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당구공

당구공은 물리학과에서 공부할 때 가장 먼저 공부하는 공이다. (그렇다고 물리학과 학생들이 당구를 잘 친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열중하면 다른 과 학생들보다 더 쉽게 배울 수는 있을 것이다.) 공 전체의 구조가 균일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회전관성력을 계산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당구공은 매우 단단한 물질로 이뤄져 있어서 어떤 물질과 부딪히면 순간적으로 반발한다. 충돌하는 시간은 매우 짧아서 공과 공이 부딪힐 때는 운동량과 운동에너지만 전달하고, 회전량(각운동량)은 전달하지 못한다. (이러한 충돌은 우리의 경험과 일치한다.)

또 한 가지, 당구공들끼리 부딪힐 때는 회전량이 일정하기 때문에 충돌 뒤에 두 공이 움직이는 방향을 살펴보면 거의 직각인 것을 알 수 있다. (충돌 시에 공이 회전하게 되면 움직임 방향의 각은 직각보다 작아진다.) 이러한 움직임은 당구공이 튀는 방향이 직각이 되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당구공의 움직임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당구대를 만든 녹색 천은 매우 부드러운 재료도 만들어져 있다. 당구대 쿠션(벽)의 높이는 당구공 반지름의 7/5 높이로 만들어지는데, 이 높이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큐대로 당구공을 치는 높이이기도 하다. 또한 당구대가 부드러워서 공이 튀는 시간이 아주 긴 편이기 때문에 당구공은 회전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당구공의 튀는 방향은 우리의 일반적인 경험에 따른 반사의 법칙(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다는 법칙)과 달라진다. 우리는 그래서 당구를 처음 배울 때 스핀(spin, 회전)을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배운다.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기까지 '당구를 잘 친다는 것'은 '당구공의 원하는 곳을 정확히 얼마나 회전을 줘 칠 수 있는가'가 동의어가 아닐까?)

당구공도 커브를 그리며 나가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당구공은 당구대 바닥과 항상 닿아서 움직이므로 마찰력이 크고, 당구대 쿠션에 맞으면 속도에 해당하는 회전 이외에는 모두 마찰로 사라지기 때문에 쿠션에 처음 튕긴 이후에는 커브를 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당구공은 큐대로 수평으로 쳐서 아무것도 맞지 않고 되돌아오게 할 수가 없다. 되돌아오게 하려면 수직에 가깝게 큐대를 세우고 한쪽을 비스듬히 쳐야 한다.

그러나 공의 밑을 쳐서 회전을 뒤로 준다면 다른 공과 부딪혀 운동에너지를 모두 잃은 다음에는 공의 회전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면서 되돌아올 수 있다. 당구 실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공을 더 많이 회전시킬 수 있으므로 더 재미있는 모습도 보여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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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춘성 5월의 작은 선인장블로그운영자 may@minicact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