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중순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임대업자 정 사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코스피 지수가 1,700포인트 대로 하락하자 경제상황과 함께 투자 여부를 문의하는 내용이었다.

그 동안 정 사장은 펀드 투자를 미뤄왔는데 필자와의 통화 이후 주저 없이 3억 원을 펀드에 투자했다. 물론 그 후 종합주가지수가 올라 약간의 수익을 냈다.

그는 필자와 꽤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지내는 사이다. 처음 알게 된 이후 많은 시간 동안 투자 상담을 통해 얻은 신뢰감 덕분에 지금은 자연스럽게 일상사까지 이야기한다.

2~3년 전만 해도 그에게 돈을 모으는 ‘특별한 방법’은 없었다. 돈이 들어오면 즉시 은행에 저축하고, 좀 더 돈이 쌓이면 부동산을 구입하는 식이었다. 아파트와 작은 상가 등을 합쳐 부동산 자산만 30억 원에 육박할 정도인 그는 자신의 투자 성과에 대한 자부심도 갖고 있었다.

정 사장은 경제나 경영, 투자에 대해 따로 공부한 적이 없다. 사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주변 지인들의 추천으로 사들인 부동산 가격이 올라 ‘돈 버는 것이 이리도 쉽구나!’라고 생각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문제는 이런 호시절이 계속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부동산 투자로 재미를 본 경험 때문이었는지 ‘주식도 오르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됐다. 그래서 부동산을 담보로 10억 원을 대출받아 공모주와 코스닥 종목 등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는 수시로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매매 현황 보고를 받았지만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해 손해를 많이 봤다. 주가가 떨어질 때는 주저하다가 손절매 시기를 놓쳤고 주가가 오를 때는 너무 성급하게 팔아 적은 이익만을 봤다. 결국 그의 주식 자산은 3억 원까지 줄어드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이 정도 손실이라면 웬만한 사람은 넋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정 사장 역시 한동안 망연자실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교훈으로 삼아 자신의 투자 철학을 새로 정립했다. 과거처럼 주가 흐름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해 잦은 매매를 하지 않고 분산투자와 장기투자라는 투자의 정석을 가슴 깊이 새긴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잦은 매매와 단기투자에 집중하는 동안 부자들은 여유자금을 확보한 채 시장을 지켜보다가 이 때다 싶으면 즉시 과감하게 투자하는 ‘호랑이 사냥법’의 투자패턴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대개의 부자들은 매번 투자할 때마다 수익률을 꼼꼼하게 기록함으로써 자신의 투자성적을 관리해 나가는 치밀함을 갖고 있다. 정 사장도 주식투자에 큰 실패를 한 후로는 손때 묻은 작은 수첩에 자신의 투자현황을 날짜별로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가고 있다.

그의 투자수첩을 살짝 훑어봤더니 예전에 가입했던 브릭스 펀드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는가 하면, 목표 수익률을 정한 뒤 가입시점과 환매시점을 미리 판단한 내용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정 사장의 예에서 보듯 부자들은 위기에서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를 갖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그저 쉽고 빠른 방법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태도다. 정 사장의 실패와 극복 과정에서처럼 시장을 좀 더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보면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 문승렬 부자특성연구회 회장 약력

<한국부자의 부자일지>, <한국부자 세븐파워의 비밀>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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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렬 국민은행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