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남성정장 브랜드… 삼성 이건희 회장이 즐겨 입는 브랜드 최고급 원단으로 만든 나폴리 장인들의 걸작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입는 양복으로도 알려진 이탈리아 남성 정장 브랜드 ‘키톤’(Kiton). 한 벌에 평균 1,000만원, 최고가 제품이 4,500만원이나 되는 양복을 만드는 회사의 오너인 안토니오 드 마테이스(42) 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한국인들의 옷차림을 눈 여겨 봤습니다. 여성들은 물론 남성들의 옷 맵시가 좋았고 옷을 고르는 패션 감각도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는 브라운 색상의 구두를 많이 신고 재킷 가슴 주머니에 손수건을 꼽는 것이 흔한데 여기서는 손수건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검정 구두가 대세인 것 같다”고 차이점을 지적했다. 키톤 코리아 때문에 한국에 처음으로 와보게 됐다는 그는 “차림새가 살아 있는 멋쟁이들이 모두 키톤의 소비자가 될 수 있다”고 웃으며 은근히 욕심(?)도 표현했다.

세계 3대 럭셔리 남성 정장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키톤은 장인적인 의류로 이름높다. 350명이나 되는 장인들이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며 옷을 ‘창조’해낸다는 것이 기본 철학. 그는 “직물을 신체에 맞게 가장 잘 표현하는 독특한 재주를 가진 나폴리의 수공예 장인들만을 고용한다”고 소개했다.

일반에게는 과연 무엇이 다르길래 양복 한 벌이 그렇게 비싼지 궁금한 사항일 수 밖에 없다. “최고 중의 최고 플러스 알파 원단만을 사용합니다. 섬유의 정교함은 지름이 12.8~13.2미크론에 달할 만큼 정교하고 부드럽습니다.”

최근에는 가장 오점이 없고 귀중하기로 알려진 12미크론 섬유를 최초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양복을 입어도 마치 셔츠를 입은 듯 가볍고 밀착감이 뛰어나다는 것.

흔히 미크론이 낮은 섬유는 그 ‘정교함’ 덕분에 부드럽긴 하지만 구김이 쉽게 생긴다. 하지만 키톤은 자신만의 노하우로 쉽게 구김도 없앴다. “원단은 물론 가죽이나 버튼, 바느질하는 실까지 세계 최고급 재료만을 고집합니다.” 마테이스 회장은 “살면서 협조와 타협을 하지만 품질에서만큼은 예외다”라고 단언한다.

스타일 면에서 키톤은 평범할 수 있는 남성의 몸매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며 혹은 섹시하고, 볼륨감 있게 표현해 준다. “다양하고 감각적인 스타일과 화려한 컬러를 선보이는 다른 명품 브랜드와는 다르죠.” 그는 이탈리아의 다른 명품 브랜드들과의 비교는 한사코 거부했다. “다 잘 아는 친구들인데 각각의 특징이 있죠. 브랜드 이름은 언급하지 말아 주세요.”

42세인 그는 설립자이자 삼촌인 치로 빠오네로부터 올해 경영권을 물려 받았다. 삼촌이 급작스레 중풍으로 쓰러졌기 때문. 키톤에서 일한 것은 1986년부터로 세일즈 관리부터 시작해 글로벌 매니저와 마케팅 매니저를 거쳤다.

키톤은 요란한 광고보다는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을 고집하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할리우드 영화사로부터 협찬요청이 들어와도 들어 와도 모두 거절하고 옷들을 팔 만큼 콧대가 높다. ‘마이애미 바이스’ ‘미션 임파서블’ ‘스트립 티즈’ 등이 키톤 의류가 소개된 영화들. 86년 미국에도 진출, 현재 매출의 30% 이상을 미국 시장에서 올리고 있고 95년부터는 여성 라인도 내놓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단독 숍을 비롯, 전세계 40개국 400여 럭셔리 멀티 매장에서 연간 7,000만 유로(약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그는 1년 365일 중 250일을 해외에서 보낸다. 이번 투어는 아시아와 미주 6개국을 9일간 도는 살인적인 일정이다. “전세계가 제 집이죠. 피곤하다뇨? 아니, 여행을 즐깁니다.”

“새로운 브랜드와 패션을 사라고는 절대 얘기 안 합니다. 다만 경험해 보라고만 말합니다.” 그는 “한국 패션 소비자의 안목과 나아가 시장이 함께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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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