가 쏠린다면 절대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중국 증시는 타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

현재 중국 경제의 당면한 문제는 내부적으로도 주식시장이 거품논란을 일으킬 만큼 너무 많이 오른 것도 있지만, 거기에다 막대한 무역흑자로 인한 해외 요인으로 통화량이 급격하게 늘어나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물가는 8월과 9월에 각각 6.5%, 6.2% 올랐고, 특히 식료품의 상승세가 커서 소비자들의 물가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거기에다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유가의 상승세도 인플레이션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심지어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공식석상에서 유가 상승과 음식료 가격을 거론하면서 물가 상승에 우려를 나타내는 상황으로 전개되기도 했다.

결국 중국 당국은 물가 안정을 위하여 시중의 과잉 유동성을 흡수할 목적으로 지난 11월12일부터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 포인트 인상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올해 들어 지급준비율이 인상된 것은 벌써 9번째이다. 9번이나 지급준비율이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불안이 여전하다는 것은 조치가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그러나 이제는 17전대도 끝난 이후인즉 중국 당국은 보다 더 강력한 긴축정책을 취할 공산도 그만큼 높다. 추가로 지급준비율을 인상하거나 혹은 더 적극적으로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에 따라 위안화 절상 속도의 가속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고스란히 중국 증시의 하락압력으로 작용한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17전대 이후를 우려한 이유였다.

지급준비율을 올리거나 금리를 인상하는 등 금융긴축 정책은 의당 증시에 부담이 되는 요인인데다 위안화의 절상이 가속화되는 것도 중국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떨어트리므로 증시로서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중국 증시가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이다.

문제는, 중국 증시의 하락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간접적으로는 당장 중국이 긴축정책을 강화할 경우, 예전의 ‘차이나 쇼크’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중국 증시가 앞으로도 조정을 지속해간다면 직접적으로는 차이나펀드의 열기 속에서 차이나펀드에 투자해 놓은 투자자들로서는 펀드를 환매하느냐 마느냐의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상황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전문가들은 똑 부러지는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최근 “이머징 마켓에서 손 떼라”는 분석 리포트를 내놓은 골드만삭스같은 투자은행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좀 더 두고 보자”는 의견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 원동력이 여전한 만큼 일시적으로 주식시장이 흔들린다고 하여 대세하락을 외칠만한 상황은 아직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다만 이참에 차이나펀드의 비중이 높은 투자자라면 포트폴리오의 비율을 조정할 것은 권하고 있다. 상황이 불확실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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