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개발한 '블랙박스' 한국 상륙… 효율성 높고 친환경 잇점까지크기 1/8로 축소… 구축비용 1/100 수준충격 흡수 시스템 갖춰 안정성도 높여

정부나 대기업 등 거대한 조직의 경우 정보기술(IT)의 도움없이 일을 처리할 수 있을까. 조직뿐 아니라, 이들의 서비스나 제품을 이용하는 개인들도 IT 없이는 하루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시대다. 그만큼 IT는 이제 사회적 인프라가 된 것이다.

사회적 인프라라고 지칭할 만큼 중요한 자원으로 떠오른 IT기술과 제품이 집결돼 있는 곳은 어딜까. 바로 데이터센터다. 흔히 줄여서 IDC라고 부른다. 첨단 컴퓨터 장비와 이 장비들에 설치된 각종 소프트웨어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한다.

이 장비들을 지원하는 각종 전원장비와 백업장비 등까지 합치면 IDC는 거대한 빌딩수준의 규모가 된다. 서울 서초동 하나로IDC의 경우 2만대, KT의 목동 IDC는 3만대, LG데이콤의 논현동 IDC는 3만대 가량의 서버가 설치돼 있다.

데이터센터는 ‘정보화의 핵심기지이자 엔진’인 셈이다. 당연히 안전한 장소에 철저한 보안시스템이 결합된 요새처럼 관리해야 한다. 또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고정관념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 데이터센터가 있다.

지난 11월21일, 데이터센터가 컨테이너 박스 1대에 실려 한국에 상륙했다. 컨테이너에 서버와 전원장치, 네트워크 장비 등이 연결된 채 실려있다. 컨테이너 자체가 작은 데이터센터다. 미국의 유명 서버제조업체인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만든 일명 ‘블랙박스’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데이터센터다. 차나 군함에 실고 다닐 수도 있고, 건설현장에 옮겨다 놓고 쓸 수도 있다. 필요할 때 마다, 필요한 장소에 갖고 다니면서 정보처리를 해준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설명에 따르면 CPU 700개, 코어 2천240개 또는 컴퓨팅 스레드 1만7천920개 이상의 용량을 처리할 수 있다. 솔라리스, 울트라스팍, x64 등 다양한 플랫폼에 기반한 서버, 스토리지, 소프트웨어, 네트워킹의 결합을 지원하며 물과 전원 그리고 네트워크를 간단하게 공급한뒤 바로 구동시킬 수 있다.

빌딩규모의 거대한 데이터센테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하지만 비슷한 처리용량의 장비를 설치할 때 필요한 건물 규모와 비교하면 약 8분의 1크기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구축비용만 보면 기존의 데이터센터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강도 6.7의 지진에 끄떡없이 견딜 수 있는 충격 흡수 시스템을 갖춰 이동 중에도 데이터 손실 위험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럼 이 움직이는 데이터센터는 어디에서 누가 쓸까.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일단 블랙박스가 기존 데이터센터의 백업 기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저렴하고 쉽게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그 이유다. 데이터보호에 민감한 군이나 공공기관을 우선 타깃으로 삼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이미 구축해 서비스하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블랙박스’를 기반으로 임대 사업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쳤다. 예를 들면 한 3개월만 데이터 센터를 쓰고 싶은 고객들에게는 블랙박스가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어찌됐건 ‘움직이는 데이터센터’라는 발상의 전환이 흥미롭고 신선하다.

한가지 더, 블랙박스에는 요즘 IT업계에 주요 관심사로 떠 오른 ‘친환경’ 코드도 담겨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에코 혁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친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블랙박스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블랙박스는 데이터센터의 냉각을 공랭식이 아닌 수냉식으로 바꿨다. 이를 통해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전력 소비량을 줄였고, 효율적인 냉각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로 이어진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블랙박스의 열 교환장치는 팬과 냉각수를 이용해 기존 냉각장치보다 최대 40% 이상의 효율성을 지녔고 열 손실 없이 사용되는 전력은 100% 가상화된 데이터센터의 기능을 더욱 향상시킨다"고 강조한다. 환경을 생각하다 만들게 된 것이 바로 ‘블랙박스’라는 얘기다.

친환경 문제는 IT 업계에도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IT장비들이 사용하는 엄청난 양의 전력이 핵심 문제다. KT가 보유한 목동의 IDC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4개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전력은 충주시가 사용하는 전력과 맞먹는다. 우리나라에 현재 중소 규모를 포함해 약 400여개의 데이터센터가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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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